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 SK온, 뚝심있는 연구개발·투자 '성장세'...“흑자 전환과 세액 공제 혜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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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다] SK온, 뚝심있는 연구개발·투자 '성장세'...“흑자 전환과 세액 공제 혜택만 남았다”
  • 박시하 기자
  • 승인 2023.09.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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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최종현 선대회장에서 최태원 회장까지 이어져 온 배터리 사업
-안정적 매출처를 보유했던 ‘LG엔솔과 삼성SDI’ VS. 맨 땅에 헤딩한 ‘SK온’
-SK온, 올해 2분기 ‘분기 최대 매출’에 이어 하반기 매출액 성장도 기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신규 고객사 확보 및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나서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계약을 체결하셨는데, 자금조달에는 무리가 없으십니까?”

“이번에도 적자를 기록했는데, 흑자 전환시기는 언제쯤으로 예상하십니까?”

인터배터리 2023 SK온 부스[사진=녹색경제신문]
인터배터리 2023 SK온 부스[사진=녹색경제신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판매량과 점유율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과 안정적인 생산력으로 여러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알려진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을 취재하면서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취재를 할 때마다 불편한 질문을 해야하는 기업이 있다. 가장 늦게 배터리 제조업에 진출했고, 국내 배터리 제조사 3사 중 유일하게 흑자로 전환하지 못한 이 기업은 바로 ‘SK온’이다.

SK온이 신규 고객사들을 확보해나가고, 국내외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해나가는 것을 보면 SK온의 역량을 의심할 수는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SK온이 가장 늦게 배터리 시장에 진입해 LG엔솔과 삼성SDI에 뒤처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녹색경제신문>은 SK온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LG엔솔과 삼성SDI의 ‘팔로워’로 남을지, LG엔솔과 삼성SDI를 제치고 ‘신흥강자’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자세히 들여다봤다.

■ 故최종현 선대회장에서 최태원 회장까지 이어져 온 SK온 배터리 사업의 역사

제5회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 국제세미나 기조강연에 나선 최태원 회장[사진=녹색경제신문]

故최종현 선대회장은 1982년 유공의 간담회에서 정유회사 유공을 종합에너지회사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알려진다. 당시 선대회장은 청사진 실현을 위한 첫 행보로 정유사 최초의 기술지원 연구소 설립을 선택했다.

1991년 유공은 울산 석유연구실에서 태양전지를 이용한 ‘3륜 전기차’ 제작에 성공한 후 성능시험을 마쳤고, 다음해 상반기 중 ‘4륜 전기차’ 제작에 도전한다. SK이노베이션측은 이를 통해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축전지 개발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을 시작한 SK이노는 이후 휴대폰, 노트북, PC, 캠코더 등에 사용되는 ‘고용량 리튬이온 전지’를 자체기술로 개발했다. 2005년에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에 착수해, 이듬해 자동차용 중대형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SK이노는 2009년에 배터리사업개발부 신설하고, 순수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이후 충남 서산에 배터리사업의 글로벌 성장 전초기지로서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다. 이때부터 SK온은 ‘최초 개발과 양산’이라는 타이틀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 존재감을 나타낸다.

SK온은 2012년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을 각각 60%, 20%, 20%로 배합한 NCM622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2014년에는 양산에 성공한다. 이어서 이보다 진화한 NCM811 양극재 및 NCM9/½½(구반반)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 개발에도 세계 최초로 성공하고 양산 체제에 돌입한다. 또한 ‘CES 2023’에서는 SK온의 ‘SF배터리’가 배터리 업계 최초로 CES 최고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안정적 매출처를 보유했던 ‘LG엔솔과 삼성SDI’ VS. 맨 땅에 헤딩한 ‘SK온’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의 ‘SK 블러바드’ 표지판[사진=SK온]

