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칼럼] ‘계획된 일시적 적자’라던 이마트, 왜 대표이사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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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칼럼] ‘계획된 일시적 적자’라던 이마트, 왜 대표이사 바꿨나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10.2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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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공채 출신 일색이던 고위 임원진에 새 바람 기대
오너 추진한 ‘초저가 전략’... 전문경영인에 책임 추궁 ‘아쉬움’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순혈주의를 고집하던 신세계그룹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1일, 6년간 이마트를 지탱했던 이갑수 대표를 경질하고 사상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강수를 뒀다.

신세계그룹은 통상 12월 실시하던 정기 인사에 앞서 이마트 부문 인사를 예외적으로 앞당겨 진행했다. 그만큼 이마트의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 창사 이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특히 대형마트가 암울한 실적을 내고 있는 가운데, 올해부터 초저가 전략을 계속 밀어붙인 이마트의 실적 하락은 예상된 일이었으나 시장의 예상보다 그 하락 폭이 더 커져 약 3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마트는 2분기 적자에 대해 전반적인 대형마트 업황 부진에 매년 2분기가 매출 규모가 가장 작은 비수기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며 전자상거래 업체의 저가 공세와 SSG닷컴 등 일부 자회사 실적 부진, 세제 개편으로 인한 종합부동산세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마트는 온라인사업 강화와 초저가 전략 고수를 이어가면서 3분기 흑자 전환을 예고했다. 시장도 예상보다 실적이 더 좋지 않았지만, ‘일시적이고 계획된 적자’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상승했기 때문에 초저가 전략으로 ‘박리다매’를 통한 시장 점유율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모양이다. 정기 인사를 50여 일 앞두고 이마트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이갑수 대표의 경질을 공식화 하고, 관료 출신이자 컨설팅 업체에서 유통 컨설턴트로 종사했던 강희석 대표를 이마트의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신세계그룹이 삼성그룹에서 분사한 1991년 이후 30년이 가까워지지만 아직 최고위 임원은 삼성그룹 공채 출신이 대다수다. 신세계그룹만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세대교체의 필요성은 최근 들어 계속 지적돼왔다.

이갑수 전 대표에 비해 12살이나 젊은 50세(1969년생)의 강희석 신임 대표는 대부분의 신세계그룹 임원보다 나이가 적다. 이번 인사가 신세계그룹 세대교체의 ‘트리거’로 불리는 이유다. 강 대표는 외부 영입이지만, 신세계 관련 여러 컨설팅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출신의 신선함과 함께 이마트를 잘 아는 장점을 함께 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월마트의 부활 성공 사례에 관심을 가지고 강 신임 대표가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했을 때 이와 관련된 컨설팅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생존 전략을 강 대표에게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의 절박함과 혁신에 대한 의욕이 엿보이는 이번 인사에도 아쉬움은 따른다. 이는 오너가 추진했던 전략을 충실히 수행했던 전문 경영인에게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묻는 모양새에서 나온다.

과거 이마트가 삐에로쑈핑과 스타필드, 트레이더스의 성공 사례를 이어갔을 때 경제계에서는 이를 정용진 부회장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에 기인한 것이라고 칭송했다. 그렇다면 이마트의 영업실적 하락의 책임 역시 전문 경영인에 앞서 오너에게 먼저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이마트 인사에서 오너의 책임과 반성은 찾지 못하겠다.

“이마트는 오너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의해 초저가 전략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롯데마트나 홈플러스는 오너의 입김이 약해 누군가 책임지고 (적자가 예견되는) 이런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기 어려워요. 이것이 이마트의 장점입니다. 하지만 이마트의 부진이 지속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질까요, 오너가 질까요?”

지난 8월,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 마트의 부진이 깊어갔을 때 한 유통업계 인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이 예언처럼 적중된 현실이 씁쓸하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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