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여론’ 아닌 ‘원가’로 이야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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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여론’ 아닌 ‘원가’로 이야기해야 한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11.1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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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탈석탄으로 원가부담 커져...국민 대상으로 충분히 이해 시켜야"
12일 ‘에너지 정책, 우리가 가야할 길’ 토론회 열려
전문가들, 에너지 정책에 ‘전기요금 현실화’ 담겨야

에너지 정책이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다툼을 멈추고 산업과 전기요금 인상 등 당장 눈앞에 닥칠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루기 위한 현실적 정책 실행을 하려면 전력요금 인상 가능성을 숨기지 말고 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이 모였다.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에너지 정책, 우리가 가야할 길’ 토론회에서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앞두고 에너지 정책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 서 전문가들은 에너지원에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LNG) 등을 확대하는 방법이 전기요금을 높일 수 있는 점을 국민에 이해시키고 이 과정을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과 전력포럼 주최로 열렸다.

‘에너지 정책, 우리가 가야할 길’ 토론회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서창완 기자]
‘에너지 정책, 우리가 가야할 길’ 토론회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서창완 기자]

노동석 서울대 전력연구소 박사는 원자력과 석탄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정부 기조를 ‘발전 비용이 비싼 전원이 싼 전원을 대체’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노 박사는 2017년 전기요금을 기준으로 전원믹스 변화에 따른 전기요금 영향을 추정해 2030년의 전기요금 예상 인상률을 14.4~29.2% 정도로 봤다. 2040년에는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32~47.1%까지로 측정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수정안에 따른 전환 부문 온실가스 추가 감축분 3410만톤을 반영하고, 원전 이용률이 75~80%로 하락할 거라는 등의 전제로 계산했다”며 “전기요금에 미칠 영향을 보수적으로 계산한 수치”라고 전했다.

이어 “전기요금 인상은 현재 야당이 정권을 잡아도 쉽지 않은 문제라는 점에서 서로 탈원전이냐 아니냐란 소모적 논쟁을 할 게 아니라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전환 정책의 법제화 ▲연료비 연동제 등 전기요금 현실화 ▲재생에너지 발전 변동성 대비 등 정책 추진에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전기요금과 전력수급계획 논쟁이 국내에서 유독 심한 점을 환기했다. 북미, 유럽연합(EU),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국가에서 해당 부분들이 크게 논쟁적이지 않은 이유로는 시장 원칙에 따라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점을 들었다. 반면 정부가 전기요금을 결정하고 진입규제를 하는 국내에서는 여론에 따른 요금 책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소비자의 에너지 선택권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탑다운 방식의 정책으로 인해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다”며 “시장 원칙에 따라 요금이 결정될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법으로는 ▲독립적 에너지규제기관의 설립 ▲에너지 원별 칸막이 규제 제거와 경쟁 구도 형성 ▲시장 가격과 비용 기반의 요금 결정 등을 꼽았다.

전기요금이 여론에 따라 결정된다는 지적은 회계법인 삼정KPMG의 장현국 에너지부문 상무로부터도 나왔다. 그는 전력공급원가에 기반 둔 요금설정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특히 2017년 정부와 여당이 앞으로 5년 동안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발표한 점을 들어 ‘기본 원칙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낙송 한국전력 영업계획처장 역시 ‘전기요금 현실화’가 한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제라고 역설했다. 전기요금 정책이 당리당락을 떠나서 결정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탈원전’, ‘탈석탄’ 등 강한 언어적 표현보다는 줄인다는 의미의 ‘감(減)원전’, ‘감(減)석탄’으로 단어를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도 했다.

임 처장은 “2014~2017년 유가가 많이 떨어졌을 때 과거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반영돼 한전 흑자가 많았다. 사옥 부지를 파는 등 쌓인 흑자를 신산업과 복지로 써 국민께 되갚았다”며 “현재는 적자가 많은데 현실에 대해 조금 더 냉철히 바라보고 원가주의에 기반해 요금을 책정하는 지속가능한 요금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는데 실무를 맡고 있는 김동환 산업부 전력산업과 서기관은 새롭게 내놓는 계획안에는 안정적 전력 공급 의무와 온실가스 감축 등 시대적 사명도 담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석탄의 LNG 대체 일정 구체적 제시, 재생에너지 변동성과 간헐성 대책, 정보통신(IT)과 에너지 결합 등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서기관은 “현재까지 30번 이상의 워킹그룹을 개최해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연내 산업부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마련한 뒤 9차부터 받아야 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따라 수급계획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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