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의원 인터뷰 下] "모든 재벌 문제의 근원은 경영권 대물림에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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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배 의원 인터뷰 下] "모든 재벌 문제의 근원은 경영권 대물림에서 출발"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10.0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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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2세에 경영권을 왜 물려줘야 되는가는 생각해 봐야...재산은 문제 없지만 경영권 때문에 문제"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 성장, 남북경협 등 향후 국내 경제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뜨겁다. 여당과 야당, 사용자와 노동자, 경제단체와 노동계 간 입장차가 뚜렷하고 각각의 입장에 따른 주장도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녹색경제신문은 10월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채이배 의원을 만나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롯 재벌개혁 등 전반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채 의원은 공인회계사 출신 20대 국회 비례대표 초선으로 재벌·경제 개혁 전문가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 경제개혁연구소 등 시민단체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정치에 입문해서는 국민의당 공정경제위원장,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안철수 대선캠프 공약단장, 사단법인 싱크탱크 미래 이사, 국회 청년미래특별위원회 간사, 바른미래당 정책부대표 등을 맡았다. 국회 상임위로는 정무위원회에 이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손학규 당대표 비서실장이기도 하며, 시민운동 시절 장하성 정책실장의 수제자로 알려졌다. 

인터뷰는 거시경제 부문(상)과 미시경제 부문(하), 2회로 나눠 싣기로 한다. 어제 상편에 이어 오늘은 인터뷰 하편이다. 

[녹색경제신문 박근우 기자, 백성요 기자] 

채이배 의원이 지난 2일 녹색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녹색경제신문DB>

"일감 몰아주기는 티끌모아 재벌 총수에게 몰아 주고 있는 것이다"

"재벌 2세에 왜 경영권을 물려줘야 되는가는 생각해 봐야...재산 자체 형성에 문제 없더라도 경영권 세습하려니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채이배 의원은 국내 재벌 그룹들이 편법, 탈법 등을 동원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경영권 세습을 지목했다. 재산을 물려주는 것에 덧붙여 경영권까지 자식에게 물려주려 하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등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

채의원은 또 이들이 다른 전문 경영인(CEO)들과 달리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능력을 검증받은 적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대학 졸업하고 유학 다녀와서 대기업에 자연스레 입사해 수년 안에 상무, 부사장, 계열사 사장으로 부임하며 능력을 평가받을 기회가 없었고 또 실제로 자질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후계자도 버젓이 그룹총수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대기업의 갑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원하청 문제를 해결하는 경제민주화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재벌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구조 전환에 나서는 것과 관련, 지주회사 체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출자구조를 단순화하고 적은 돈으로 무리하게 회사를 확장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채 의원은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 도중 화이트보드에 출자구조 관련 그림까지 그려가며 대한민국 재벌들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강조했다. 

다음은 채 의원과의 일문일답.

해외 진출한 대기업들이 따라간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은 국내법으로 규제할 수 없는데?

대표적 사례가 현대글로비스다. 가장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회사다. 글로비스가 배를 운영해 차 부품을 나른다. 모비스에 물건 받아 미국 앨라배마 공장까지 간다. 계약주체가 한국이면 국내 일감몰아주기에 잡힌다. 앨라배마 공장에서 계약하면 일감몰아주기에 안잡힌다. 글로비스는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데, 결국 이런 식으로 규제를 회피한다. 문제제기는 했으나 법률적으로 어쩔수 없는 부분이 있어 어려운 문제다. 이밖에도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같은 부분들은 아직도 규제 공백이 많다. 문제는 누군가가 이득을 본다는 것은 누군가가 손해를 본다는 것이고, 그 누군가는 결국 국민, 주주들이다. 티끌모아 태산을 만들어 총수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규제 강화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벌 기업들의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에 대한 견해는?

우리나라 재벌들의 경영권 세습에 상속세가 가장 큰 허들인 것은 맞다. 다만, 근본적으로 왜 경영권을 물려줘야 되느냐를 생각해봐야 한다. 재산을 넘겨주는 것은 문제 없는데, 재산과 함께 경영권을 못물려줘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과연 더 경영을 잘 할 것이냐도 문제다. 제가 보기엔 항상 논란이 있다. 학문적으로도 가족경영에 대한 논란은 많다. 재벌 2세들은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 일반 집안에서 태어나면 노력을 통해 유학다녀 오고, 학위 취득한 이후 취직해서 사원, 대리 등 과정을 거치며 승진된다. 그 과정에서 능력을 인정 받는다. 경쟁 안에서 검증되는 셈이다. 국내 재벌 자녀들은 대졸 하고 유학다녀오면 거의 바로 상무다. 좀 지나면 부사장, 계열사 사장으로 간다. 경쟁을 해 본 적이 없고, 능력을 평가받을 기회가 없다.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 등 갑질에 대해서는?

