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현대차와 배터리 3사가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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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현대차와 배터리 3사가 가야 할 길
  •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 승인 2020.07.0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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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과 맞물려 ‘코로나19 시대’ 국내 경제 촉매제 될 수 있어
 
전기차가 충전소에서 충전하고 있다.[사진=녹색경제DB]
전기차가 충전소에서 충전하고 있다.[사진=녹색경제DB]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국내 배터리 3사와 회동을 끝마쳤다. LG화학, 삼섬SDI, SK이노베이션과 차례로 만나 전기차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판매량 글로벌 탑5에 올라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 현대차그룹과 국내 배터리 3사의 이 같은 흐름을 두고 ‘K배터리 동맹’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다만 현대차그룹과 배터리 3사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전기차 생산을 위해서는 국내 배터리 3사의 협력과 도움이 절실하다. ‘K배터리 동맹’을 맺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반면 배터리 3사만을 놓고 보면 경쟁 관계에 있어 ‘동맹’이란 말 자체가 불편할 수도 있고 이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지적도 있다.

현대차와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몇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시민단체의 비판에 직면했다. 여전히 내연기관차에 묶여 전기차 시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국내에서 전기차 시장은 그동안 ‘불확실성의 시대’였다. 충전소 부족 등 충분치 않은 인프라로 소비자들이 과연 전기차를 사겠느냐는 의문이 먼저 일었다.

국내 수요가 명확지 않았고 실제 판매량도 부진했다. 정부의 전기차에 대한 적극 지원 정책도 뒤따라오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가 잘 팔리고 주목받고 있는 유럽과 미국 등으로 시선을 옮겼다. 관련 대형 공장도 국내에 만들기보다는 해외에 앞다퉈 설립했다.

현대차의 집중도에도 우선순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성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정책센터 수석전문위원은 "현대차는 전기차 출발도 늦었는데 전기차-수소차 모두 잘하려 하고 있다"며 "앞으로 자동차는 모빌리티 플랫폼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변모할 것이고 자동차회사는 하드웨어 공급업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늦은 출발을 한 현대차가 지금이라도 전기차에 올인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근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으로 전기차 시장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있다. 이제 공은 현대차로 넘어갔다. 전기차 생산 계획 등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해 관련 산업계와 공유할 시점에 와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기술개발과 국내 공장 증설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국내 공장은 규모가 해외와 비교하면 작다. LG화학(오창공장)이 연간 10GWh, SK이노베이션(서산공장) 4.7GWh, 삼성SDI(울산공장) 4GWh 정도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 3사 전체 국내 공장에서 생산능력이 약 20GWh 정도이다. 반면 LG화학 폴란드 공장은 15GWh로 대규모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연간 10GWh 규모면 순수 전기차 1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수소전기차 연간 판매량을 11만 대로 늘리고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생산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정부 지원이 이어진다면 미래를 대비한 대규모 국내 공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계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배터리업체가 국내에 큰 공장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7월 안에 그린뉴딜에 대한 구체적 정책을 발표한다.

그린뉴딜은 재생에너지 확대, 기후변화 대응 등 환경과 인류를 생각하는 정책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기차에 대한 정책 지원과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 전기차에 대한 ‘불확실성’이 하나씩 제거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K배터리 동맹’이란 표현에 조금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 현대자동차 관점에서 표현한 말이라는 것이다. 배터리 3사는 경쟁 관계에 있는 역학 구조상 ‘동맹’이란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국내에 대형 공장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문에 대해서도 “전기차 수요가 있는 곳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의 전기차 지원은 앞으로 테스트 베드 구축과 연구개발(R&D)에 집중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현대자동차와 국내 배터리 3사의 회동이 마무리되고 불확실성이 조금씩 없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흐름은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얼어붙은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게 흘러가면서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선순환 구조는 수요과 공급, 정부의 적극적 지원, 국내 대형 공장 건립, 대규모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우리나라 경쟁력은 매우 높다. SNE리서치 자료를 보면 올해 1~5월 전 세계 배터리업체 점유율은 LG화학 24.2%(1위), 삼성SDI 6.4%(4위), SK이노베이션 4.1%(7위) 등으로 집계됐다. ‘제2의 반도체’ 시장이 될 수 있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SNE리서치가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현대차 1만8000대로 글로벌 전기차 공급 순위 5위, 기아는 1만1000대로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테슬라가 10만1000대로 압도적 1위이다.

테슬라가 1위를 차지하는 데는 배경이 있다. 테슬라는 친환경적이긴 한데 작고 느리며, 주행거리가 짧다는 전기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트렸다. 매우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에 소비자들은 열광한다. 여기에 전기차의 짧은 주행거리에 대한 불만까지 해소했다.

오는 9월 15일 테슬라의 ‘배터리데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100만 마일(160만km) 배터리’ 등 신기술이 공개될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멋없고 짧은 거리만 다니고, 인프라가 부족한 전기차 시장을 ‘세련된 디자인에 최고의 성능, 가장 편안한 기능까지 갖춘 전기차’라는 인식으로 탈바꿈시켰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친환경차 44종을 내놓으면서 이 중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배터리 3사가 가진 경쟁력은 조금씩 다르다. LG화학은 장수명(Long-Life)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등에 대한 경쟁력이 뛰어나다. 삼성SDI와는 차세대 전기차용 전지인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에 앞서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고에너지 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과 관련한 기술력이 있다.

현대차가 만들 예정인 23종의 전기차마다 특징 있는 국내 업체의 기술력을 ‘맞춤 도입’한다면 완성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 깔끔한 디자인과 충전 인프라까지 갖춰진다면 날개를 다는 것은 상식이다.

전기차는 기후변화는 물론 온실가스 대응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전기차 1000만 대가 연간 사용하는 전기는 25TWh이고 이는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인 590TWh의 5%에 불과하다. 이번 현대차와 배터리 3사의 협력이 그린뉴딜과 맞물린다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얼어붙은 국내 경제에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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