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기획-NDC] 고양이 한 마리 1억 원! '크립토키티'의 미래는?
상태바
[Y기획-NDC] 고양이 한 마리 1억 원! '크립토키티'의 미래는?
  •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18.04.25 1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액시엄 젠 개발진이 바라보는 블록체인 게임의 미래는?
막시밀리 아노 카스트로

'비트코인'으로 잘 알려진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꽃으로 불린다. 그중에서도 '게임' 분야는 블록체인이 단순 ICO를 통한 투기의 대상이 아닌, 실질적이고 가치 있는 콘텐츠로서의 의미를 더해줄 핵심 분야로 꼽힌다.

'크립토키티' 이전에도 블록체인 게임은 존재했다. 그럼에도 '크립토키티'가 최초의 게임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게임 전체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게임 내 화폐를 이더리움으로 교환하는 등 일부에만 기술이 적용된 게임이 대부분이었지만 '크립토키티'는 게임 오브젝트 전체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게임이다. 또 ERC20이 아닌 ERC721이라는 독특한 표준을 따르고 있어 오브젝트의 희귀성에 있어서도 신기원을 마련했다.

NDC 2일차 넥슨 1층 발표장에는 '크립토키티'의 개발사인 액시엄 젠(Axiom Zen)의 프로그래머인 막시밀리 아노 카스트로가 연사로 참석,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게임 '크립토키티'의 제작 과정과 교훈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는 크립토키티의 이미지 생성을 담당하는 API 작업과 액시엄 젠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한 7년 경력의 프로그래머다. ‘크립토키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만들면서 배운 점, 개선점, 그리고 블록체인이 게임에 가져 올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 고양이 1마리 1억 원... 1년이면 1.5조원의 매출

카스트로가 얘기하는 '크립토키티'의 공식적인 기록은 이렇다. 25만 개의 새로운 지갑(사용자수)이 만들어졌고, 1만 달러(약 천만 원) 이상의 가격에 팔린 고양이는 100마리, 10만 달러(1.1억 원) 이상의 가격에 팔린 고양이는 7마리였다. 또 70만 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탄생했고, 1주일 동안 4천만 달러(약 433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약 천 2백만 달러(1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1주일 4천만 달러는 가장 트래픽이 좋았을 때의 매출이겠지만, 꾸준히 성장했다면 1년에 1.5조 원의 매출을 바라보는 엄청난 수치다.

 

1억원이 넘는 제네시스 키티

개발사인 액세엄젠은 '크립토키티'가 이렇게까지 성공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카스트로는 "크립토키티는 그냥 블록체인 게임 샘플을 한번 만들어 보자고 해서 만든 게임"이라며 기대 이상의 성공에 놀랐다고 했다.

‘크립토키티’는 고양이마다 고유한 DNA를 가지고 있다. 고유한 속성이 있고, 이미지도 다르며, 특별한 고양이도 있다. 이 정보는 블록에 기록되고, 모든 거래는 블록체인에 의해 검증이 이루어진다. 이 정보를 받아들인 채굴자는 보상을 받게 되는데 지금은 5이더리움(약 370만 원) 정도다.

 

크립토펑크(Crypto Punks)

'크립토키티'는 독창적인 게임이 아니다. 카스트로는 "'크립토키티'가 '크립토펑크'라는 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고양이가 아닌 픽셀형 펑크족 캐릭터가 주인공인 게임이다. 이 게임은 ERC20 기반으로, 출시 후에는 새로운 펑크를 생산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다. 액시엄젠은 이를 보완한 상품을 기획했다. ‘크립토키티’에 적용된 새로운 표준인 ERC721은 각각의 토큰이 고유성을 가지고 있어 누가 소유주인지 알 수 있다. 대체가 불가능하고 이로 인해 희소성과 희귀성이 확보된 것이다. 이 때문에 크립토키티는 신기하게도 전 세계에 동일한 고양이가 한 마리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고양이일가? 카스트로는 강연 시작부터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넘쳐나는 것이 고양이 사진인데, 블록체인에서도 고양이가 지배력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 지금의 '크립토키티'의 탄생 배경이 됐다.

