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버려지는 페트병, 의약품 원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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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버려지는 페트병, 의약품 원료된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12.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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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 폐플라스틱을 유용한 소재로 바꾸는 기술 내놓아
버려진 PET는 화학적으로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리콜로 분해된다. 이어 미생물을 이용해 테레프탈산은 핵심 중간산물인 프로토카테큐산을 거쳐 갈산, 피로갈롤, 카테콜, 뮤콘산, 바닐릭산으로 전환된다. 에틸렌글리콜은 해당 물질의 대사 균주를 이용해 글라이콜산으로 전환된다. [사진=화학연]
버려진 PET는 화학적으로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리콜로 분해된다. 이어 미생물을 이용해 테레프탈산은 핵심 중간산물인 프로토카테큐산을 거쳐 갈산, 피로갈롤, 카테콜, 뮤콘산, 바닐릭산으로 전환된다. 에틸렌글리콜은 해당 물질의 대사 균주를 이용해 글라이콜산으로 전환된다. [사진=화학연]

폐플라스틱을 화학 분해한 뒤 유용한 소재로 탈바꿈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전 세계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플라스틱의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페트병을 의약품 원료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기술이 나왔다. 페트병 주성분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를 화학적으로 분해하고 생물학적으로 전환해 유용한 소재로 바꾸는 기술이다.

한국화학연구원 김희택·주정찬·차현길 박사팀, 고려대 김경헌 교수팀, 이화여대 박시재 교수팀은 공동으로 PET를 의약품과 플라스틱 원료 등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공동 연구팀은 물을 이용해 PET를 단량체(단위 분자)로 친환경적으로 분해했다. 이를 미생물을 이용해 유용한 소재들로 전환하는 전략을 설계했다.

먼저 PET를 마이크로웨이브 반응기에서 섭씨 230도 조건으로 물과 반응시켜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리콜로 분해했다. 수율은 99.9%에 달했다. 이어 미생물을 이용해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리콜을 유용한 소재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테레프탈산을 갈산(92.5%), 카테콜(90.1%), 피로갈롤(20.8%), 뮤콘산(85.4%), 바닐락산(29.4%)으로 전환했다. 에틸렌글리콜을 글라이콜산(98.6%)으로 바꿨다.

갈산과 뮤콘산, 바닐락산, 피로갈롤, 글라이콜산 등은 의약품과 플라스틱 원료, 방향 성분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대표적으로 갈산은 의약품(항산화제) 중간체, 뮤콘산은 플라스틱 단량체, 바닐락산은 의약과 화장품용 방향 성분으로 쓰인다. 이처럼 다양한 소재로 전환할 수 있어 기존의 PET 재활용 방법의 낮은 활용도를 개선하는 모델로 버려지는 PET 감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PET 재활용은 기계적 방법과 화학적 방법으로 이뤄진다. 기계적 방법은 파쇄·세척·건조와 같은 기계적 처리와 열처리를 통해 PET 섬유를 회수해 새로운 PET 제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 방법은 가공 중 섬유 길이가 짧아지는 품질 저하가 일어나는 문제가 발생한다. 화학적 방법은 PET 섬유를 분해하고 단량체를 회수해 재중합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재활용할 때 비용이 비싸 경제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김희택 화학연 박사는 “기존에 폐기물로 취급됐던 폐플라스틱의 원료화와 소재화 기술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라며 “앞으로 PET를 포함한 폐플라스틱 자원화, 소재화 기술 개발이 이번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12월호(논문명: Biological Valorization of Poly(ethylene terephthalate) monomers for Upcycling Waste PET)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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