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 '정중동 존재감'에 권영수 부회장 '가성비 속도전'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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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회장 '정중동 존재감'에 권영수 부회장 '가성비 속도전' 통했다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10.06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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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사이언스파크 구 회장 방문 전 권 부회장 답사...LG 미래 비전 등 상호 역할 중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6일로 취임 100일을 맞이한 가운데 정중동 행보 속에는 '가성비' 높은 속도전을 통해 당초 예상 보다 빠른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같은 구광모 회장의 존재감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권영수 LG 부회장의 철두철미한 보좌가 큰 역할을 하고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4세 경영체제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한 구광모 회장에게 그간 무슨 일이 있었고 앞으로 어떤 과제가 기다리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지난 5월, 고(故) 구본무 회장이 타계했다. 당시 만 40세의 구광모 상무는 6월 29일, 다섯단계 수직 상승해 회장직에 올랐다. 과거 LG가(家) 문화와 구별되는 그야말로 전광석화 '속도전' 인사였다. 재계에선 부회장을 거쳐 회장직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대외 활동 최소화, 가성비 최대 효과...권영수 LG 부회장 보좌 '속도전' 해결사 

특히 대외활동은 최소화하면서도 전광석화 같은 핵심 경영인 교체와 서브원, 판토스 등 지주회사의 자회사 매각작업을 속도감있게 진행하고 있다. 구광모 체제 안착과 함께 대외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이슈, 상속세 문제 등 해결 차원이다. 

구광모 LG 회장(좌측), 권영수 LG 부회장.

구광모식 '속도전'의 백미는 권영수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의 '원포인트 인사'였다. 별도의 취임행사 없이 곧바로 지주사 경영현안 챙기기에 나선 구광모 회장은 보름여만인 7월 중순 당시 하현회 전 ㈜LG 부회장과 권영수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의 임무를 '맞교대'했다.

정기 인사가 아닌 시기에 CEO를 교체한 사례가 거의 없는 LG그룹 관행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다.

권영수 부회장이 ㈜LG의 대표이사 부회장 겸 COO(최고운영책임자) 역할을 맡게 된 것. 구광모 회장을 보좌하는 2인자로서 사실상 실세다.

재계 관계자는 "권영수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사장,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LG 주력 계열사들을 두루 거친 인물로 구 회장 체제 조기안착과 미래먹거리를 챙기는데 최적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은 이어 지주회사 LG 인사팀장을 이명관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이명관 부사장은 권영수 부회장과 호흡을 맞추며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첫 연말 정기 인사에 대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시 LG는 구광모 회장이 연말까지 경영현안을 챙기면서도 경영구상을 위해 조용한 행보를 예고했다. 구광모 회장은 소탈한 성격처럼 LG 지주회사 직원들에게 자신을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 했다. LG가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에 '구광모 대표'로 표기가 되는 이유다. 

구광모 회장의 LG사이언스파크 방문은 그룹 내부 결속효과 및 리더십 동시 확보

하지만 구광모 회장은 '정중동' 행보지만  '무게감'있는 '속도전'이 계속 됐다. 

구광모 LG 회장(오른쪽)가 서울시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달 12일, LG그룹 최대 연구개발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전격 방문했다. 구광모 회장 방문에 앞서 권영수 부회장이 사전 답사 등 조율을 했다.

구광모 회장은 "LG의 미래에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한 사이언스파크에 선대 회장께서 큰 관심과 애정을 가지셨듯이 나 또한 우선 순위를 높게 두고 챙겨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행보는 구본무 선대회장의 후광효과를 바탕으로 내부 결속과 리더십을 동시에 확보한 포석인 셈이다. 

AI(인공지능), 로봇 등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미래 성장 동력 연구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구광모 회장의 존재감을 극대화한 것은 남북정상회담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평양행에 동행하면서 였다. 사실상 첫 대외 공식 데뷔전을 '선방'했다. 재계 '막내'였지만 차세대 리더로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 방북 동행이 구광모 회장에게는 일석이조인 결과다.  

최근 들어, 구광모 회장이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정위의 내부거래 등 이슈에 선제적으로 정면돌파하는 동시에 상속세 자금 마련도 해결하겠다는 다목적 포석이다. 선대회장인 구본무 회장의 '정도경영'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우선 종합물류 계열사인 판토스 보유 지분 전량(7.5%)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여동생 구연경 씨 등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까지 19.9%(39만8000주)를 모두 미래에셋대우에 매각한다. 판토스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LG→LG상사→판토스로 출자구조가 단순화된다.

LG는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라는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판토스 지분 매각대금은 상속세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 구본무 회장이 타계한 5월 기준으로  6개월이 되는 11월말까지 납부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상속세는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11.28%)을 모두 상속받을 경우 90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구광모 회장 방북 동행, 대내외 리더십 제고...4세 경영체제 안착 후 미래 비전 집중

방북 당시 구광모 LG 회장(오른쪽에서 안쪽 세번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맨 오른쪽), 최태원 SK 회장(사진 찍는 사람) 등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서브원의 소모성자재(MRO) 사업부를 분할매각할 계획이다. ㈜LG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서브원은 대기업의 MRO 사업 운영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응하고 사업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분할매각과 외부 자본 유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후 100일간 대부분 일정을 그룹 및 계열사 파악과 경영구상에 몰두했다. 지난 7월과 10월 임원세미나도 열지 않았다. LG는 그룹 최고경영진과 임원을 대상으로 매년 3월, 5월, 7월, 10월 임원세미나를 진행해 왔지만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이후 중단됐다. 

이는 11월 초부터 시작되는 사업보고회를 거쳐 연말 인사 등 경영구상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광모 회장에게는 LG의 미래 비전을 비롯 산적한 과제도 많다. 이러한 여러 과제는 권영수 부회장의 보좌와 지원이 특히 중요하다. 구광모 회장은 여론조사에서 차세대 리더 1위, 권영수 부회장은 대학생이 선호하는 경영인 톱10에 포함된다. 

구광모 회장은 이제 경영권 승계 마무리 단계인 상속세를 해결해야 한다.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자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 문제도 방향을 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AI, 로봇, 전장(전자장치) 등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인수합병 및 투자 등도 결정해야 한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과 LG디스플레이 LCD 부문의 적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실적과 성과로 경영 능력도 인정받아야 한다. 

11월말 예정인 정기인사는 구광모 회장의 색깔을 보여줄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부회장 6인 체제 변화 가능성과 인사 폭에 관심이 모아진다. 젊은 리더인 만큼 발탁 인사 등도 예상된다. 일부 세대교체는 불가피하다. 

재계 관계자는 “예상 보다 빠르게 4세 경영체제를 조기 안착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고위 임원진 인사 등을 보면 구광모식 경영 구상이 어느정도 가시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한지 100일 동안 4세 경영체제 안착에 성공한 만큼 앞으로 어떻게 그룹의 미래와 경영 구상을 구체화하여 보여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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