 

◇ 개발 및 출시 기간의 실수, 위기...

1개월의 조사를 거쳤고, 두 달 반의 개발 기간을 거쳐 세상에 나온 것이 '크립토키티'다. ERC721 기반이고, 바운티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프리론칭의 과정을 거쳐 출시됐다.

개발과 출시 과정에 실수도 많았다. 개발에는 헤드레스 크롬이 사용됐는데 상당히 무거웠고, 사용하는 이미지 파일도 즉각적인 수정이 되지 않아 불편했다. 정의도 부족했다. 키티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매 수수료에 이더리움이 적용되다 보니 일반 입찰과 다른 방식을 적용해야 했다. 또 고양이의 속성을 8개로 할지, 12개로 할지의 결정과 그래픽 비트수의 결정 등 해결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버그였다. 11월 11일이 출시일이었는데, 스마트 컨트랙(계약) 버그가 발생, 결국 기존 키티를 모두 제거하고 처음부터 개발해야하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그래서 회사가 얻은 교훈은 ‘출시일을 미리 예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개발 과정 중에 의미가 있었던 것은 '바운티 프로그램'의 운영이었다. 참여자들에게 제품을 해킹하도록 하여 취약점을 발견한 화이트 해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였는데, 덕분에 회사는 많은 버그를 찾아 수정했다.

 

12월 1,500만 달러(162억 원) 달성

11월 28일 게임이 출시됐다.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BBC, 블룸버그, 포춘, 월스트리트저널 등 각종 매체에 기사가 실렸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대치가 너무 컸던 탓에 실망도 따랐다. ‘크립토키티’의 스마트 계약이 이더리움 거래의 20% 이상의 트래픽을 차지하면서 네트워크상의 병목, 정체 현상이 나타났다.

유저들이 굉장히 불평을 했다. 이 때문에 회사가 추가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손실이 일어났다. 교배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유저들의 불만이 커져갔다. 게임이 이렇게까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지 몰랐던 것이다. 이후에도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사용하다보니 동기화 문제도 발생했다. 이후 회사는 DB를 확장하고 속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 크립토키티, 블록체인 게임의 미래는?

카스트로는 페이스북에 고양이가 많은 것을 보고 ‘크립토키티’를 만들었듯, 블록체인 기술이 하드코어 유저만 하는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해 재미있는 것이 되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액시엄젠은 ‘크립토키티’의 소스를 오픈소스로 풀어두고 관련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덕분에 키티 레이스, 크립토키티 덱스, 키티 익스플로러, 키티 햇츠 등의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카피 제품도 많이 나오는데 '크립토로봇'은 로봇을 트레이닝시켜 싸우게 할 수도 있다.

 

크립토키티 소스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

회사는 향후 '모바일 앱 출시'에 집중할 예정으로, 개발자들에게 크립토티의 API 등 다양한 정보를 공개, 크립토키티의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게임이 탄생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카스트로는 미국의 유명한 모바일 전문가 크리스 딕슨 (Chris Dixon)의 말을 인용하면서 "블록체인의 혜택은 ICO나 복잡한 금융앱이 아닌,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수집품을 통해 채택률이 올라갈 것"이라며 "게임은 (블록체인으로 인해) 파괴력 있는 새로운 것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마고치의 수집 요소, 블록체인 게임에서도 '기회'

요약하자면, 지금의 게임 유저는 게임을 해도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가 없지만 '크립토키티'와 같은 게임을 하면 교배 등을 통해서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게임이 망하더라도 고양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영원할 수 있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또 "블록체인 게임에는 많은 기회가 있다. 크립토키티는 유전자 정보만 빼고 모든 것을 공개하고 있다. 크립토키티를 활용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며 카스트로는 크립토키티의 소스 활용을 적극 권유했다.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