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변화⑥] “사라진 주총꾼”...대기업 주총, 비교적 순탄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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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꾼 변화⑥] “사라진 주총꾼”...대기업 주총, 비교적 순탄한 마무리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3.25 0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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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ㆍ현대차ㆍSKㆍLGㆍ기아차 "올해 주총에는 주총꾼 보이지 않아"
- 코로나19 참석 인원 대폭 줄어...전자투표제 도입 등 영향
- 주총꾼 없어 원활한 진행 가능...기업IR팀은 주총꾼 명단 공유하기도

“주총꾼이 사라졌다”

최근 주주총회를 마친 대기업 직원의 말이다. 악질적인 주주들이 주총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비교적 원활하게 행사를 마쳤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대기업 주총 모습도 변하고 있다. 전자투표제ㆍ온라인 생중계 등 새로운 시스템도 도입됐다. 질병 확산을 막고자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것을 경계하며 시행되는 방안들이다.

기업들의 이런 노력이 반영되고, 주주들의 코로나19 우려가 겹쳐서일까. 최근 대기업 주총장은 ‘대란’ 없이 적은 인원만 모이며 비교적 순탄하게 끝나는 모양새다.

24일 삼성ㆍ현대차ㆍSKㆍLGㆍ기아차 등을 종합 취재한 결과, 이들은 올해 주총에선 이른바 ‘주총꾼’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모습을 감췄다고 입을 모았다.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1기 정기주주총회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좌석이 두자리씩 띄운 채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1기 정기주주총회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좌석이 두자리씩 띄운 채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총꾼은 주주총회에 ‘고성’이나 ‘몸싸움’을 벌이며 의사 진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이들을 말한다. 나이대는 주로 고령으로, 의안과 상관없는 질의를 늘어뜨리며 주총 시간을 질질 끄는 등의 행위를 한다. 주총꾼의 행위는 소액주주의 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하는 게 것과 거리가 멀다. 악의성을 띄고 있어, 기업들은 주총 시즌마다 골머리를 앓아왔다.

주총꾼들은 1주~10주 정도를 보유한 소액주주들이다. 이들이 주총장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주주꾼들에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거마비(교통비를 이르는 말)를 준다. “이들이 퇴장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주총 진행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 금액은 적게는 3~5만원, 많게는 10만원씩 나간다.

현금 지급이 어려우면 고가의 제품이나 상품권을 대놓고 요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이런 요구를 들어주는 직원은 주로 기업의 IR(Investor Relationsㆍ투자자 지향 홍보활동)팀 소속이다. 각 기업의 IR팀들은 자주 등장하는 주총꾼의 명단을 공유하고, 주총을 최대한 원활히 끝내는 데 협력했다는 후문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일화다.

최근에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등의 도입으로 ‘주지도 요구하지도 않는 문화’가 자리 잡으며 주총꾼들의 모습이 많이 없어졌다.

현재는 주총 때 주주들에게 자사의 제품을 ‘기념품’으로 줬던 문화도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개최했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선 소량의 아띠제 빵을 주주들에게 제공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0일 열었던 주총에서 약간의 다과만 준비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음료만 주주들에게 줬다고 한다. LG전자도 주주들에게 기념품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자리 잡았어도 여전히 주총꾼들은 왕왕 주총장에 등장했고, 액수는 적어졌지만 ‘알뜰살뜰’ 거마비를 챙겨갔다는 게 여려 대기업 직원들의 증언이다.

그런 행태가 올해 주총에선 코로나19 사태로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주총은 비교적 원활히 진행됐다. 차분한 분위기에 의안을 의결하며 이른 시간에 주총을 끝내는 곳이 많았다.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입구가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입구가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IT대기업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주총꾼들이 사라졌다곤 하지만 아직도 이런 행위를 벌이시는 분들이 있다”며 “주로 고령층인데, 코로나19에 취약한 연령층이라 그런지 올해 주총에선 한 명도 보질 못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주총에 전자투표ㆍ외부인 출입 엄격 금지 등을 시행하며, 소액주주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과 함께 주총꾼들도 많이 빠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삼성전자 주총에 모인 인원은 약 400명. 지난해 주총에 1000명이 몰렸던 것과 사뭇 다른 숫자다. 현대차도 평년엔 약 800명의 주주가 참석하는데, 올해는 140여명만 주총장을 찾았다. 기아차는 80명의 주주가 모였다.

삼성전자, 현대차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인원이 모이는 것을 최대한 지양했다.

기아자동차가 24일 양재동 본사사옥에서 제7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 기아차]<br>
기아자동차가 24일 양재동 본사사옥에서 제7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기아차 제공]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참석 인원이 대폭 줄었다”며 “800여명이 수용한 강당에 인원이 꽉 찼었으나, 올해는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들이 많아 주총장을 찾은 인원은 매우 적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오는 26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제18기 주주총회를 연다. 주총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진 않았지만, 인원이 몰리는 만큼 코로나19 예방을 철저히 시행할 방침이다. 주총꾼에 관해선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대주주로 구성된 회사다 보니 주총 참석자가 적은 편”이라며 “주총꾼이 의사 진행을 방해해 거마비를 챙기려는 모습도 많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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