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고려아연·한미약품, 3월 주총 앞두고 '조카·모자·동업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 전망은?
상태바
금호석유화학·고려아연·한미약품, 3월 주총 앞두고 '조카·모자·동업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 전망은?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4.03.12 0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금호석유화학 '조카의 난' 재점화...22일 주총에 차파트너스 참여
- 고려아연, 19일 주총에 최씨-장씨 동업자 표대결...결국 분리 전망
- 한미약품, OCI와 통합 예정...모녀 vs 형제 표대결, '분쟁' 분수령

금호석유화학 '조카의 난', 고려아연 '불편한 동거', 그리고 한미약품그룹 '모자의 난' 등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3월 주주총회에서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금호석유화학은 2021년부터 분쟁이 이어지고 있고, 고려아연은 최대주주 영풍 가문과 동거를 끝낼 조짐이고, 한미약품그룹은 OCI그룹과 통합으로 마침표를 찍겠다는 계획이다.

경영계 한 인사는 "경영권을 두고 모녀와 형제, 삼촌과 조카, 동업자 등 오너 일가 사이에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결국 3월 주총은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22일 주총이 예정된 가운데 올해도 사실상 이른바 '조카의 난' 경영권 분쟁이 예고된 상태다.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은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이사회 결의가 없어도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올해 말까지 자사주의 50% 소각한 뒤 내년 말까지 나머지 50% 소각하는 안 등의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조카' 박철완 전 상무

박철완 전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개인 최대주주이다. 2021년과 2022년 주총에서 박찬구 회장 측과 맞붙었으나 실패했다. 이번엔 행동주의 펀드와 손을 잡고 '주주환원 강화'라는 명분으로 주주제안에 나선 것.

금호석유화학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기주식의 50%를 3년간 분할 소각하고,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 목적으로 추가 취득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차파트너스는 "나머지 절반은 왜 소각하지 않는 것인지, 백기사에 넘겨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차파트너스가 사실상 박철완 전 상무 개인을 대리해 움직이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차파트너스가 주장하는 소액주주 가치 제고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요구가 경영권 분쟁 연장이라고 본다. 박찬구 명예회장 측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중장기적으로 지분 격차를 좁히고 분쟁을 이어갈 것이란 게 재계의 시각이다. 박철완 전 상무 측 지분율은 10.8%, 박찬구 회장 측은 15.89%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박철완 전 상무가 결국에는 보유한 지분을 금호석유화학에 매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철완 전 상무가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고 여론전을 펴는 것도 협상력을 높여, 더 비싼 값에 지분을 넘기려는 포석이라는 것.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지분 매입 경쟁을 벌여온 고려아연과 영풍도 오는 19일 고려아연 주총에서 표 대결을 예고한 상태다. 

고려아연은 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 신주 발행을 외국 합작법인만을 대상으로 제한하는 현재 정관을 삭제하는 안건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며, 동업자 가문인 영풍 측은 이에 대해 "주주권익의 심각한 침해와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기업이 모태로 영풍은 장씨일가, 고려아연은 최씨일가가 맡아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핵심계열사인 고려아연의 결산배당 안건 상정에 대해 최대주주인 영풍 장씨 측이 반대하면서 표 대결이 된 것.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 장형진 고문 일가가 표 대결에 나선 셈이다. 

최씨 측과 장씨 측의 지분율은 각각 32.5%, 31.5%로 큰 차이가 없다. 재계에서는 지분 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표 대결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정관변경 안건 표 대결은 영풍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정관변경 안건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1' 이상이 반대하면 부결되기 때문.

반면 배당 안건은 일반결의 사항인 만큼 우호지분이 더 많은 고려아연 최씨 일가가 유리하다는 평가다.

최씨와 장씨 두 집안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만큼 이번 주총 이후에도 경영권 다툼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은 최씨와 장씨 두 가문은 주식교환 등을 활용해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윤범 회장 일가가 보유한 영풍 등의 지분을 장형진 고문 일가에 넘기고, 그 대가로 장 고문 일가로부터 고려아연 지분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 중인 한미약품그룹은 올해 정기 주총이 오너일가 '모녀 vs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의 아내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OCI그룹과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지만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셋째아들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모자의 난'이란 말도 나온다.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왼쪽)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각각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권규찬 DXVX 대표 등 4명을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로 선임해달라는 주주제안을 냈다. 해당 의안을 상정하고 주주명부 열람과 등사를 허용해달라는 가처분도 제기했다. 주주제안이 상정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미그룹 측은 "임종윤 사장이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채무를 해결하는 등 한미그룹을 개인 이익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현재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 지분은 우호세력을 합쳐 총 31.9%,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은 28.4%다. 이에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과 7.38%를 보유한 국민연금, 21.0%를 보유한 소액주주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이 결정될 전망이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

한미사이언스 주총은 28일 예정돼 있다. 앞서 27일 열리는 한미약품 주총에서는 임종윤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오르지 않은 가운데 그 자리를 서진석 OCI홀딩스 대표가 채울 예정이다.

두 회사 주총에서 모두 모녀 측의 안건이 통과되고, 이어 29일 열리는 OCI홀딩스 정기주총에 상정된 이우현 OCI그룹 회장과 더불어 임주현 사장을 함께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되면 두 그룹 간 통합은 가속될 전망이다. 

OCI그룹 소속의 제약사 부광약품도 22일 정기주총에서 한미약품그룹 출신의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우기석 대표는 부광약품 대표를 맡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