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SK이노베이션 구조 개편 방안 '마라톤 회의'...SK온·SK엔무브 합병 후 상장 나서나
상태바
최태원 회장, SK이노베이션 구조 개편 방안 '마라톤 회의'...SK온·SK엔무브 합병 후 상장 나서나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4.04.04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태원 "위기 극복에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주문
-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 하향...6시간 ‘마라톤 회의’
- SK온·SK엔무브 합병안, SKIET 지분 일부 매각 등 논의
- SK온, 2022년 1조727억원, 지난해 5818억원 등 적자
...올해 7조5000억원 등 2027년까지 19조원 투자 '난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 계열 주요 사장단과 마라톤 회의를 열고 SK온과 SK엔무브 합병 상장안 등 구조 개편 방안을 보고받았다. 

또 배터리 분리막 업체인 SKIET의 지분을 일부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SK온을 자회사로 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은 회사가 분할 설립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투기 등급'으로 강등된 상황이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인 '캐즘(Chasm)' 영향 때문이다. 

재계 및 언론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월 22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 주재로 열린 긴급회의에서 SK이노베이션 계열사 개편안을 보고받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한 단계 하향한 지 3일 만이었다. 

이날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장용호 SK㈜ 사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이석희 SK온 사장 등이 참석해 6시간 가량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회장은 "위기 극복에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에 의뢰했던 계열사 개편 관련 보고서도 이날 보고됐다. 

회의에서는 크게 2가지 안건이 검토됐다. 

우선 배터리 업체 SK온의 기업공개(IPO)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윤활유 업체 SK엔무브(전 SK루브리컨츠)와의 합병 상장안이 논의됐다. 두 회사가 모두 전기차 밸류체인(가치사슬) 안에 있는 만큼 통합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

SK온이 설립 이래 매년 적자인 반면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엔무브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통합안이 현실화되더라도 근본적인 업종 차이와 임직원 반발 등이 심각할 전망이다.

또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인 SKIET의 일부 지분을 배터리 분야 기업 등에 매각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SK는 2019년 SKIET를 물적 분할하며 분리막 사업에 투자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으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 따라서 매출의 8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SK온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핵심 계열사인데 자회사 SK온의 부진으로 위기 상황이다. 

SK온은 지난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가 물적 분할해 설립됐다.

SK온 배터리 공장 내부 이미지
SK온 배터리 공장 내부 이미지

SK온은 그간 수차례 유상증자와 차입, 지분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수조원 자금을 마련해왔다. 지난해에는 한국투자증권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컨소시엄과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2조30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선 2조원을 장기 차입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창사 후 첫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SK온은 후발 주자로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만큼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와 배터리 합작법인(JV)에는 무려 15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현대차그룹과도 미국 조지아주에 7조8000억원을 들여 35GWh급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다. 중국 옌청시에 위치한 2공장 증설에도 3조4000억원이 소요된다. 미국 공장을 포함해 충남 서산, 중국, 헝가리 공장 신설 등 2027년까지 추가로 투입해야 할 자금 규모는 약 19조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SK온은 최근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면서 2022년 1조727억원, 지난해 5818억원 적자를 냈다. IPO를 조건으로 외부 투자자를 유치했으나 사업이 어려워지며 IPO 시점도 미뤄지고 있다. 차입금이 치솟으며 SK이노베이션의 연결 기준 총부채도 2020년 23조 원에서 지난해 50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SK온의 올해 신규 투자액만 7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석희 SK온 사장

SK그룹은 작년 말 인사에서 SK온 구원투수로 이석희 사장을 등판시켰다. 이석희 사장은 자신의 연봉 20% 자진 반납하는 등 SK온 흑자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SK온은 올해에도 적자 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온의 1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3천765억원으로 예상한다"며 "신규 배터리 공장 가동이 계획돼 있어 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