SK온과 LG엔솔·삼성SDI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안정적인 매출처’ 보유 여부다. LG엔솔과 삼성SDI는 소형 배터리 분야에 안정적인 매출처가 있었던 반면, SK온은 계열사 내 안정적인 매출처가 없어서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지환 KAIST 교수 역시 ‘SK이노베이션 R&D기반 혁신과 성장 40주년 연구 발표’에서 이러한 점이 SK이노베이션과 SK온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지환 교수는 “SK온은 휴대폰이든 자동차든 여기에 부품 소재를 공급하는 개념이 아니라 에너지로 접근을 했고, 과감한 투자를 꽤 조기부터 오랫동안 했다”면서, “이러한 성과로 가장 먼저 자동차용 배터리의 실질적인 기술 구현을 했었고,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에 필요한 소재쪽에서도 분리막에 초점을 맞춰서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투자와 분리막 기술 개발 사례 등은 대단히 오랫동안 민간 기업의 기술 혁신 기반 사업화 사례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면서, “현재까지 엄청나게 많은 연구 인력을 확보했고, 미국에 공장도 짓고 있는데 재무적 성과를 거두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SK온은 배터리 제조업계의 후발주자로 LG엔솔과 삼성SDI 대비 부진한 매출과 불안한 수율로 지적을 받아왔다. 매출에서도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타사 대비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SK온은 짧은 시간 과감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갔고, 기술개발과 북미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덕분에 업계에서는 SK온의 흑자 전환 시기가 머지 않았다는 기대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북미 생산능력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되는 2025년에는 AMPC 혜택으로 SK온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SK온, 올해 2분기 ‘분기 최대 매출’에 이어 하반기 매출액 성장도 기대

‘SK On, Drive On’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는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사진=SK온]
‘SK On, Drive On’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는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사진=SK온]

SK온은 올해 2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일부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2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의 목소리도 흘러나왔지만,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다만, SK온측은 올해 2분기에 적자폭이 줄어들었고 분기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하반기에는 고객사 판매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매출액이 성장할 전망이라는 예측도 내 놓았다.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SK온측은 “SK온은 신규 공장 생산성 향상 및 주요 고객사 수요 증가에 따라 판매 물량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면서, “하반기에도 고객사 판매 물량 증가에 따라 매출액이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3년 상반기 미국 첨단 제조 세액 공제(AMPC) 수혜 효과로 1670억원을 영업이익에 반영했고,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판매 물량 증가로 상반기 대비 수혜액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2025년에 미국 내 당사 생산 능력의 대규모 확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에 2026년 수혜 규모는 추가적으로 대폭 상향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그룹분석보고서’에서 SK온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지난해 4분기와 유사한 수준이었으나, 격려금 등의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직전 분기 대비 1000억원 이상의 수익성 개선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2분기에도 유사한 수준의 개선 효과가 발생했고, 개선의 요인은 판매량 증가과 수율 개선에 있었다는 평가다. 또한 한국신용평가는 SK온의 이러한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출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신규 공장들의 생산효율성 개선도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 수익성 확보를 위한 신규 고객사 확보 및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

SK온 각형 배터리[사진=SK온]
SK온 각형 배터리[사진=SK온]

글로벌 전기차 시장과 배터리 공급망이 점차 안정화되면서 관심은 어떤 기업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인가에 쏠렸다. 지금까지는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했다면 이제부터는 차별화된 제품력과 안정적인 공급력은 물론, 가격경쟁력까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SK온은 이러한 상황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일찍부터 북미 진출을 서둘렀기 때문에 IRA에 대응하고자하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우위에 있고, 대부분의 북미 공장 생산이 안정화됐기 때문에 수익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알려졌다.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SK온 관계자는 “신규 고객사 확보 추진은 성장성이 높은 북미 중심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IRA로 인해 북미 지역의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AMPC 수혜 혜택이 가능함에 따라 높은 수익성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IRA 대응을 위해서는 핵심광물(Critical Mineral) 및 배터리 부품(Battery Component) 조건 충족 여부가 북미 수주의 핵심 역할을 하는데, 북미 진출 및 현지화를 미리 준비한 당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활용하여 기존 고객의 추가 물량 협의 및 신규 OEM 등을 대상으로 물량 수주를 적극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의 경우 내부 및 외부 환경을 분석한 결과 EV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프리미엄, 볼륨, 엔트리 단계로 시장이 세분화 되고 있으며, 당사는 고객 니즈와 트렌트에 맞춰 이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기존의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표 제품인 하이니켈 뿐만 아니라 미드 니켈, 코발트 프리, LFP 제품 등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세분화된 각 영역에 대응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LG엔솔과 삼성SDI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사실 SK온은 최초로 NCM622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를 개발하고 양산했고, NCM811 양극재 및 NCM9/½½(구반반)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과감한 대규모 투자로 양적성장과 질적성장 모두에 집중해 온 SK온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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