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와 금융사 대결, 1라운드는 XX페이 판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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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와 금융사 대결, 1라운드는 XX페이 판정승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7.27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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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대금결제업자 제한적 소액 후불결제 도입
▲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 개요 (자료 = 금융위원회 제공)
▲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 개요 (자료 = 금융위원회 제공)

 

편의성의 창과 안정성의 방패가 격돌하는 형국이다.

이미 자신들의 '판'에서 지배적 지위를 확고히 한 이른바 빅테크들이 전통적·보수적 금융산업에 손을 뻗으며 한동안 이 대결은 관심을 집중시킬 것이다.

금융당국은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개편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24일 발표했다.

디지털금융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단지 한국의 상황만이 아니라 글로벌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비대면 산업으로서 간편결제와 송금의 확대, 인증기술의 발전, 플랫폼의 확산 등으로 크게 성장 중이다.

국내의 경우, 코로나19의 여파가 아니더라도, ICT 인프라 및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근성으로 확산세가 남달랐다.

가령 간편결제의 경우, 지난 2016년 하루 평균 255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2019년에는 1656억원으로 커졌다.

'토스' 등으로 대변되는 간편송금은 같은 기간 71억원에서 2177억원으로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이와 같은 디지털금융을 규율하는 법제도 체계는 낡은 것이다.

금융당국이 전면 개편을 추진하는 「전자금융거래법」은 지난 2006년 제정 이후 큰 변화가 없었다.

당시엔 스마트폰도 없었고, 수천억대 시장으로 성장한 다양한 서비스도 아이디어 수준에서 누군가의 머릿속에만 있었다.

'다소'의 변화가 있었다면, 종종 발생하는 전산·유출사고 등으로 인해 금융보안과 관련한 세부 규정만 10여 차례 개정됐다.

그 결과 한국의 디지털금융은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규제 장벽이 높다.

가령 한국에 비해 흔히들 금융서비스 활용이 '보수적'이라고 회자되는 일본만 하더라도, 자금이체업에 필요한 최저자본금은 10억원이다.

한국의 경우 30억원이 필요하다.

선불업의 경우에도 한국은 20억원, 미국은 3억원이면 된다.

금융당국은 종합혁신방안의 큰 틀을 ▲혁신서비스 제공 ▲신뢰·안전성 제고 ▲혁신기반 마련 ▲사이버 보안 확립 등의 네 가지 방향으로 마련했다.

특히 현실적인 측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혁신사업자 등장을 촉진하기 위해 진입규제를 대폭 낮춘 점이다.

아울러 이들의 비즈니스 활동폭을 크게 늘렸다.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대금결제업자에 대해 제한적인 소액 후불결제 기능을 도입하는 내용도 그중 하나다.

한도는 최대 30만원까지 제공하되, 신용카드와는 달리 현금서비스·리볼빙·할부서비스는 금지하며, 이자도 수취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한도가 적고 할부가 없다 뿐이지, 네이버·카카오페이 등의 빅테크 사업자에게 신용카드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

아울러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충전 한도도 현행 2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으로 높인다.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신용카드사들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빅테크의 판정승이라고 볼 수 있다.

한번 터진 물꼬를 틀어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기성 신용카드사들이 물길을 돌릴 수 있는 생각의 전환이 없다면, 가입 회원 수나 인지도, 다양한 고객정보를 비롯한 빅데이터 차원에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임은 자명하다.

금융당국이 기성 업권의 큰 반발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편에 나선 것은 금융서비스의 편의성 강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한번 편리한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들에게 다시 기존의 불편한 서비스로 돌아오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건전성, 안전성과 같은 담론도 사실 제도 차원에서 정비와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지, 개별 소비자들의 이용경험 차원에서는 그다지 설득력 있는 호소는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물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금융 건전성'과 관련한 이슈도 당국은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하다.

기존 금융사들이 자기자본과 시스템역량 등을 갖추고, 고객들의 신원확인이나 보이스피싱·자금세탁 등을 방지하기 위한 역량을 갖추는 데 수많은 투자를 해왔던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이와 같은 논리가 빈약하다는 것은 기성 금융권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유출·보안사고가 일어났던 점을 떠올려보면, 건전성을 논거로 삼는 것이 결국 누구 얼굴에 침뱉기인지 빤하다.

오히려 기성 금융권이 축적하고 있는 건전성 관리 노하우를 빅테크·핀테크기업에 적극 전수하며, 금융산업 생태계를 공유·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맏형으로서 책임이 아닐까 싶다.

기성 금융권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구태의연했던 러다이트로 기억될 지는 결국 자기결정에 달렸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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