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마트폰 집단 상가 ‘불법보조금’ 성행...주저앉은 갤럭시S20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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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스마트폰 집단 상가 ‘불법보조금’ 성행...주저앉은 갤럭시S20 가격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5.26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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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S20 시리즈, 판매 2달 만에 3분의 1 수준
- 알아도 당하고, 모르면 억울한 '불법 보조금'...단통법 시행 무색
지난 24일과 25일, 이틀간 서울의 한 스마트폰 집단 상가를 찾았다. 100개가 넘는 판매 대리점에 곳곳에서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단통법의 취지대로라면 고객과 대리점 사이의 가격 흥정은 없어야 한다. [정두용 기자]
지난 24일과 25일, 이틀간 서울의 한 스마트폰 집단 상가를 찾았다. 100개가 넘는 판매 대리점에 곳곳에서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단통법의 취지대로라면 고객과 대리점 사이의 가격 흥정은 없어야 한다. [정두용 기자]

“갤럭시S20 울트라, 기변 보는데 번이도 고려 중입니다.”

“L(엘) 번이가 가장 유리하죠. (계산기 숫자 55를 보여주며) 여기까진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 L 기변이면 한 장 반(15만원) 정도 올라가요. S(에스)나 K(케이) 번이는 (계산기 숫자 65)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오늘이 가장 싸요.”

지난 24일과 25일, 이틀간 서울의 한 스마트폰 집단 상가를 찾았다. 5월 들어 가격이 ‘뚝’ 떨어졌다는 갤럭시S20 시리즈의 판매 행태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주말에도 평일에도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은 동일하게 나왔다.

위의 대화에서 나온 준말은 각각 L(LG유플러스)ㆍS(SK텔레콤)ㆍK(KT)ㆍ번이(번호 이동 준말ㆍ통신사 변경 가입 의미)ㆍ기변(기기 변경)을 의미한다. 이런 준말을 사전에 숙지하지 못하고 가면 ‘호갱’(어수룩해 속이기 쉬운 손님) 취급을 받는다.

기자가 이틀 동안 수십 개의 판매 대리점을 돌며 경험한 것은 두 가지다. 알지 못하면 손해를 보는 그들의 ‘판매 방식’과 유명무실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의 현장. 태도에 따라 ‘불법 보조금’의 액수는 달라졌고, 판매 조건도 천차만별이었다.

같은 조건이라도 어수룩한 모습을 보인다면 단말 가격은 금세 10만원이 높아졌다. 부가서비스 가입ㆍ특정 기간 후 해당 지점에서 최신 스마트폰 구매ㆍ특정 기간 후 기기반납 등의 조건이 붙기도 했다.

심지어 “요즘 코로나로 인력이 부족하다”며 오늘 비용을 일시불로 구매하고, 개통 일자는 뒤로 미뤄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판매 실적에 따른 금액이 날짜별로 상이해 이 차액을 노리기 위한 대리점의 ‘꼼수’다.

반면, 수신호(불법 보조금의 액수를 소리 내 말하지 않고 손으로 표기해 전달)나 준말을 어색한 기색 없이 그들의 ‘룰’에 따라 사용하면, 불법 보조금의 액수는 확 뛰었다. 심지어 여러 조건을 붙여 구매했을 때의 가격보다 저렴한 경우도 있었다.

그들의 룰을 숙지한 모습을 보이면, 계산기를 곧장 들이민다. ‘서로 알걸 다 아니까 다른 가게에서 알아본 가장 싼 가격을 입력하라’는 의미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만 ‘호갱’이 아닌 고객 취급을 받는다. 고객이 가격을 입력하면, 그들 나름대로 손익을 계산해보고 “그 가격보다 낮춰줄 수 있다”면 거래를 제안하는 식이다.

그러나 끝까지 안심할 순 없다. 가격 흥정을 마치고, 불법 보조금의 액수도 인지했지만 계약서에 ‘소비자가 모르는’ 여러 조건을 붙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강변 테크노마트의 한 대리점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했다는 A씨는 “현금 현장 결제 기준, 공시 지원금을 받아 12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35만원에 구매하겠다고 대리점과 얘기가 끝나 계약했다. 당시 받은 불법 보조금은 약 50만원 수준”이라며 “그런데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고가의 부가 서비스 3개가 가입돼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 갤럭시 S20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삼성 갤럭시 S20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선택 약정으로 통신 요금의 25%를 할인받거나, 공시지원금을 받는 것은 통신사 약정 기간에 대한 보상으로 누구나 동일하게 적용된다. 차액은 불법 보조금에서 발생한다.

