금융업 빨아들이는 ‘블랙홀’ 빅테크...‘금융소비자 보호’ 취약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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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 빨아들이는 ‘블랙홀’ 빅테크...‘금융소비자 보호’ 취약 지적도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0.01.27 0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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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금융업 공략하는 빅테크...“테크핀 시대, IT 기업이 금융업을 빨아들인다”
- 금융당국, 올해도 혁신금융 속도낼 듯...금융소비자 보호 취약 지적에 감독 강화

 

금융당국의 혁신금융 추진 정책에 힘입어 핀테크 산업 육성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IT 기반 대형 금융 플랫폼 기업인 ‘빅테크(Big Tech)’의 금융사 공습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산업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금융업 공략하는 빅테크...“테크핀 시대, IT 기업이 금융업을 빨아들인다”

지난 22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이 기정사실화됐다.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를 설립해 은행업 입성에 성공한 데 이어 증권업까지 진입하면서 전통적인 금융업에 깊숙이 침투하게 됐다.

네이버 역시 지난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고, ‘투자의 귀재’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금융그룹으로부터 핀테크 사상 최대 규모인 8000억 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면서 금융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토스를 운영하는 핀테크 ‘공룡’인 비바리퍼블리카도 재수 끝에 지난달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승인 받아 ‘토스뱅크’ 설립이 가시화됐으며, 지난해 5월 증선위에 증권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한 상태로 증권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또한 지난달에는 LG유플러스 PG(전자지급결제대행)사업부 인수계약을 체결해 마케팅 대행사 역할에만 머무는 금융 플랫폼 사업자가 아닌 전통 금융사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산업은 각종 금융 라이선스들을 기반으로 진입장벽을 세워 국내 시장에서만 안주해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거둬왔던 대표적인 규제 사업이다. 따라서 변화보다는 안정이 중요시된 보수적인 산업군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IT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빅테크 기업들이 편리성과 혁신 서비스로 금융소비자들을 파고들면서 기존 금융산업 생태계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IT 기술(테크)이 금융업을 선도하는 ‘테크핀(Tech Fin)'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현 정부 하에서 금융당국 또한 혁신금융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자 ‘혁신’의 핵심 주체를 IT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빅테크 금융 플랫폼부터 핀테크 스타트업까지 IT 기업들이 수많은 혁신금융 서비스를 시장에 쏟아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금융 산업은 크게 뒤쳐졌지만, IT 산업은 선도적 위상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기존 글로벌 금융시장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전략으로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에 더욱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금융당국, 올해도 혁신금융 속도낼 듯...금융소비자 보호 취약 지적에 감독 강화

핀테크 산업 성장에 정책의 중점을 둔 금융당국은 기존 금융사에 강력한 규제의 날을 세우는 한편 혁신금융 촉진을 위한 제도와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규제는 과감하게 손봤다.

이 같은 취지로 탄생한 제도가 지난해 4월 1일 도입된 금융규제 샌드박스다. 이 제도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금융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한층 가속화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18일 오픈뱅킹이 전면 시행되면서 은행 16곳, 핀테크사업자 7곳, 기존 오픈플랫폼 기관 24곳 등 총 47개 이용기관에서 가입자와 등록계좌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금융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시범운영이 실시된 지난해 10월 30일부터 올해 1월 8일까지 1197만 명이 오픈뱅킹에 가입했으며, 2222만 계좌가 등록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면 시행일 당일에만 103만 명의 가입자와 197만 계좌를 유치했으며, 이날을 포함해 지난 8일까지 약 3주 간 신규 가입자 수 880만 명과 1444만 계좌가 등록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40만 명이 가입하고, 66만 개의 신규 계좌가 등록된 셈이다.

또 같은 기간 오픈뱅킹 서비스 총 이용건수는 약 8228만 건으로 하루 평균 374만 건 정도를 기록했으며, 은행권 오픈뱅킹 이용규모는 시범운영 기간과 비교해 2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게다가 혁신금융 산업을 앞당길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이른바 ‘데이터 3법’이 지난 9일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어 시행을 앞두고 있어 향후 금융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이 금융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정도로 강력한 파급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올해도 금융규제 샌드박스, 오픈뱅킹 등 기존 제도 운영에 더해 핀테크 스케일업을 통한 혁신금융 확산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IT 기반 기업들이 각종 절차상 보안시스템과 금융사고 경험이 부족한 탓에 금융시스템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취약성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도 올해에는 디지털 금융환경에 대한 감독 기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이 발표한 ‘2020년도 검사업무 운영계획’에 따르면, 올해는 금융의 디지털 전환 등 새로운 금융거래 환경의 위험요인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디지털 금융환경 확산으로 사이버 보안이 핵심 리스크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IT 기반 금융 플랫폼 기업들이 불완전한 서비스를 제공해 금융시장 신뢰가 떨어지거나 과도한 마케팅이 불완전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오픈뱅킹·클라우드 서비스 등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 간 제휴를 통해 출현되는 신기술이 적용되는 부문의 위험요소를 점검하고, 인터넷전문은행도 출범한지 3년이 지나 리스크 요인에 대한 밀착 모니터링과 취약부문 검사를 실시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당국의 규제에 대한 이해도나 리스크 관리 노하우 측면에서 기존 금융사보다 경험이 적어 금융소비자 보호나 금융사고 대응에 취약할 수 있다”며 “금융업은 혁신에만 치우칠 수 없는 영역으로 안정성이 중요해 아직 장기간 검증되지 않은 핀테크 기업의 금융 서비스가 시행착오를 거칠 시간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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