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야심차게 내놓은 ‘테라’의 초반 인기가 심상치 않다.
하이트진로는 출시 101일인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테라의 판매량이 1억병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초당 11.6병 판매된 꼴로 국내 성인 1인당 2.4병 마신 양이고, 국내 맥주 브랜드 기록이기도 하다.
테라가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면서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1993년 출시돼 맥주 시장을 뒤흔들었던 하이트의 신화를 떠올리고 있다.
하이트는 하이트진로가 크라운맥주를 생산하던 조선맥주이던 시절, 오비맥주에 밀려 늘 시장점유율 2위였던 회사를 1위로 올렸던 효자상품이었다.
1993년 출시 후 지하 150m 암반수로 만들었다는 마케팅 포인트로 돌풍을 일으킨 하이트는 서울 기준 9 대 1에 가까웠던 오비맥주와의 격차를 단숨에 만회해 90년대 대표 맥주로 자리매김했다.
그후 조선맥주는 하이트맥주로 아예 회사명을 바꿀 정도로 이 제품은 크게 히트했다. 비록 오비맥주가 카스를 합병하면서 몇 년 만에 다시 시장점유율 1위를 내어주었지만, 중장년층에게는 변할 것 같지 않게 공고했던 맥주의 선호도가 요동쳤던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하이트의 전성시대는 그리 길지 못했다. 2000년대 접어들어 맥주의 트렌드가 소맥(소주+맥주)으로 넘어가면서 카스가 소주에 어울리는 술로 자리매김하며 하이트의 브랜드 파워는 약해져만 갔다.
하이트는 ‘맥스’와 ‘드라이디’ 등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았지만 레귤러 맥주에서의 약세는 틈새시장조차 허락하지 않고, 맥주시장은 소위 ‘1강 카스, 1중 하이트, 1약 피츠’ 체제로 고착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하이트가 돌풍을 일으킨 지 26년만인 2019년, 드디어 맥주시장의 균열 움직임이 포착됐다. 하이트맥주가 하이트 브랜드를 과감히 포기하고 내놓은 ‘청정라거-테라’는 분명히 시장을 흔들고 있다.
특히 레귤러 맥주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유흥시장에서 하이트진로는 2년간의 내리막 추세를 마감하고, 올해 6월 전년 동월 대비 45% 상승을 기록했다.
물론, 브랜드 출시 초기라 막대한 마케팅의 효과로 볼 수도 있지만, 하이트의 기존 브랜드들은 그 효과 자체도 소용없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테라의 판매 추이는 분명히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하이트진로 역시 여름을 맞아 테라 생맥주 출시를 기점으로 맥주 시장의 판도 변화를 모색한다는 각오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분명히 테라의 초기 반응은 돌풍”이라면서 “이 추세가 계속 이어져 맥주시장의 판도가 양강 구도로 재편될 수 있을지는 1년 중 맥주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7~8월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테라’발 맥주시장의 재편이 과연 일어날 수 있을지 1993년 하이트 돌풍을 기억하는 필자로서도 무척 궁금한 일이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