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품다] “지구 가열화 흐름, 생각보다 더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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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품다] “지구 가열화 흐름, 생각보다 더 빨라”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11.20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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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역대 두 번째로 더워”
북극 바다 얼음, 올해 10월 가장 최소 규모
10월의 북극 해빙은 1981~2010년 평균 규모(붉은 선)보다 무려 32.2%나 줄었다.[사진=NOAA]
10월의 북극 해빙은 1981~2010년 평균 규모(붉은 선)보다 무려 32.2%나 줄었다.[사진=NOAA]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한파’가 피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19일과 20일 서울을 비롯해 많은 지역이 영하권 기온을 보였다.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에 이르렀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11월 들어 미국 북동부 시카고 등지에서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무려 15~20도 낮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때 이런 현상을 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추운데 지구 온난화는 어디 있지?”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이 발언은 무식의 극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구 온난화(warming)가 계속되면 북반구 중위도 지역은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더 추워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여름엔 불볕더위, 겨울에 한파가 찾아오는 것은 ‘지구 온난화’와 관련 있다. 이는 북극 찬 공기 때문이다. 북극은 기본적으로 찬 공기가 머무는 곳이다. 북극과 북반구 중위도 지역(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 미국 등) 사이에는 ‘제트 기류’가 흐른다. 북극 바다 얼음(해빙)이 일정한 규모로 존재하면 이 제트 기류는 안정적이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북극 찬 공기가 북반구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 평균 기온을 보인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현재 북극 해빙이 역대 가장 작은 규모로 분포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제트 기류가 불안정하다. 여름에는 제트 기류에 갇혀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오지 못하면서 북반구 중위도 지역은 더 더워진다. 더운 날씨에 북극 찬 공기라도 내려오면 시원할 텐데 그렇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겨울에는 불안정한 제트 기류가 출렁거려 북극 찬 공기가 그 틈을 타고 중위도 지역까지 침범한다.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북극 찬 공기까지 합쳐지니 당연히 한파가 몰려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추운데 지구 온난화라고?”라며 트위터에 과학 상식 밖의 소리나 하고 있으니 기후변화 대책이 힘을 받을 리 만무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여기에다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기까지 하는 몰염치도 서슴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식과 몰염치’와 달리 미국 과학기관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계속 점검하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18일(현지 시각) 올해 10월이 기록상 두 번째로 더웠던 달이었다고 발표했다. 이 영향으로 북극이 더 따뜻해지면서 10월에 북극 해빙이 가장 작은 수치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NOAA 측은 “2019년 10월 지구촌 평균 지표면과 해수면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섭씨 0.98도 상승했다”며 “이는 기상관측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온도”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10월의 가장 높은 온도순위 1~10위까지 기록이 모두 2003년 이후 발생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매년 10월의 높은 온도 ‘톱 5’는 2015년 이후 일어났다. 쉽게 말해 최근 매년 가장 높은 기온이 다음 해에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NOAA 측은 “올해 1~10월까지 평균 기온은 140년 기록 사상 두 번째로 더운 기간”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서 북극 해빙은 갈수록 그 규모가 줄고 있다. 2019년 10월의 북극 해빙은 1981~2010년 평균 규모보다 무려 32.2%나 줄었다. 매년 10월의 북극 해빙이 가장 적은 ‘톱 10’ 기록도 모두 2007년 이후 벌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더운 달’ ‘해빙이 가장 작은 규모’ ‘역대 최고 온도’ 등으로 표현되는 등 기후변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NOAA 측은 “기후변화 흐름이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다”며 “기후변화 대책 마련에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최근 몇몇 매체와 전문가들 사이에 이젠 ‘지구 온난화(warming)’가 아니라 ‘지구 가열화(heating)’로 표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가 지구촌에 미치는 영향이 파괴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해석을 담고 있는 표현이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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