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지배구조 개편으로 네마리 토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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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지배구조 개편으로 네마리 토끼 잡는다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3.2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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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해소, 주주가치 제고, 미래사업 경쟁력 확보

현대자동차그룹이 계열사 분할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그간 지적돼 왔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주주가치를 높이며 미래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3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다. 

또 지주회사가 아닌 지배회가 구조를 선택하며 금융계열사 소유제한 문제 등의 규제도 피해간다. 이를 위해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은 약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인적분할 및 합병을 통해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 양수도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밝혔다. 이에 대해 공정위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모비스의 모듈 사업과 AS부품사업을 분리해 글로비스(합병 글로비스)에 넘긴다. 모비스는 핵심부품 산업과 투자부분이 남아 사실상 그룹의 지배회사가 된다. 정 회장, 정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은 합병 글로비스의 지분 15.8%를 보유하게 된다. 

이 합병 글로비스 주식 15.8%는 기아차가 갖고 있는 모비스 지분 16.9%와 교환한다. 이후 정 회장 부자는 현대제철, 글로비스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 5.7%를 매수한다. 

모든 과정을 마치면 정 회장 부자는 모비스 지분 30.3%를 보유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모비스 지분이 정 회장보다 높아질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 

문제는 자금이다. 현대차가 제시한 방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약 5조원 이상이 필요하고, 양도소득세만 1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안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지 않고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방점이 찍히며, 지주회사로 전환시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부회장(왼쪽)

기아차 등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 전부인 23.3%를 매입하려면 정 회장 부자는 약 4조 4000억원(27일 종가 기준) 정도가 필요하다. 자금 마련을 위해 정 회장 부자는 계열사 지분을 팔 계획이다. 정의선 부회장의 경우 현대차 2.28%, 기아차 1.74%, 현대엔지니어링 11.7%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양도소득세는 약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간 현대차 지배구조 개선 방안으로 언급된 시나리오는 순환출자 고리에 포함된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모두 인적분할하고 투자회사끼리 합병하는 방법, 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을 현대차가 직접 자사주로 매입하는 방법,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정 부회장 또는 글로비스가 매입하는 방법 등 세 가지로 요약됐었다.

세 가지 방안 중에서도 재계에서는 마지막 방안을 가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특히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글로비스가 매입하는 방법이 정 회장 부자의 자금 부담을 가장 줄이면서도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주회사로의 전환보다 자금을 들여 지분을 사들이는 정공법을 택했다. 지주회사 보다는 '지배회사' 구조를 선택한 셈이다. 

이는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금융계열사 소유제한규제, 증손회사 지분규제 등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또 4차 산업의 핵심으로 자율주행차, 전기차, 수소차 등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M&A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면 체제 내 자회사 등이 공동투자해 타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은 오는 5월 29일 임시 주총을 열어 의결하고 7월 30일까지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이 무난히 진행되면 지배구조는 '지배회사->완성차(현대차, 기아차)->계열사'로 이어지는 수직 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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