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표준연-중소기업 기술 만나, 반도체 측정 난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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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표준연-중소기업 기술 만나, 반도체 측정 난제 풀었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12.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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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박막 ‘절대 두께’ 측정기술, 반도체 난제 해결한다
김경중 KRISS 나노구조측정센터 김경중 책임연구원(위쪽)이 케이맥 연구팀과 초박막 두께측정결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표준연]
김경중 KRISS 나노구조측정센터 김경중 책임연구원(위쪽)이 케이맥 연구팀과 초박막 두께측정결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표준연]

정부 출연연구소와 중소기업이 만나 반도체 난제를 푸는 데 성공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박상열)이 국내 중소기업 기술로 개발한 첨단 측정 장비를 통해 반도체 측정 난제를 푸는 데 성공했다.

KRISS 나노구조측정센터 김경중 책임연구원팀은 국산 장비인 중에너지이온산란분광기(MEIS)를 이용, 나노미터(nm)급 산화막의 절대 두께를 측정할 수 있는 상호보정법을 완성했다. 절대 두께(absolute thickness)는 다른 요소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실제 두께를 말하는 것으로 상대 두께와 대조된다.

중소기업 케이맥의 측정 장비로 반도체 소자 제작의 측정 난제를 해결한 이번 성과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국산 장비 우수성을 알리고 보급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공정에서 집적회로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웨이퍼는 표면에 얇고 균일한 산화막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산화막은 웨이퍼 표면을 보호함과 동시에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산화막이 형성된 웨이퍼 위에 반도체 설계 회로가 그려진다. 산화막의 두께를 유지하고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반도체 수율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산화막 문제로 12인치 웨이퍼 한 장만 결함이 발생해도 약 수천만 원대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현장에서는 1nm(10억분의 1m) 내외의 산화막 두께를 4% 이하 불확도로 정확하게 측정해야만 반도체 품질 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까지 반도체 공정에서는 투과전자현미경(TEM), 분광타원계측기(SE), 엑스선반사측정기(XRR) 등으로 산화막 두께를 측정했다. 문제는 이렇게 측정한 산화막 두께가 실제 두께와 큰 차이를 보였다는 데 있다. 장비 사용이 어렵고 품질 확보에도 불확실성이 생겨 산화막 측정은 반도체 소자 제작에서 핵심 근심거리였다.

김경중 KRISS 책임연구원팀은 측정기술인 상호보정법을 2008년 처음 제시했다. 이후 10년 이상의 연구 끝에 완벽한 산화막 절대 두께 측정기술을 완성했다. 상호보정법은 2가지 방법을 사용해 측정결과의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에 국내 중소기업의 MEIS 장비를 활용했다. 재현성이 좋은 MEIS로 산화막 두께를 측정한 다음, 길이 단위의 소급성을 갖는 TEM의 측정결과로 바로잡은 것이다. 이번 성과는 이미 검증된 측정결과와 비교를 통해 그 우수성이 입증됐다. 국제도량형위원회(CIPM) 물질량자문위원회(CCQM)가 주관하는 세계 측정표준기관들의 공동연구에서 결정된 하프늄산화막(HfO2)의 두께와 연구팀이 측정한 두께를 비교한 결과 1% 수준의 차이에서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김경중 책임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경제 위기 상황에서 반도체 소재 개발을 위해 국가측정표준기관이 나선 좋은 사례”라며 “중소기업과 협력으로 탄생한 이번 기술은 반도체 산업 현장에 활용돼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생산 수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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