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다" "나비효과 만들자" 현대차 노조 '8년 만 무분규' 임단협 타결에 '칭찬·기대' 쏟아져
상태바
"잘했다" "나비효과 만들자" 현대차 노조 '8년 만 무분규' 임단협 타결에 '칭찬·기대' 쏟아져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9.03 1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차 노조, '파업 없이' 사측과 임단협 타결... 상견례 시작 3달 만
이낙연 총리, "현대차 노사, 성숙한 결단에 감사드린다" 
김필수 교수, "이런 샘플을 다른 기업이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하지만... '어닝 서프라이즈' 현대차와 달리 다른 곳 사정 좋지 않아
"이익 지지부진한데, 현대차처럼 '임금 인상' 요구 수용 어려워" 지적도

올해 임단협을 8년 만에 파업 없이 무분규 완전 타결 지은 현대차 노조에 업계 안팎으로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좋은 선례를 남겼다"며 현재 임단협을 진행 중인 다른 완성차업체 노조들에게 나비효과가 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하언태 현대차 부사장과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등 노사 대표는 이날 오후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임단협(임금및단체협약) 타결 조인식을 열었다. 

지난 5월30일 첫 상견례 이후 97일 만으로, 노조는 2011년 이후 8년 만에 파업 없이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했다. 

노사 양측은 현대차가 올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과, 현재 미중 무역갈등과 한일 무역갈등으로 국내외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교섭을 빠르게 타결지었다. 

3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열린 노사의 임단협 조인식에서 하언태 부사장(오른쪽)과 하부영 노조 지부장(왼쪽)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3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열린 노사의 임단협 조인식에서 하언태 부사장(오른쪽)과 하부영 노조 지부장(왼쪽)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노사 모두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도 끝까지 '밀당'하던 예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에 정부, 재계, 학계 등에서 현대차 노조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8일 국무회의에서 "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터에 일본의 경제공격까지 받고 있어 노사 대립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는 이낙연 총리는 3일 국무회의에서 현대차 노사 양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총리는 "현대차 노사는 (여러) 어려움을 고려해 분규 없는 임단협 타결과 소재·부품의 국산화 등을 결단했다"며 "성숙한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번 결단은 노사 문화의 발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기대감을 담아 덧붙였다. 

이같은 기대감은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차 등 완성차업체 노조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에게서도 찾을 수 있었다. 

김필수 교수는 '이번 현대차 노조의 선택에 어떻게 평가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굉장히 잘했다.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라고 운을 뗀 뒤,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해 연례 행사인 파업이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빠른 임단협 타결로 현대차가 하반기에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런 샘플을 다른 기업들이 벤칭마킹했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해 한 걸음씩 양보해 임단협을 빠르게 마무리한 사례가 "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다른 곳에서 참조할 만한 사례라는 것. 

이낙연 국무총리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 점은 일반적으로 노조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재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재계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대로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사 양쪽이 서로 양보했다는 점에서 좋은 선례가 됐다"며 "다른 완성차업체들에게 모범적 사례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재계관계자는 특히, 노사가 통상임금 문제에서 합의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노조는 지난 2013년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으나,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곧 열릴 대법원 판결에서도 원심을 뒤집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특히, 현대차처럼 통상임금 '고정성' 여부가 핵심이던 올해 5월 강원랜드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에서 노조가 패소한 게 컸다. 

당시 대법원은 '15일 미만 일한 직원들에겐 정기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강원랜드 규정을 근거로 지급 조건이 있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현대차 역시 똑같은 규정이 있어 노조의 패소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노사가 근속기간에 따라 조합원에게 격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잠정합의안에 담으면서, 노사 양쪽이 첨예하게 부딪히던 문제가 해결됐다. 

현대차는 격려금을 지급하는 대신, 상여금 일부(기본급의 600%)를 매월 통상임금에 나눠 지급하는 것으로 올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발생한 최저임금 위반 문제를 해결했다. 

노조는 격려금을 얻었고, 현대차는 최저임금 위반 문제를 해결했다. 무엇보다 무분규 타결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없앴다. 소위 말해 '윈-윈(win-win)' 전략의 성공이었다.

[자료
올 상반기 현대차는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쌍용차도 신차 효과로 상반기에 생산량이 증가했고 내수 판매량도 증가했지만, 10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자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산업통상자원부]

◆ 남은 과제: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냐, 다른 곳도 현대차 노사처럼 할 수 있느냐

다른 재계관계자는 "현대차 노사의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환영한다"면서도 "다른 업체들이 참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분규 임단협 타결 배경엔 현대차의 올 1·2분기 실적 개선이 있다"며 "현대차처럼 이익이 반등하지 않은 기업들이 노조의 '인센티브 인상' 등의 요구를 들어주는 건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1.1% 증가한 8249억원을 기록했고, 2분기 영업이익도 30.2% 증가한 1조2377억원을 기록했다. 

1·2분기 실적 모두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돈 것으로, '어닝 쇼크'가 아닌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실적 개선이 없었다면, 과연 현대차가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 등을 들어줄 수 있었겠냐는 것. 

위 재계관계자는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실적 악화로 오히려 구조조정을 해야 할 시기일 뿐 아니라 합작기업으로 본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에서, 임금 인상을 골자로 한 노조의 요구를 일부 받는 식으로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짓는 건 이 업체들에겐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GM 노조 총력 투쟁 결의대회. [사진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연합뉴스]
한국GM 노조 총력 투쟁 결의대회. [사진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연합뉴스]

올 상반기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한국GM과 르노삼성만 생산량이 감소했다. 쌍용차는 6.7% 늘었지만, 현재 10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과거 '인수 실패'와 '파업 장기화'에 따른 짙은 상처다. 쌍용차는 최근 임원 구조조정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미 8명의 임원이 짐을 쌌다.

재계관계자는 "노조들이 회사 상황을 고려해 협상에 임하는 태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올해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 지은 곳은 쌍용차와 현대차 2곳이다. 다른 3곳은 모두 올해 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한국GM 노조는 최근 부분파업을 진행했으며, 2일부터 6일까지 '성실교섭 기간'으로 정했다. 만일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전면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