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금리에 해외로 눈 돌린 부동산 투자...경쟁 과열에 사고 잇따라 ‘경고등’​
상태바
저성장·저금리에 해외로 눈 돌린 부동산 투자...경쟁 과열에 사고 잇따라 ‘경고등’​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0.01.29 0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국내보다는 해외”...해외 부동산 투자 성장세 ‘국내 뛰어 넘어’
- 해외 부동산 투자 경쟁 심화로 수익률 악화...사고 잇따라 원금 손실 리스크 확대
롯데호텔시애틀 전경 [사진=하나금융투자]
롯데호텔시애틀 전경 [사진=하나금융투자]

 

해외 대체투자 시장 규모가 성장하면서 국내 금융사나 연기금들이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나서 관련 리스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보다는 해외”...해외 부동산 투자 성장세 ‘국내 뛰어 넘어’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투자 여건이 어려워진 가운데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보이는 해외 부동산 투자로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면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실물형 펀드에서 부동산 펀드 수탁고는 지난 2018년 77조 2000억 원에서 지난해 100조 8000억 원으로 30.6% 증가하면서 순자산 총액 100조 원 시대를 처음 열었다.

이 가운데 해외 부동산 투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 2017년 해외 부동산 펀드 비중이 50.5%를 기록하며 국내 부동산 펀드 비중을 추월한 이후 격차를 매년 벌리는 추세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자료=금융투자협회

 

특히, 사모펀드에서 부동산 펀드 규모는 지난 2016년 46조 원에서 2017년 59조 원, 2018년 74조 원을 기록하며 해마다 성장해왔다. 지난해에는 97조 원 규모에 달해 전년 대비 31.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최근 몇 년간 대형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늘려가며 마련한 유동성을 활용해 공격적으로 해외 실물 자산을 직접 인수하면서 해외 부동산 자산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지난해 중국 안방보험이 보유하던 미국 호텔 15곳에 대해 6조 9000억 원 규모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캐피탈 등 계열사를 통해 총 2조 6000억 원의 자기자본을 투입하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지난달 롯데호텔과 미국 사모펀드로부터 미국 시애틀에 있는 2000억 원 규모의 호텔을 공동 투자로 매입했다.

국민연금도 해외 대체투자 규모를 늘리는 과정에서 랜드마크 오피스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해외 대체투자 자산 대비 부동산 투자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40.5%에 달한다.

투자 규모도 지난 2014년 12조 2000억 원에서 지난해 약 23조 5000억 원을 기록하면서 5년 만에 2배 가량 늘었다.

투자 지역과 대상도 다변화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기존에 선호하던 미국, 유럽 등 지역에서 벨기에, 룩셈부르크, 베트남 등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투자 대상도 오피스 중심에서 리테일, 호텔,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등으로 다각화되고 있다.

 

자료=삼성증권
자료=삼성증권

 

▲해외 부동산 투자 경쟁 심화로 수익률 악화...사고 잇따라 원금 손실 리스크 확대

한편,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산가격과 수수료가 올라가면서 수익률이 점차 하락하는 조짐을 보이자 자산가치가 고평가돼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큰 손이던 중국이 최근 급속하게 투자 비중을 줄이며 빠져나간 사이 그 빈자리를 한국, 싱가포르, 일본, 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이 채워가면서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사모펀드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대체투자 펀드 가운데 해외 부동산을 담고 있는 펀드들의 리스크 관리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JB 호주NDIS 펀드’가 현지 법인과 계약 위반 문제가 불거지면서 투자원금 회수 시기가 불투명해지자 이 펀드에 투자한 6곳의 기관투자자들이 법적 대응에 착수한 상태다.

독일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도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 지난해 7월 이후 만기가 계속 연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품은 KB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이 발행하고, 신한금융투자(3600억 원), 하나은행(559억 원), 우리은행(228억 원) 등이 약 4600억 원 규모를 판매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검사업무 운영계획에서 해외 부동산 등 고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중점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부동산 투자는 상품구조상 판매사, 운용사, 에이전시 등 다양한 주체가 개입하는 데다 현지 부동산 거래 관행 등으로 거래 상대방 리스크와 법적 리스크가 크고 환율 변동에도 취약하다”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또한 “투자물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 파악과 합리적인 가치 평가 기법에 기초한 검사 정례화, 현장 점검 등이 필요하다”며 “현지사정 파악이 어려운 데다 법적다툼 발생 시 즉각적 대처가 어려운 점이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조언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도 “빠르게 성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최근 증권사의 부동산금융 사업은 PI를 통해 부동산을 직접 인수한 뒤 이를 셀다운(Sell-down)하는 비즈니스로 확장했다”며 “다만, 셀다운 수익증권 수요자인 연기금이 최근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물건 물색에 나서는 등 투자 형태가 변모하면서 증권사 투자 부동산에 대한 미매각 리스크가 점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