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의 '전경련·경총 패싱', 목소리 작아지는 '財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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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의 '전경련·경총 패싱', 목소리 작아지는 '財界 대변인'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11.2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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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주요 재계 파트너로 대한상의 낙점...전경련 존폐 기로·경총 위기감↑

'재계의 대변인' 역할을 하던 전경련, 경총 등의 민간 경제단체가 문재인 정부 들어 영향력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재벌의 모금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주요 회원사의 탈퇴로 존폐를 고민해야 되는 처지다. 국내 유일의 사용자단체인 경영자총협회(경총) 역시 정부 주도의 각종 논의에서 소외당하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정부의 '전경련 패싱', '경총 패싱'이 일상화되는 분위기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 정부의 재계 파트너로는 박용만 회장의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역할을 하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대한상의가 경제계를 대표하는 정책 파트너로 자리매김 해달라"며 대한상의의 위상을 높여주기도 했다. 

적폐청산 드라이브와 더불어 기업과 노동자 간 상생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문 정부의 기조에 반하는 입장을 냈던 경제단체들은 '비정규직을 양산해 온 사회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갈수록 심해지는 사회경제적 양극화에 이들을 바라보는 여론도 곱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전부터 하던 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어 "다른 경제단체들이 위축된 상황이라 부담이 되는 부분은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7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인과의 대화. 왼쪽부터 최태원 SK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문재인 대통령, 허창수 전경련 회장, 신동빈 롯데회장 <사진제공=청와대>

존폐 기로의 전경련, 회비수입 반토막에 전경련회관 입주기업 구하기도 요원

'비선실세' 최순실 씨로부터 촉발된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 전체 회비의 절반 이상을 가량을 담당하던 삼성, LG, SK, 현대차 등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했다.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지난 10월 받은 전경련 회웑사 현황에 따르면 전경련 회원사는 올해 1월 말 620개사에서 9월말 기준 509개사로 줄었다. 협회나 단체를 제외하면 민간기업 회원사는 419개사만 남아 있다. 

'정경유착의 핵심'이라는 비판을 받던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쇄신을 외치며 직원수도 지난해 말 기준 215명에서 110명까지 줄였다. 설상가상으로 전경련회관에 세들어 14개층을 사용하던 LG CNS는 내년부터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LG사이언스파크'로 이주한다. LG CNS를 대신할 입주기업 물색에 나서고 있지만 선뜻 들어오겠다는 기업이 없고, 있다해도 14개 층의 공백을 단시간에 메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경련회관은 총 50층이다. 

경영상의 어려움과 함께 정부의 '전경련 패싱'으로 인한 위상 추락도 불가피하다.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각계 인사들간 만찬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제외됐다. 약 120여명이 초대받은 자리였지만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해 왔던 단체의 수장이 초대받지 못했다. 참석자 선정은 청와대가 미국과의 사업 연관성 등을 고려해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최순실 사태 이후 자체 쇄신안을 강도높게 진행할 것을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가시화 된 움직임은 없다. 명칭을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꾸는 정관변경 등의 자구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를 심의하고 의결할 이사회나 총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측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산업부가 '그간 법인 설립 목적 외 사업으로 공익을 해쳤다'며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8일 청와대에서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만찬 <사진제공=청와대>

심화되는 '경총 패싱', 정부 행사 일정조차 몰라

20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열린 일자리위원회 주최의 '전국 일자리위원회 워크숍'에 각 부처 관계자, 광역, 기초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단체 등 140여개 기관 400여명이 참여해 일자리 정책 집행 및 실행과 관련된 토의를 진행했지만 경총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초청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병원 경총 회장이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에 사용자 측 위촉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음에도 행사가 있다는 소식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또 지난 9월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위원회 사용자위원 6명 중 한 명인 경총 임원을 임기 만료를 이유로 해촉하고 그 자리에 여성벤처협회 임원으로 교체했다. 2004년 고용보험위가 설립된 이래 경총 관계자가 위원진에서 빠진 것은 처음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경총에 대한 수위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에서 "(노사정위원회에) 제대로 된 사(使)가 빠져있다"며 "기존 경총과는 다른 새로운 사용자단체의 탄생과 변화가 필요하다"며 경총을 직접 겨냥했다. 앞선 2일에도 김 위원장은 "사용자단체이 역할이 실종된 것 아닌가 큰 아쉬움이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전경련의 경우 국정농단 사건의 주역으로 이후 몸을 사려 왔지만, 경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 등 경제정책 비판에 나섰다가 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적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세금을 쏟아부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임시 방편적 처방"이라며 "장당은 효과적일 수 있어도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가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며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 비정규직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라고 지적했다. 

문 정부의 굵직한 정책 방향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공부문을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셈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응수했다. 

현재 정부의 기조로 볼 때 문 정부의 전경련, 경총 '패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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