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DNA "나 복제하기 싫어.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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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DNA "나 복제하기 싫어. 힘들어"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12.25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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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연구팀, ‘DNA 복제 스트레스’ 해소법 발견

 

복제 스트레스에 의해 복제가 중지되면 ATAD5는 먼저 복제 스트레스를 받는 DNA 부위에서 PCNA를 떼어낸다. 동시에 단백질 상호작용을 통해 RAD51 단백질을 소집한다. RAD51 단백질은 DNA를 결합하며 DNA를 안정적 구조로 바꾼다. 이후 MUS81/SLX4을 통해 DNA 절단과 재조합이 일어나고 DNA 복제가 재시작된다. [자료=IBS]
복제 스트레스에 의해 복제가 중지되면 ATAD5는 먼저 복제 스트레스를 받는 DNA 부위에서 PCNA를 떼어낸다. 동시에 단백질 상호작용을 통해 RAD51 단백질을 소집한다. RAD51 단백질은 DNA를 결합하며 DNA를 안정적 구조로 바꾼다. 이후 MUS81/SLX4을 통해 DNA 절단과 재조합이 일어나고 DNA 복제가 재시작된다. [자료=IBS]

DNA도 복제 스트레스가 있다. 세포는 DNA 복제를 통해 유전정보를 후세대에 고스란히 전달한다. 문제는 복제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제대로 유전정보가 전달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암 발생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세포가 DNA 복제 스트레스(DNA replication stress)를 해소하는 방법이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단장 명경재) 이규영 연구위원팀은 ATAD5 단백질이 DNA 복제 스트레스로 멈춰버린 DNA 복제가 다시 시작되도록 촉진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ATAD5(ATPase family AAA domain-containing protein 5) 단백질은 4개의 단백질(RFC1,2,3,4)과 복합체를 형성해 PCNA(증식성세포핵항원)를 조절하는 복제 조절 단백질이다. DNA에는 모든 생명 활동에 필요한 유전정보가 저장돼 있다.

세포는 DNA 복제를 통해 같은 유전정보를 후대에 전달한다. 유전정보를 안정적으로 후대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DNA를 오차 없이 복제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DNA를 구성하는 핵심물질인 뉴클레오티드(Nucleotide)와 복제를 조절하는 단백질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뉴클레오티드는 DNA나 RNA 같은 핵산을 이루는 단위체이다. 뉴클레오티드는 중합반응을 일으켜 핵산을 형성한다. 디옥시리보오스를 가지고 있는 뉴클레오티드인 디옥시뉴클레오티드는 DNA를 형성한다.

DNA 복제에 필요한 물질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거나 세포가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때 DNA 복제가 멈추는 것을 ‘DNA 복제 스트레스’라고 한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면 각종 질병에 취약해지는 것처럼 세포가 복제 스트레스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면 유전정보 안정성이 떨어지고 암 발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은 이전 연구를 통해 세포 내 ATAD5 단백질이 DNA 복제 조절에 관여하는 단백질임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ATAD5 단백질이 복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중간에 멈춘 DNA 복제가 다시 시작돼 안정적으로 완료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인간 세포 내 ATAD5 단백질 양을 줄이면 복제 스트레스가 해소되더라도 DNA 복제가 재시작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즉 ATAD5 단백질이 DNA 복제 재시작에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연구팀은 또 DNA 복제 재시작에 있어 ATAD5 단백질의 분자생물학적 작동원리를 규명했다. 면역침강법(특정 단백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사용해 용액에서 항원을 침전시키는 기술.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해석에도 이용)을 이용했다. ATAD5 단백질이 RAD51 단백질(DNA 복제 과정이 멈춘 경우, DNA 복제 재시작의 초기 과정에 필수적 단백질)과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함을 확인한 후 ATAD5 단백질이 결핍된 경우 RAD51 단백질이 복제가 멈춘 DNA 쪽으로 접근하지 못함을 관찰했다. 이는 ATAD5 단백질이 RAD51 단백질과 상호작용해 복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DNA 쪽으로 RAD51 단백질을 데리고 오는 방식으로 복제 재시작에 관여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복제 스트레스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아 DNA 복제 재시작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ATAD5 단백질이 결핍된 생쥐에서 암이 생기고, 많은 암세포에서 ATAD5 단백질의 돌연변이가 발견되는 이유이다. ATAD5 단백질이 복제 스트레스 해소 작용을 통해 ‘암 억제 단백질’로서 기능함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명경재 단장은“이번 연구로 ATAD5 단백질이 DNA 복제 조절뿐만 아니라 DNA 복제 스트레스 해소에도 관여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며 “암 발생의 주요 원인인 복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작동원리 규명을 통해 앞으로 암 치료제 연구와 개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2월 16일 자 온라인 판(논문명: ATAD5 promotes replication restart by regulating RAD51 and PCNA in response to replication stress)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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