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기준, 세계 7대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비중 3% 내외 예상
'최대 4%' 전망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 하지만 '1차 캐즘'은 지나
어느 순간 사라진 '전기차vs수소차' 구도, 그 이유는?
"2019년은 전기차가 '죽음의 계곡'에서 빠져나오는 원년이 될 것."
2019년이 두 달 남짓 남은 현재, 올해 초 자동차업계 안팎에서 제기된 이같은 전망이 과연 실현될지 주목된다.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7개 자동차 시장의 승용차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5.6% 줄어든 3117만대로 집계됐다.
세계 7개 주요 자동차 시장인 중국·미국·EU·인도·러시아·멕시코·브라질 가운데 브라질(11.3% 증가)을 제외한 6개 시장에서 판매량이 일제히 감소했다.
특히, 현재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이 감소율 11.0%로 판매량이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향후 중국과 함께 세계 빅2를 구성할 것으로 예견되는 인도도 감소율 10.3%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큰 판매량 감소를 기록했다.
멕시코가 6.4%, EU가 3.1%, 러시아가 2.4%, 미국이 1.9% 순으로 올 상반기 승용차 판매량이 감소했다. 한국도 예외랄 것 없이 판매량이 3.7% 감소했다.
반면, 전기차(EV)는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시장서 총 84만9672대가 팔리며, 전년동기대비 68.1%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전체 자동차 판매가 줄어든 와중에 전기차 판매는 1.7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시장서 총 25만6253대가 팔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까지 포함하면, 올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110만5925대에 이른다.
이 판매량은,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 7곳의 전체 판매량(3117만대)을 기준으로 삼으면 점유율 3.5%에 이르는 수치다.
올초 전기차 판매량 점유율이 '최대 4%'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엔 미치지 못하지만,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1차 캐즘 영역인 점유율 2.5%를 넘어선 수치다. 작년 미국 자동차 시장서 전기차 점유율은 2.1%였다.
한편, 국내 시장을 보면, 올해 1~8월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15만5425대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전기차(EV+PHEV) 판매량은 2만6085대였다. 전기차 점유율은 2.3%로, 전년동기대비 0.9%p 상승했다.
점유율이 전년동기대비 크게 상승했으나,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1차 캐즘(죽음의 계곡)을 돌파하는 기준이 점유율 2.5%인 점을 고려하면, 죽음의 계곡 문턱에 와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경영연구원의 박재범 수석연구원은 올해 전기차 시장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박재범 연구원은 올해 1월 '2019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전망'이란 보고서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 자동차 시장서 점유율 4%를 넘어서면서 2019년은 전기차가 '죽음의 계곡'에서 빠져나오는 기념비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약 9250만대, 전기차 판매량은 약 400만대를 예상했다.
박재범 연구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올해 연말에는 연초에 예상했던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하는데 전기차 판매량은 증가한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전기차 시장이 '죽음의 계곡' 지난 것의 다른 의미
그러면서 올초까지 꾸준히 언급됐다 최근 잠잠해진 '전기차vs수소차' 구도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덧붙였다.
박재범 연구원은 "증가율만 보면 수소차가 더 높지만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높지 않다"며 "특히, 전기차 인프라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소차가 부족한 인프라 문제를 (당분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8월 국내 수소차 판매량은 총 2145대로, 전년동기대비 무려 700.4%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수소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0.18%로, 전년동기(0.02%)대비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수소차 점유율 0.18%는 전기차(2.3%)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국내외 전기차 시장이 '죽음의 계곡'을 지나면서, 올해는 전기차가 수소차에 확실히 우위를 점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재범 연구원은 "전기차 대비 수소차 장점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인데, 전기차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도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무한대로 늘어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 점이 전기차에게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10년 뒤인 2030년엔 전기차와 수소차가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