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 바람에 핀테크 몸값 '고공행진'...금융사, “협업할까, 반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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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혁신 바람에 핀테크 몸값 '고공행진'...금융사, “협업할까, 반격할까”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9.1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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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 금융산업 침투 가속화...국가 간 지원책도 ‘봇물’
- 카카오뱅크 비롯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페이코 등 금융 플랫폼 몸값 '쑥'
- 금융 플랫폼 대세론으로 본 전통 금융사의 미래, ‘협업’인가 ‘반격’인가
녹색경제신문

 

지난 4일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핀테크 투자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기존 금융사가 핀테크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핀테크 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 향후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 간 협업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 금융산업 침투 가속화...국가 간 지원책도 ‘봇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른바 ‘빅테크(Big Tech)’ 기업이라 불리는 아마존, 알리바바,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대형 IT기업들이 기존 금융서비스 영역을 빠르고 깊숙하게 침투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금융사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도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고, 간편하고 친근한 방식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플랫폼들이 대중 생활에 밀착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어 금융사들이 거센 도전을 받는 상황이다.

이 같은 금융산업 혁신 흐름은 전 세계적인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영국,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도 IT 기반 금융서비스 혁신이 기존 금융산업에 주는 영향을 간파하고 자국 금융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기존 금융사에게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앞세워 매서운 채찍을 드는 반면 핀테크 산업을 위시한 혁신금융 분야에서는 금융당국이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앞장서 ‘역대급’ 속도를 내며 금융산업 혁신에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시작으로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보수적인 금융시장에서 기존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금융결제원이 공동결제시스템(오픈뱅킹) 이용기관 사전신청을 받았고, 오는 12월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또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도 마련되면서 혁신금융서비스 도입을 앞당기고 있다.

 

자료=대신증권

 

▲카카오뱅크 비롯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페이코 등 금융 플랫폼 몸값 '쑥'

그동안 느긋한 모습을 보였던 금융사들이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든 건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부터다.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금융서비스 성공신화는 현재 진행 중으로 지금도 금융사를 새로 쓰고 있다.

카카오뱅크 2년 만인 지난 7월 11일 이용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기간에 발행된 체크카드 수만 해도 무려 800만 장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분기부터는 흑자를 내기 시작해 2분기까지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2분기 대출자산과 예금이 지난 1분기보다 각각 17.1%, 18% 증가하면서 이익 기반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최소 4~5조 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금융사 중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지난 11일 종가 기준 20조 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 신한금융지주다. 은행, 보험, 증권, 카드, 캐피탈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지주 몸값의 4분의 1 또는 5분의 1정도의 기업 가치로 출범 2년 만에 평가 받게 된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달 8일 간편결제 서비스 출시 5년 만에 가입자 수 3000만 명을 돌파했다. 카카오페이 플랫폼 내에는 결제뿐 아니라 송금, 환전, 여행보험, 인증, 배송, 청구서, 투자 등 각종 제휴 서비스가 마련돼 일종의 금융 백화점과 같은 모습으로 이용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이 플랫폼에서는 올 상반기 22조 원 가량이 거래돼 이미 작년 거래액을 초과 달성한 상태다.

국내 검색시장 1위 포털 기업 네이버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검색서비스 주도권을 기반으로 커머스, 광고, 결제사업을 연계시켜 엄청난 속도로 자체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네이버 내 쇼핑, 콘텐츠 등 결제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26% 증가한 9조 8000억 원 정도로 오픈마켓 절대 강자인 쿠팡과 비교해서도 더 높은 결제액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는 11월 네이버페이를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할 예정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로부터 5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한국투자금융과 손잡은 카카오와 대적하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지난 7월 기준 월 거래액은 1조 4000억 원, 월간 결제자 수는 1090만 명으로 하반기부터는 오프라인 영역으로 사용범위를 확장시킬 예정이다.