납품단가 인하시키기 위한 대기업의 전략이 정상적이지 않다. 정상적인 거래처라면 제품 생산의 단계별 투자 비용을 뽑을 수 있을 만큼의 기간을 줘야 하는데 주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제조업체들의) 주조틀 소유권이 원청이냐 하청이냐다. 원래 하청 소유이던 주조틀을 원청이 뺏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결국 기술탈취다. 원하청 문제 출발점은 기술탈취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술을 빼간 이후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것이 일련의 과정이다. 큰 대기업들이 그런 것을 개선시키게 하는 공정위의 노력이 너무 없었다. 자발적으로 하라고 했으나 강한 재제나 이런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게 된다 해도 한계는 있게 마련이다. 결국 상생협력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때 기업 인센티브 환류제가 있었다. '잔여이익 X 세율' 해서 추가로 돈을 더 내게 만들어, 더 많이 분배하라고 만들었다. 그런데 현대차가 한전부지를 사며, 제도를 악용했다. 이건 진정한 투자가 아닌데 빼주니까 제도를 바꿨다. 결국 투자상생촉진세제로 이름을 바꾸곻, 배당은 빼주지 않고, 투자에서도 토지는 안 빼주게 됐다. 빼주는 항목으로 상생협력을 넣었는데, 저는 원청이 하청에 주는 것을 빼줘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건 기업경영이 더 편해질 수 있도록 공정위 조사나 세무조사를 면제해 주면(상생협력 잘하면)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기업들은 조사가 굉장히 부담스럽다. 여러가지 방식의 유인구조를 만들어 상생협력이 자발적으로 돼야 한다. 

채 의원은 국회 내 최다 법안 발의자 중 꼽힌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법안이 있다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상법개정안이다. 재벌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하려면 행정규제를 통한 개선보다 언젠가는 민사적으로 이해당사자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수주주권을 강화하거나 행사를 더 편하게 하는 상법 개선이 필요하다. 그게 상법 개정안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법안으로 올라와 있다. 상법개정안에는 장부열람권, 이사회 (총수일가가 장악한) 집중투표제, 사외이사 분리선출 등이 포함된다. 거수기가 아닌 독립적 이사가 선출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단 한명의 다른 목소리 내는 이사가 있는 것이 경영권 침해로 보지 않는다. 

화이트보드에 필기를 활용해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주식교환을 설명하는 채이배 의원 <녹색경제신문DB>

경영권을 노리는 해외 사모펀드 추천 이사가 문제가 될 것이란 지적이 있는데?

해외 사모펀드가 추천한 이사들이 이사회에 진입하라고 하는 것이다. 뭔가 그 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추천해 준 주주만을 위해 일하는 것 아니라 회사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게 회사에 도움되는 것이다. 재벌들이 두려워 하는 것은 지금까지 불법이나 전횡적인 경영이 막히는게 불편한 것이다. 그 사람들이 회사를 망하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망하게 하면 자신을 추천한 주주들도 망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가장 문제가 많은 재벌을 꼽으라면?

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라고 답하겠다. 물론 다 비슷하지만 금호를 꼽는 이유는 대우건설 인수하면서부터다. 그 과정도 정치적이었고(호남특혜), 진짜 능력이 안되면서 너무나 비싼 값에 인수하며 그룹 전체가 망가졌다. 이 과정에서도 (박삼구 회장) 총수 일가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가지고 있던 개인회사들을 다 아시아나항공 등에 팔아 먹었다. 그 때 (박삼구 회장) 총수 일가 생긴 돈이 200억 이상은 될 것으로 본다. 구조조정 과정 들어가면서 사재출연을 요청하자 집밖에 없다며 아무것도 내놓지 않기도 했다. 그랬다가 나중에 다시 경영권을 찾으려고 나섰는데, 결국 금호타이어는 인수를 못했다. 기업을 위한 의사결정은 전혀 없고 진짜 사적으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했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한진그룹 방지법'을 발의했는데 취지는?

