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귀찮은 요리를 즐거운 취미 활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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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귀찮은 요리를 즐거운 취미 활동으로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8.09.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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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배달업 성패는 마케팅 전략이 가름할 것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의 증가 추세와 함께 반조리 또는 완전조리해 포장해 파는 대체가정식품(Home Meal Replacement, 줄여서 HMR)은 국내에서 지난 5년 여 동안 50% 이상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며 2018년 1월 기준 3조 원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집밥 열풍을 타고 지난 4-5년 집에서 엄마나 아내가 해준듯 친근한 가정식을 포장해 파는 편의점 포장식과 반조리식이 식음료품 시장과 외식업계를 이끌었다.

가정식 메뉴 밀키트를 제공하는 플레이티드(Plated)의 밀키트 프로그램은 요리하기를 좋아하고 요리하기에 시간을 투자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 Courtesy: Plated.

새 정권이 들어선 후 선언된 주 52시간 근로시간 감축 계획과 ‘워라밸’ 문화의 확산으로 직장인들은 퇴근 후 개인 시간이 많아지고 집에서 저녁식사를 해먹을 수 있는 시간도 생겼다. 그러하다보니 집에서 조리한 식사를 하고 싶어하는 새로운 욕구도 많아졌다고 식음료업계 마케팅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때마침 한 두 해 전부터 국내 식음료 시장에서는 ‘밀키트(Meal Kit)’ 또는 레시피박스(recipe box)가 등장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명 TV셰프가 제안하는 메뉴를 집에서 어렵지 않게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박스에 약간의 신선한 식재료와 믹스소스를 담아 파는 밀키트는 성취감을 주고 신선재료를 섞어 넣을 수 있어 건강에 좋다는 만족감도 덤으로 준다.

미국 내 밀키트 배달 업계에서 제일 큰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블루에이프런의 밀키트. 물류합리화와 회원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ourtesy: Blue Apron.

GS리테일의 ‘심플리 쿡’, CJ제일제당의 ‘쿠킷(Cookit)’, 롯데 ‘요리하다’, 동원홈푸드의 ‘더반찬’은 한식류 말고도 레스토랑에서나 맛볼수 있는 외국식단과 케이크나 쿠키 같은 디저트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게 개발됐다.

식음료 산업의 역사를 돌이켜 보건대, 반신선・반완성 상태의 식품상품은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식음료 과학과 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기 시작한 1950년대, 미국의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와 필스버리(Pillsbury) 등 곡물 가공식품업체들은 ‘케이크믹스’라는 혁신 상품을 개발했다. 

1953년 베티 크로커의 케이크믹스 광고. 박스포장된 분말형 케이크믹스는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소요되는 케이크 굽기라는 일거리를 쉽고 간편하게 바꿔준 식품공학의 혁신으로 꼽힌다.

가정 주방은 쾌적하고 현대적인 가족간 만남의 공간이며, 가정주부는 가사와 허드렛일에 지친 가정부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세련된 현대여성이라고 가르쳤던 미국의 1950-70년대. 물과 우유만 섞으면 케이크, 쿠키, 빵을 손쉽게 만들수있게 가공된 케이크믹스는 모던한 미국 주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예를 들어, 반조리・냉동 식품업체인 베티 크로커(Betty Crocker)는 미국 마케팅의 귀재 어네스트 디히터의 조언에 따라 케이크믹스에 신선한 달걀을 별도로 첨가하도록 레시피를 바꾼 후 케이크믹스 매출을 더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이 마케팅 성공 비결은 주부들이 케이크믹스에 신선한 달걀을 직접 첨가하고 재료를 섞는 조리 과정에서 자기가 구운 케이크에 대한 애착과 성취감을 드높여줬다는데 있었다.

밀키트 배달 스타트업의 선구적 사례인 스웨덴의 리나스 마트카세 장바구니 제품군. Courtesy: Linas Matkasse.

21세기 접어들어 밀키트 아이디어를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사업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는 스웨덴의 스타트업인 리나스 마트카세(Linas Matkasse,  '리나의 장바구니'라는 뜻)다. 2008년 설립된 마트카세는 특히 직장일로 바빠 장볼 시간이 없는 독신자나 맞벌이 부부 및 핵가족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곧 미국으로 건너가 2012년부터 수많은 밀키트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 창업에 불을 지폈고, 그 결과 지금 미국에서만 약 150여 밀키트 배달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 현재 블루에이프런(Blue Apron), 플레이티드(Plated), 헬로프레시(HelloFresh, 베를린 본사), 홈셰프(Home Chef), 퍼플캐롯(Purple Carrot) 등이 구미권 시장을 분할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창업된 헬로프레시 밀키트 배달 업체는 올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여 블루 에이프런의 시장점유율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Courtesy: HelloFresh, Berlin.

지난 2-3년 사이 밀키트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식음료품 산업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 규모는 총 1조 5천 억 달러중 22억 달러로 약 7%에 불과하다. 밀키트 배달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가능성과 이윤창출 잠재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식음료 시장 트렌드와 유행은 늘 변화한다. 예컨대 2017년 신규상장한 블루에이프런은 2017년 이후로 가입회원 감소와 매출 부진을 겪고 있고, 미국에서 경쟁하고 있는 대다수 밀키트 배달업체들은 이윤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식품공급망, 물류, 식품생산설비 가동에 소요되는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 매출 단위별 비용을 줄이고 공급망 합리화가 이뤄져야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가입회원의 일시적 주문배달 보다 정기적인 반복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원제 모델에 기반하기 때문에 새 정규회원수 확보는 어려운 반면 기존 가입한 회원 및 주문량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클린이팅(Clean Eating) 붐과 채식주의 인구의 증가 추세를 간파해 채식위주의 메뉴와 식재료를 밀키트로 제공하는 퍼플 캐롯(Purple Carrot) 플랫폼. Courtesy: Purple Carrot.

시장예측 조사업체인 트레피스(Trefis)는 1) 수퍼마켓 체인과 제휴를 맺어 판매망을 넓히고 회원제를 폐지하고, 2) 대중미디어를 이용해 가정식 조리 문화를 유행시키며, 3) 20-25분 내로 쉽게 조리가능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는 마케팅 전략을 제안한다.

가족과 친구가 한 자리에 모여 따뜻한 가정식을 손수 차려 나누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는 세상이 급변하고 삶의 페이스가 숨가쁘게 돌아가는 21세기에도 변함없다. 너무 바쁘고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직접 끼니를 만들어 먹는 즐거움과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해줄 히트작 밀키트는 여전히 개발 진행중이다.

현대적 라이프스타일과 미래 문화 트렌드에 맞게 현대적 요구를 만족시켜줄 밀키트와 레시피박스 시장의 성장잠재력은 조심스럽게 긍정적이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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