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8년째파업] 현대차,'귀족노조' 비난 여론에 전전긍긍..."포퓰리즘 노조의 전형" 여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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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8년째파업] 현대차,'귀족노조' 비난 여론에 전전긍긍..."포퓰리즘 노조의 전형" 여론 확산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8.01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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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파업 돌입 여부 묻는 투표서 84.06%로 찬성 가결
내달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 내리면 '합법 파업' 권리 획득
이를 두고 온·오프라인서 '국가 상황' 고려해 자중해야 한다는 비판 들끓어
기업 관계자들, 정부가 노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

현대차 노조가 이틀간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전 조합원 대상 투표서 파업 찬성을 가결(투표자 대비 찬성 84.06%)한 가운데, 온·오프라인에선 현대차 노조가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가장 큰 반도체 산업이 난관에 봉착한 점을 언급하며, 현대차 노조가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회사측도 이런 '귀족 노조', '집단 이기주의 노조' 여론을 의식, 안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자동차 판매나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까 말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31일 기업관계자 A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현대차가 올 상반기에 신차 효과 등으로 지난해보다 실적을 개선한 상황에서 다시 발목을 잡히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어려움에 처한 것과 맞물려 우리 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작년 기준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20.9%. 하지만 올 1분기엔 17.5%로 줄어들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6조23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 넘게 감소한 실적을 보였고, 31일 공시한 올 2분기 영업이익도 6조6000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58% 줄어든 실적을 나타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보다 더 악화됐는데, 전년동기대비 89% 하락한 6376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와 포스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등도 올 2분기에 전년동기대비 감소한 실적을 보였다. 국가기간산업들이 일제히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

작년 8월23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 광장에서 노조가 임단협 투쟁 출정식을 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작년 8월23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 광장에서 노조가 임단협 투쟁 출정식을 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나마 현대차는 올 2분기에 전년동기대비 30.2%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최근 2년 연속 현대차 실적은 곤두박칠쳤다. 2018년엔 전년대비 47.1% 감소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기업관계자 B씨는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서 현대차만 상반기 실적이 좋은 편이라 노조가 이를 나눠 갖자고 하는데, 그럼 회사가 어려울 때는 임금을 올리지 않거나 줄일 것이냐"며 "노조는 회사와 함께 고통 분담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엔 ▲임금 12만3526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당기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안 등이 포함돼 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하는 것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장 만 64세(국민연금법에 따른 노령연금 수령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로 연장하는 것 등도 담겨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점차 줄면서 현대차의 경쟁업체들인 GM과 닛산, 포드 등이 노조와 함께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닛산은 글로벌 전체 인력의 7%가 넘는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혔고, 포드도 "수요와 생산을 일치시켜야 한다"며 유럽·캐나다 등에서 생산인력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자료=연합뉴스]
[자료=연합뉴스]

기업관계자 C씨는 "국가 경제가 어렵든, 회사가 어렵든, 이런 상황과 상관없이 노조가 항상 임금을 올려 달라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며 "이미 공유경제 확산으로 자동차 수요가 줄면서 공급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해결하기 힘든 현대차를 시장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2017년 기준 현대차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연간 평균임금은 9072만원으로 2005년과 비교해 81.1% 올랐고, 그해 토요타의 8503만원, 폴크스바겐의 8340만원보다 높다. 

토요타와 폴크스바겐은 현대차보다 글로벌 판매량과 매출 등에서 크게 앞서는 업체임에도 평균임금은 현대차보다 더 낮은 것이다. 매출액 대비 임금비중에서도 국내 5개사는 12.29%로, 토요타의 5.85%, 폴크스바겐의 9.95%보다 높다. 

그럼에도 차 1대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시간은 토요타와 GM 등보다 2시간에서 3시간가량 더 길다. 전형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한국 자동차산업인 것. 

