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배상 첫 스타트 끊은 곳은 우리은행...다른 은행들은 이사회 앞두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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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배상 첫 스타트 끊은 곳은 우리은행...다른 은행들은 이사회 앞두고 '고심'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3.20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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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22일 홍콩 ELS 배상 결의할 듯
예상 배상액 100억원 대 불과해
판매잔액 많은 다른 은행들은 눈치보기 중
"분쟁조정위원회 결과 나온 뒤 입장 발표 가능성"
우리은행.
우리은행.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이 눈두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먼저 투자자들에 자율적으로 배상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 잔액이 다른 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적어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당장 이사회를 앞두고 있지만 내야 할 예상 배상 금액의 규모가 커 아직 내부검토 중에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상 배상액이 적은 우리은행은 속전속결로 배상을 결정했으나 아직 다른 은행들은 당국이 제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홍콩 ELS 관련 예상 손실 규모를 보고하고, 자율배상에 관한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날 우리은행이 자율배상을 결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제시한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른 예상 배상규모액이 약 100억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지금까지 판매한 홍콩 ELS 잔액은 총 413억원에 불과하다. 은행권에서 가장 해당 상품을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7조8000억원)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또 홍콩 ELS 자율배상을 결정하더라도 배임 혐의를 받을 소지가 없다는 1차 법률 검토 결과를 우리은행 측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이 분쟁조정기준안을 통해 은행권에 먼저 자율배상할 것을 권유했으나 은행들은 배임 혐의의 소지가 있다면서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우리은행이 첫단추를 뀄음에도 다른 은행들은 여전히 배상에 신중한 모습이다.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20일과 21일 이사회를 개최하나 이날 당장 자율배상안을 결의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판매잔액이 각각 2조원, 2조4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적어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이사회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NH농협은행만 안건 상정을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19일 기자들을 만나 "최대한 빨리 홍콩 ELS 배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실무적인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배상이 이뤄지기 까지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8조원이 넘는 홍콩 ELS를 판매한 국민은행은 첩첩산중의 형국에 빠졌다. 배상비율을 40%로 잡으면 최대 1조원이 넘는 배상액을 지불해야 하기에 21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배상안을 논의조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상금액을 차치하더라도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할 시 경영진이 배임 혐의를 입을 수 있다는 의혹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도 골칫거리다. 또 금감원이 과징금 처분을 내릴 때 얼마나 정상참작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자체 결정이 힘든 은행권이 다음 달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과가 나온 뒤 입장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상 배상금액이 큰 은행들이 당장 이사회에서 배상에 관한 결정을 내리긴 힘들다"며 "이사회가 지난 뒤 최소 한두 달은 지나야 배상안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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