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화질 떨어지지만..." 소비자가 삼성 QLED TV를 선택한 '진짜' 이유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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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화질 떨어지지만..." 소비자가 삼성 QLED TV를 선택한 '진짜' 이유 3가지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09.24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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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대형 전자매장에서 들은 '진짜' 소비자 목소리
- "초프리미엄 TV를 일반 가정에서 사용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시장을 두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LG전자는 “QLED TV는 OLED TV보다 화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소비자의 선택은 결국 QLED TV”라며 맞대응하는 양상이다.

양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소비자는 LG OLED TV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삼성 QLED TV를 더 많이 구매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대다수의 구매자가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삼성 QLED TV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일반적인 TV 사용 목적에 맞춰 합리적 판단하에’ 구매를 결정한 것으로 취재됐다.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대형 전자매장을 찾았다. 삼성전자의 QLED TV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진짜’ 이유를 듣기 위해서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제품을 구매할 고객이 ‘가장 유명한’ 두 기업의 제품을 비교하지 않고 QLED TV를 더 많이 선택하진 않았을 터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대형 전자 매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매장이 나란히 입점해 있는 모습. [정두용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대형 전자 매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매장이 나란히 입점해 있는 모습. [정두용 기자]

대다수의 가전양판점엔 양사의 매장이 나란히 입점 돼 있다. 기자가 방문한 전자매장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디어를 통해 다투고 있는 ‘기술력 전쟁’보다 더욱 치열한 ‘판매 경쟁’이 이곳에서 벌어진다. 고객은 몇 걸음만 옮기면 양사의 최고 기술력이 접목된 TV를 직접 만지고 눈으로 보며 비교할 수 있다.

판매 현장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종합해 취재한 결과, 소비자가 OLED TV보다 다소 화질이 떨어진다는 QLED TV를 구매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나타났다. ①가격 차이 ②맨눈으로 구분하기 힘든 화질 차이 ③삼성전자 브랜드 이미지가 그것이다.

이유를 종합하면 ‘삼성이나 LG정도 되는 기업에서 만든 같은 크기 TV 중 가격이 더 저렴한 TV를 선택한 것’이 된다. 충분히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 더욱이 매장에서 직접 봐도 크게 화질 차이를 크게 못 느끼는 소비자가 많았다.

QLED TV가 가지고 있는 일부 단점은 ‘가격 차이’를 생각한다면 그리 크지 않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인 가정의 TV 사용 목적에 비춰봤을 때, OLED TV보다 QLED TV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가전양판점 관계자의 의견이었다.

2개월 전 결혼을 했다는 한 부부는 매장에서 기자와 만나 “일반적으로 TV를 구매할 때 빛이 나는 원리까진 따지진 않는다”면서 “눈으로 봤을 때 선명하고, 이만하면 괜찮겠다고 싶은 TV 중 가격이 더 저렴한 것으로 구매하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20대 남성 고객도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고 주변에서 너무 많이 들어서 세뇌될 정도”라면서도 “직접 제품을 보면 그 정도 차이가 나는지 잘 모르겠다. 삼성 TV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모델들이 삼성 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점에서 화질에서 스마트 기능까지 완전히 새로워진 2019년형 'Q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모델들이 삼성 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점에서 2019년형 'Q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QLED를 선택한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가격 차이’
◇“LG전자, 프리미엄ㆍ기술력 강조하다 중요한 지점 놓치는지 고려해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QLED 4K TV와 OLED 4K TV는 같은 크기에서 모두 LG전자의 제품 가격이 높았다.

특히 매장에서 가장 많이 찾는 크기 중 하나인 65인치(163cm) TV의 경우 15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했다. 삼성전자 QLED 4K TV 모델(QN65Q60RAF)은 200만원 선에 구매할 수 있다. 반면 LG전자 OLED 4K TV 모델(OLED65B9CNA)은 350만원 선에 가격 대가 형성돼 있다.

55인치(138cm)에서도 가격 차이는 여전했다. 삼성전자 QLED 4K TV 모델(QN55Q60RAF)은 150만원 선에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반면, LG전자의 OLED 4K TV 모델(OLED55B9CNA)은 220만원 대에 구매할 수 있다.