갤럭시S20 울트라의 경우, 출고가는 159만5000원이다. 통신3사의 공시지원금은 약 42만원에서 50만원. 다른 조건 없이 기기 변경으로 해당 제품을 구매한다면 약 11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가격도 8만원~9만원의 5G 요금제를 일정 기간 사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이다.

불법 보조금은 약 110만원 이라는 ‘할부 원가’ 중 일부를 대리점에서 부담하는 금액이다. 고객 모집의 수단이 된다. 단통법 이후 비슷해야 할 단말 가격이 구매자마다 차이가 나는 이유가 여기에서 발생한다.

이날 LG유플러스 기기 변경 기준, 갤럭시S20 울트라의 가격은 70~80만원 선에 형성돼 있었다. 8만5000원 5G 요금제 기준 50만원의 공시지원금을 고려하면, 약 30~40만원의 불법 보조금이 나오는 셈이다. 갤럭시S20과 S20+(플러스)는 이 가격에서 당초 단말의 출고가 차액만큼 저렴했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의 금액보다 약 5~10만원 정도 높은 수준으로 기기변경이 가능했다. 불법 보조금은 비슷한 금액대로 형성돼 있었으나 공시 지원금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자급제로 구매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약 100만원이 차이가 난다. 단통법의 취지가 얼마나 현장과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리점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갤럭시S20 시리즈의 불법 보조금은 5월을 기점으로 공시 지원금과 함께 상승했다고 한다. LG벨벳, 아이폰SE2 등 경쟁사의 제품이 이 시기에 나와 스마트폰 소비 심리가 높아진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한 스마트폰 판매 대리점 앞에 갤럭시A51, LG벨벳, 아이폰SE2를 설명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 모습. [정두용 기자]
서울 한 스마트폰 판매 대리점 앞에 갤럭시A51, LG벨벳, 아이폰SE2를 설명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 모습. [정두용 기자]

갤럭시S20 시리즈 삼성전자가 지난 3월에 내놓은 현재 가장 최신 전략 스마트폰이다. 코로나19로 발생한 시장 위축의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에선 전작인 갤럭시S10 시리즈 판매량의 70~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부진이 출시 2달 만에 3분의 1 수준의 가격이 형성된 배경으로 꼽힌다. 갤럭시 노트20 시리즈(가칭)의 출시 전에 재고를 모두 소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불법 보조금 수령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대리점별로 고객을 속이는 방법도 많고, 이를 모른다면 되레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발품을 팔아 30만원에서 50만원을 절약할 수 있지만, 그만큼 사기를 당한 위험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불법 보조금을 받을 방법을 알고도 이를 거부할 소비자는 많지 않다. 실제로 100개가 넘는 판매 대리점이 모여 있는 상가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무색하게 많은 사람이 가격 흥정에 열을 올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 대리점주는 “코로나로 손님이 줄긴 했지만 5월 초부터 점차 늘기 시작해 지금은 평년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말했다.

단통법은 2014년 10월 도입됐다. 어느덧 시행 된 지 6년이 다 돼간다. ‘보조금 차별 원천 금지’란 법 취지는 현재 유명무실하다는 점을 판매 현장에서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흥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풍경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집단 상가는 ‘음지’란 분위기도 없이 활발했다. 단통법의 취지대로라면 대리점과 고객의 가격 흥정은 이뤄질 필요가 없는 영역이다.

단통법의 ‘적절성’은 늘 논란이 되지만, 일단은 지켜져야 할 엄연한 우리 사회의 규칙이다. 집단 상가는 이 법률이 가장 엄중하게 적용되어야 할 장소다. 그러나 수신호ㆍ계산기를 통한 가격 소통ㆍ각종 준말 등을 숙지하고 다소 ‘귀찮은’ 과정만 거치면 평범하게 불법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현실이다.

한 판매 대리점 직원은 “단통법은 여기서 통하지 않는다”며 “가게들이 밀집돼 고객 확보 경쟁이 이뤄지는 곳에서 단통법이 지켜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장사가 잘되는 곳의 보조금 가격을 살펴보고, 맞출 수 없다면 해당 가게를 신고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귀띔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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