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홍콩 ELS 배상금 여파에 리딩금융 경쟁 안갯속...올해 KB금융 vs 신한금융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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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홍콩 ELS 배상금 여파에 리딩금융 경쟁 안갯속...올해 KB금융 vs 신한금융 승자는?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3.21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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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리딩금융은 KB금융
2위 신한금융과 2639억원 격차
홍콩 ELS 여파 리딩금융 경쟁에 영향 끼칠 듯
"과징금 또한 무시할 수 없어"
KB금융.
KB금융

 

국내 은행들이 판매한 홍콩H지수 추종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이 상반기에만 최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는 KB금융지주가 순이익 면에서 1위를 기록해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는 은행권을 엄습한 홍콩 ELS발 배상금 및 과징금 폭탄에 왕좌 수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 사이에서 홍콩 ELS 배상금 관련 논의가 내부에서 아직 진행되고 있다"며 "손실 규모가 크기에 정확한 배상 액수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당기순이익 면에서 1위의 실적을 보인 곳은 KB금융이었다. KB금융의 작년 순이익은 4조6319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4조1530억원 대비 11.5%(4789억원) 늘었다.

이는 2위 신한금융과 2639억원 가량 차이가 나는 수치다. 신한금융의 작년 순이익은 4조3680억원으로 집계돼 2022년 4조6656억원 대비 6.4%(2976억원) 줄었다. 2022년에는 신한금융이 리딩금융 왕좌를 거머쥐었으나 작년엔 KB금융이 이를 탈환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이들 간 리딩금융 경쟁은 안갯속일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이 2021년부터 판매한 홍콩 ELS 상품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는 와중에, 올해 상반기에만 최대 6조원 가까이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거액의 배상금을 내야 할 은행들의 셈법이 복잡한 이유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이에 금융감독원에서는 금융권과 투자자들간 사적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11일 분쟁조정기준안을 내놓은 바 있다.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여부, 투자자의 투자경험 등을 고려해 0~100% 차등배상한다는 것이 기준안의 골자다. 업계에서는 은행들이 최대 40% 가까이 배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ELS 판매잔액이 압도적으로 많은 KB국민은행에서 가장 큰 배상액을 지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손실률과 배상비율을 50%로 가정할 경우 국민은행이 지출해야 하는 배상액은 1조1862억원에 달한다. 이어 신한은행 3332억원, 하나은행 1845억원, NH농협은행 1833억원 순이다. 

금감원이 내리는 과징금 처분 역시 실적 경쟁에 영향을 미칠 요소 중 하나다. 금감원 측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여부에 따라 홍콩 ELS 판매사에 과징금 처분을 내리겠다고 공헌한 바 있다. 자율적으로 투자자들에 배상하는 경우 과징금을 경감하겠다고 했으나 은행 입장에서 처분을 완전히 피할 순 없다. 

결국 KB금융의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실적 악화로 올해는 신한금융이 1위 실적을 거두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배상금액이 올해 영업외 비용으로 인식되면 KB금융의 순이익 후퇴는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으로 50% 배상할 시 두 지주 간 배상액 격차는 8530억원 수준이다. KB금융이 이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야 신한금융에 왕좌를 뺏기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최대한 국민은행이 배상비율을 낮추는 방안도 있으나 이는 곧 고객의 연쇄 이탈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게다가 배상액을 낮춘 만큼 과징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 ELS 여파를 가정한다면 올해 리딩금융은 아무래도 신한금융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금융지주 중에선 KB금융의 포트폴리오가 가장 안정적인 만큼 올해는 무리하지 말고 내년을 기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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