위 제품은 실제로 매장에서 해당 크기의 TV를 고객이 찾으면, 판매원이 고객에게 주로 추천해주는 TV 모델 중 하나다. 소비자 입장에선 눈으로 크게 비교가 불가한 화질 차이가 나는 같은 크기의 TV가 100만원 넘게 차이가 나게 다가오는 셈이다.

한 신혼부부도 “100만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나는 걸 본 뒤로 제품에 대한 설명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면서 “삼성 QLED TV도 충분히 프리미엄 제품으로 생각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대형 전자 매장에 입점한 LG전자 TV 매장의 모습. [정두용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대형 전자 매장에 입점한 LG전자 TV 매장의 모습. [정두용 기자]

이 같은 가격 차이는 75인치(190cm) 이상의 대형ㆍ프리미엄 제품일수록 심해진다. 비슷한 크기ㆍ화소수의 제품도 1000만원 이상 OLED TV가 비싼 경우도 있다. 8K 제품군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가격이라면, OLED보다 QLED를 한 규격 더 큰 제품으로 구매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OLED가 더 까다로운 기술이 적용돼 비쌀 수밖에 없다”면서 “가격 차이만큼 소비자에게 경쟁사 대비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 LG전자가 기술력과 프리미엄을 강조하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조언했다.

김아무개(45) 씨도 “요즘 나오는 TV는 제조사를 불문하고 화질이 매우 좋아서 가격이 구매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LG전자가 말하는 초프리미엄 TV를 일반 가정에서 사용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폰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TV는 삼성과 LG의 품질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면서 “실제로 매장을 방문해 비교해도 그렇게 느껴졌고, 삼성 TV 화질에 만족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최근 QLED 4K TV를 온라인을 통해 구매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대형 전자 매장에 입점한 삼성전자 TV 매장의 모습. [정두용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대형 전자 매장에 입점한 삼성전자 TV 매장의 모습. [정두용 기자]

◇LG전자 “QLED TV는 LCD TV에 불과” vs 삼성전자 “OLED와 시장 점유 비교 불가”

LG전자는 지난 11일 독일 메세 베를린에서 막을 내린 IFA2019에서부터 지속해서 삼성전자 QLED TV에 대한 맹공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의 QLED 8K TV는 4K 수준의 화질이며,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임에도 ‘QLED’라는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광고한다”는 것이 비난의 핵심 내용이다.

LG전자는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를 표시광고법 위반행위로 신고했다. 기술 고도화에 따라 제조사가 별도로 설명해 주지 않는 이상 소비자는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합리적인 제품 선택을 저해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LG전자 측의 입장이다.

LG전자가 QLED 8K TV의 화질이 4K 수준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ICDM(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가 정립한 ‘디스플레이표준평가법’에 있다. 이들은 해상도 충족조건으로 화질선명도 50% 이상을 제시했다. LG전자가 독일 화질 인증업체인 인터텍·VDE에 경쟁사들의 TV 화질선명도(CM) 조사를 의뢰한 결과, 삼성전자 QLED 8K TV는 세로 화질 선명도 91%지만 가로 화질 선명도는 12%에 불과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QLED(왼쪽)와 4K 올레드 TV 화질을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QLED(왼쪽)와 4K 올레드 TV 화질을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제품은 QLED TV”라며 이에 맞섰다. 삼성전자 측은 22일 자료를 내고 “2017년 출시한 QLED TV 누적 판매량이 540만대를 돌파하며 글로벌 TV 시장 1위를 굳건히 했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에만 200만대가 판매되며, 지난해 동기(87만대) 대비 127%가 증가했다.

IHS마킷에 최근 보고서에서도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금액 기준 올 2분기 시장 점유율 31.5%를 기록하며 14년 연속 1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LG전자는 같은 기간 2위를 기록했지만, 점유율은 16.5%에 그쳤다.

삼성전자 측은 “하반기 300만대의 QLED TV 판매를 전망해 연간 500만대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년(260만대) 대비 92% 증가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올 상반기 OLED TV 전체 판매량은 122만대로 전년 동기(106만대) 대비 15% 성장에 그쳤다고 삼성전자 측은 꼬집었다. 삼성전자는 QLED TV와 OLED TV 간 시장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대형 전자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LG전자의 시그니처 OLED TV의 가격.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대형 전자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LG전자의 시그니처 OLED TV의 가격. [정두용 기자]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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