워낙 조현민 조현아가 사고를 많이 쳤다. 기업 경영에 대한 실패보다는 개인의 부도덕성에 초점을 맞췄다. (조양호 회장) 후계자들의 경영능력을 따지기 전에 사람 됨됨이가 됐느냐부터 따진 것이다. 부도덕한 사람들, 불법 저지른 경영인들이 다시 경영해선 안된다. 본인 뿐만 아니라 기업도 불행해 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어떤가?

이재용 부회장은 무능하다고 본다. 자신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다. 두 딸(이부진, 이서현)이 더 욕심있고 (능력)있는 것 같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 LG실트론을 인수하며 사익을 많이 챙겼다. 당시 SK가 LG실트론 지분 29%를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은 TRS옵션으로 개인이 샀다. 결국 SK실트론을 상장시키고 하면 이익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숟가락만 얹은 것이다. 벌써 1조원 가량의 이익을 봤다.

SK 측에서는 당시 중국 자본 침입 우려때문에 경영권 방어 차원이라고 하는데?

경영권 방어 차원이라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최태원 회장은 진짜 현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높게 평가하는 재벌 기업이 있다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높게 평가한다. 물론 다른 재벌 기업들처럼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회사 기회 유용 사례가 있지만, 타 기업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말하자면 신유미 생계를 위해 극장 팝콘 장사 시켜주는 정도로, 솔직히 애교 수준이다. 타 재벌들과의 차별화 지점은, 과거 미도파가 망했을때 인수한 후 어려워지자 사재를 출연해 계열사 주식을 줬다. 이 때문에 복잡한 순환출자가 엄청 생겼다. 사회공헌도 타 기업은 회삿돈으로 하지만 신 회장은 사재로 고향에 병원을 지었다. 아무래도 일본에서 기업을 일궈 일본 방식의 기업가 정신이 좀 남아있는 것 같다. 자녀들에게 승계도 바로 한 것이 아니라 외부 회사(노무라 증권 등)를 다니게 한 후 채용해 처음부터 한-일 롯데를 구분해서 경영을 시켰다. 형제간 경쟁을 시킨 것이라 본다. 

최근 삼성과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다. 어떤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지주회사든 지배회사든 출자구조를 단순화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지주회사라는 체제를 악용하고 있다. 적은 지분으로 지주회사를 지배하고 나머지는 계열사 돈으로 지배한다. 지주회사는 본래 적은 돈으로 확장하지 말라는 취지로, 손자회사에 대한 타이트한 지분율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이걸 계속 풀어주면서 지주회사 만드는데 큰 비용을 들이지 않게 됐다. 오히려 분할-합병 과정에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총수 지배력이 두 배 이상 높아지기도 한다. 지주회사 제도에 특혜를 주거나 만들도록 촉진하도록 하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 자발적 이익 때문에 필요에 의해 하는 것은 그냥 하면 된다. 출자구조만 단순화해도 지주회사의 모습이 될 것이고, 이런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채 의원은 지난 20년간 재벌 기업들이 3조1천억원의 세금을 미납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룹별로 볼 수 있거나 받아낼 수 있나?

그룹별로는 나타나지 않는다. 세금 미납 문제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주식교환을 양도로 보는데서 생긴다. 주식이 교환될 때는 세법상 양측에서 각각 처분을 한 후 사는 것으로 보는게 법률적으로 맞다. 따라서 교환했으니 양도차익이 나와야 하고, 차익에 대한 세금이 매겨진다. 현재는 이 세금을 이연(과세이연)해 주고 있다. 교환시가 아닌 나중에 주식을 팔 때 세금을 내라는 취지다. 하지만 총수는 그 주식을 팔 이유가 없다.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상속한다. 그간 재벌들은 이러한 지배권 강화 혜택을 받아왔고, 지금까지 과세이연 이익 1조9천억원, 이자 1조2천억원 해서 총 3조1천억원을 받아야 한다. 과세이연 조항은 이번 연말 일몰된다. 과거에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촉진시키려 했으나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일몰이 되도 소급적용은 되지 않지만, 소급적용을 해서 분납 등 과세 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준비중이다. 

 

 

 

 

백성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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