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저가공세 외치는 철강업계…반덤핑 제소 검토에 제강사들은 '생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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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저가공세 외치는 철강업계…반덤핑 제소 검토에 제강사들은 '생존 위협'
  • 정창현 기자
  • 승인 2024.04.0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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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열연, 수입산과의 가격 차이로 경쟁력 약화
열연 생산하는 포스코·현대제철, "반덤핑 제소 가능성 열어두고 검토 중"
열연 구매해 가공하는 동국제강·세아제강 등 제강사들은 부정적 입장

수입산 열연과의 가격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사들이 반덤핑 제소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열연을 구입해 가공 후 판매하는 제강사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에서 고로를 운영하는 철강사들은 수입 열연강판에 대한 덤핑 조사 신청을 검토 중이다.

이들은 중국 업체들이 건설경기 침체로 국내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철강 제품들을 한국에 저렴한 가격으로 수출하고, 일본 업체들은 엔저 효과를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붙인 제품을 수출하면서 국내 철강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인건비나 원자재값을 따져 보면 중국산 제품은 국산 제품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로 수입되는 열연강판은 전년 대비 24.4% 증가한 422만2000톤으로 중국산과 일본산 모두 수입량이 증가했다.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되는 열연강판의 비율은 전체 수입량의 95% 수준이다.

특히 중국산, 일본산 열연강판은 국내산 대비 5~10% 정도 가격이 싸기 때문에 국내산 열연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철강업계에서는 이른바 수입산 열연의 ‘저가공세’라고 표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철강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가 생산하는 열연제품. [사진=포스코]
포스코가 생산하는 열연제품 [사진=포스코]

반면, 수입산 열연을 구입 후 가공해서 판매하는 국내 제강사들은 중국산 또는 일본산 열연을 많이 구매하는 상황이다. 국내 제강업계가 수입산 열연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반대하는 이유다.

국내 제강사 관계자는 “덤핑 제도의 목적은 산업 보호라는 공익적 목적이다”면서 “그러나 열연은 소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수입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 시장에서 일부 철강사들의 독점을 보장해주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점 구조가 되고 일부 기업이 시장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되면 하공정업체들의 원가는 크게 오를 것”이라며 "현재 수익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제강사들의 캐시카우가 흔들린다"고 우려했다.

통상 관점에서의 우려도 제기했다. 제강사 관계자는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일본, 중국과의 무역통상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다른 품목에 대한 보복관세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도대체 누구를 위한 반덤핑 관세인 것이냐"며 "여러 이해관계와 복잡한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국내 산업에서 이익보다 피해를 보는 부분이 크다"고 강조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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