특히, 현대차는 특정 자동차가 잘 팔려 생산물량을 늘려야 할 때도 노조와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정도로, 시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든 경직된 경영 환경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작년 12월 출시돼 3개월여 만에 계약 대수 5만5000여대를 돌파하고, 차량 인도까지 4~6개월 걸리는 팰리세이드를 증산하는 데까지 노사 합의 문제로 수일이 걸렸다.  그 사이 약 2만여명의 고객들이 계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현대차의 경직된 경영 환경을 알 수 있는 사례가 팰리세이드(사진) 증산 문제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로 차량 인도까지 4~6개월이 걸리자 현대차는 생산물량을 즉각 늘리고 싶었지만, 증산을 위해선 노조와 합의를 해야 한다는 (노사가 만든) 규정 때문에, 증산 결정까지 수일이 걸렸다. 노사 간에 두 번의 증산 합의가 이뤄졌지만, 제때 이뤄지지 않아 그 사이 예약 고객 가운데 2만명이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의 경직된 경영 환경을 알 수 있는 사례가 팰리세이드(사진) 증산 문제다. 

이같은 구조가 공고해진 데는 정부도 한몫을 차지한다. IMF때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노사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후 진보·보수 정권 할 것 없이, 이 노사관계를 푸는 데 손을 놓거나 노조의 요구를 적당히 들어주는 선에서 마무리했고,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공고해지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제조업들의 '탈 한국화'는 '가속화'됐다.  

기업관계자 D씨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노조도 여론을 신경쓰지 않는 상황에선 결국 기업이 노조의 요구를 적당히 들어주는 것밖에는 사실상 방법이 없다"며 "이같은 일이 매년 반복되다 보니 해결하기 힘든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 정부도 '고용'을 신경쓰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고용을 늘리고 싶다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하는데, 지금 정부가 과연 그러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의견은 비단 기업관계자들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jef*******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두 회사는 집단이기주의에 빠진 귀족노조, 회사 경영도 어렵고 시장도 어려운데 지네들 주머니 생각에 (당기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하니 회사가 투자할 자금은 어디서"라고 지적했다. 

또, 트위터 아이디 sb*******는 "일본이 고의적으로 왜곡한 역사인식으로 반성은 고사하고 경제침략이 발발한 중대 안보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파업을 한다면 국익을 고려치 않은 파업에 국민적 비판과 엄중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썼다. 

트위터 아이디 as******는 "소비자를 호구로 아는 낙수효과 없는 기업은 불매가 답이다. 시대에 맞게 차값 내려야 답이다. 그리고 노조도 노조 나름이다. 오죽하면 귀족노조라고 (사람들이) 비난을 퍼부을까. 배불렀다"고 비판했다. 

[자료=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자료=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특히, 현대차 생산시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울산 지역 시민들과 경제인들의 우려가 컸다. 

울산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산업의 급격한 시장환경 변화와 함께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가중, 저성장 국면의 지역경제 등으로 울산이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위기 탈출을 위해 지역 모든 구성원의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파업 투표 가결을 통한 파업수순을 밟는 것은 경제 불황을 더욱 가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노사 모두는 대화와 이해를 통해 지역과 한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북구 명촌동에 사는 주민 F(68)씨도 "매년 비슷한 시기에 상투적으로 파업을 하는 것 같은데, 노조원들이 고임금을 받는 상황에서 별로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며 "나도 젊었을 땐 노조 잘한다고 칭찬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시대가 변했으니 노조도 시대에 맞춰 행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이같은 반응이 '사측의 사주를 받은 보수 언론들의 공세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3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압도적 가격'이라는 제하의 성명서에서 "사측은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된 순간부터 가짜뉴스와 잘못된 정보로 현장을 흔들어 우리들의 단결력을 와해시키려 할 것"이라며 "또한, 사측의 사주를 받은 보수 언론들은 정당한 파업을 비난하며 '귀족노조'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색깔론으로 공세를 취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현대차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기에 앞서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행위 조정 신청을 했다. 내달 1일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론을 내리면, 현대차 노조는 합법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파업하면, 8년 연속이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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