네이버파이낸셜 역시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비롯해 송금, 대출, 보험, 투자, 환전 등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계획이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최소 3조 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빅테크기업이 아닌 유니콘기업도 나왔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대표 이승건)가 대표적이다. 간편송금 서비스부터 시작해 모바일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간편함을 강력한 무기로 삼아 기존 금융서비스를 불편한 경험으로 만들어 1020세대 중심에서 3040세대까지 고객 연령대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 1300만 명의 회원 수를 확보하고 있고, 출시 후 누적송금액은 51조 원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달 기존 투자사들로부터 6400만 달러의 추가 투자를 유치해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한화 기준으로 약 30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투자 유치 시 평가된 기업가치는 미화 기준 약 22억 달러(한화 기준 2조 7000억 원)에 이른다고 토스 측은 밝혔다.

이외에도 지난 7월 75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한 NHN페이코는 당시 약 7300억 원 규모로 기업가치를 평가 받았고, 개인 돈 관리 서비스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는 시리즈 C 투자로 450억 원을 유치하면서 기업 가치를 3000억 원 정도로 인정 받았다.

 

자료=삼성증권
자료=삼성증권

 

▲금융 플랫폼 대세론으로 본 전통 금융사의 미래, ‘협업’인가 ‘반격’인가

지난 1994년 빌게이츠가 물리적 은행의 도태를 언급하며 “금융서비스는 필요하지만 은행은 그렇지 않다(Banking is necessary, banks are not)"라고 예언한 게 현실이 되고 있는 말이 회자된 것은 25년이 지나서다. 그만큼 기회는 늦게 왔지만 변화의 속도는 번개 같이 빠르고 강도는 허리케인급으로 금융 생태계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금융사들는 리스크 관리에 대한 취약점을 보강하고, M&A를 통해 덩치를 불리는 방법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 수익 파이프라인 다각화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 왔다. 반면에 비금융 기반 대형 IT회사들은 서비스, 유통, 미디어 등 다양한 사업군을 집어 삼키다가 최근 2년 간 거대한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고 비대면 채널 활성화에 나섰다.

이제는 금융 소비자들도 적극적으로 지점을 찾지 않는다.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금융 시스템에 접속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러한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기존 금융서비스 영역은 재빨리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간편결제나 간편송금처럼 고객의 시간과 노력, 비용을 대폭 줄여주는 서비스가 출현하자 기존 금융사의 고객 이탈도 빨라졌다.

금융사도 변화가 생각보다 빨라지자 지켜보겠다는 자세에서 팔짱을 풀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그간 쌓아놓은 이익과 핀테크 기업이 당장 진입할 수 없는 수익 파이프라인이 견고하고, 그 중 몇 개 사라진다한들 인력·지점 축소 등 고정비 감축만으로도 몇 년 이상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금융사들끼리 앞다퉈 핀테크 기업들과 업무 제휴를 강화하고, 비대면 마케팅 채널과 플랫폼 구축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한편, 금융사들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면 빅테크 기업들도 경쟁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아직 빅테크 기업들조차도 대형 금융사에 비하면 인적 자원이나 자본력이 크게 뒤처진다. 기득권을 쥔 기존 금융권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높게 쌓아올린 진입장벽도 견고해 쉽게 뚫리지 않을 것이며, 경쟁 관계 정도는 될 수 있지만 전복되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금융권에서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아직 취약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 중심으로 고령층이나 금융 소외계층의 고객서비스 측면에서 대면 서비스에 비해 장점이 부족하고, IT기업 태생이라 IT보안에는 강점을 가질 수 있어도 인적 보안 프로세스나 내부통제, 비상상황 발생 시 고객 보호 절차 등 소비자 보호 분야에서 고객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핀테크 기업에 출자해 다양한 형태로 협업하고, 고객들에게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금융사들이 고객 중심 금융혁신의 주도자가 돼 스스로 선도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또한 핀테크 회사들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있는 정책을 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융 플랫폼 기업들이 노리고 있는 비즈니스는 기존 금융사 업권 중 보험, 카드, 대출 등에서 발생하는 모집인 수수료로 그 규모만 수조 원 시장”라며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유리해 보이는 사업 같아도 금융 비즈니스는 소비자 보호 관련 전문성과 경험치가 중요한 만큼 가입자 모집과 백화점식 상품 진열이 다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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