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단속반 뜨자 강남 부동산업소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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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단속반 뜨자 강남 부동산업소 '숨바꼭질'
  • 정희조 기자
  • 승인 2018.01.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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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자들은 항상 있다…부동산중개소, 문 걸어 잠근 채 휴대전화에만 응대
부동산 업체들은 거래가 없다며 정부의 규제 방향을 비판하는 추세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지난 16일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모여 있는 상가는 추위가 한결 풀렸음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던 예전의 활기는 찾아 볼 수 없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강남 일대 부동산 투기를 단속하기 위한 정부의 합동단속반이 활동에 들어간 탓인지 각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오후 2시 한창 일할 시간임에도 문을 걸어 잠근 실내가 어두웠으나 몇명 중개업소에서는 어두운 실내에서 목소리가 들려 실제로는 안에 사람이 있는 듯했다.

문 앞에 달려있는 명함 박스와 2~3장 밖에 남아있지 않은 명함은 여전히 중개인과 중개소를 찾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줬다. 

실내에 사람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중개업소의 명함에 있는 휴대전화 번호를 따라 전화를 걸어 봤다.

이내 수화기 넘어로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으며, 전화를 통해 이런 저런 질문을 하자 아파트를 사거나, 팔려는 고객이 아니란 것을 눈치챘는 지 서둘러 통화를 마치려는 눈치였지만 물건을 내놓거나 물건을 보고 싶어하는 고객이라면 한달음에 달려올 것 같은 느낌은 충분했다. 

◆ ‘수요 제한’ 소용없어…부동산업계, 정부 규제 방향 비판

지난 11일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불법 거래 단속을 무기한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집값이 고공행진 중인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부동산 업체들은 비상이 떨어진 상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단속 중에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강남권 부동산 업체들은 단속을 피해 문을 닫아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16일 오후 1시 30분 가장 사람들이 붐비는 점심시간이지만 강남구 대치동의 재건축 예정인  은마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상가는 어둡고 한산했다. 부동산 업체들은 사무실이 비어있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모두 불이 꺼져 있었고 문은 잠겨 있었다. 

잠겨있던 한 부동산 문을 잡아당기고 돌아설 때 쯤 문이 살짝 열리며 부동산 중개사가 나왔다. 왜 문을 잠그고 있냐고 묻자 “현재 단속 기간이라 모든 부동산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래도 없는데 불법 거래 단속을 왜 실시하는지 의문이다”고 토로했다. 

송파구 최대어로 알려진 재건축 예정 단지 잠실주공5단지 상가 역시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20~30여개의 부동산 업체가 모여 있는 라인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문 앞에 발을 내리고 문을 잠가버려 마치 일제히 휴가를 떠난 듯 했다. 

한 업체의 문을 두드리자 기자를 잠깐 확인한 뒤 살짝 문을 열어줬다. “현재 강남 부동산시장은 매도자가 부르는 호가가 시가가 되는 시장”이라며 “수요를 옥죄는 정부의 규제는 소용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거래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으는 부동산 업체들의 걸어 잠근 문 뒤로 두런두런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몇몇의 부동산은 가게 앞에 명함 박스를 달았다. 박스 안에는 평균 3~4장의 명함만이 남아있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강남은 여전히 잠재 수요자가 풍부한 시장이다”이라며 “강남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 제한 방식의 규제보다 강남의 역할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공급을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고 덧붙였다. 

정희조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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