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열전⑫]한미약품-OCI 통합, 송영숙·임주현 모녀 vs 임종윤·임종훈 형제 '골육상쟁' 경영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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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열전⑫]한미약품-OCI 통합, 송영숙·임주현 모녀 vs 임종윤·임종훈 형제 '골육상쟁' 경영권 분쟁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4.02.20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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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녀 "통합 시너지" 자료 내자 형제 "경영권 프리미엄 없다" 반박
-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회장, 경영승계 매듭짓지 못하고 별세
- 3월말 주총 표 대결 관심...형제, 사내이사 선임 안건 상정 예정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을 두고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모녀 대 형제 대결 양상이 '장외여론전'으로 번지는 등 점입가경이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측은 '깜짝 통합'을 주도한 가운데 19일 홍보대행사를 통해 기획자료를 불특정 다수 언론에 배포하면서 통합의 명분을 부각시켰다. 

'이종 산업 간 결합은 세계적 트렌드'라는 제목의 자료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아사히카세이, 바커, 바이엘 등 세계적 기업이 통합해 시너지를 낸 성공 사례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는 바이엘 사례를 통합 경영의 롤모델로 삼고 있다. 송영숙 회장 측이 지난 1월 12일 전격 통합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 통합의 당위성에 대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은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반면 한미그룹 오너가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측은 이날 '한미사이언스, 사라진 경영권 프리미엄'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뿌려 맞불을 놨다. 임종윤 사장 측은 통합에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임종윤 사장 측은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통합 과정에 한미사이언스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적용되지 않았으며 4만여 주주의 권익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송영숙 회장 측은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통합의 취지를 악의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현재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 일가는 모녀(송영숙·임주현) 대 형제(임종윤·임종훈) 대결 구도로 경영권 분쟁 중이다. 그야말로 골육상쟁(骨肉相爭) 분위기다.

경영권 분쟁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측은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금지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지난 8일 "경영에 참여하겠다"며 자신을 포함한 6명을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할 것을 주주 제안했다. 

한미약품-OCI 지분 교환 과정에서 빠진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의 장남 임종윤·차남임종훈 사장은 통합지주사가 출범하면 지분을 단 1주도 보유하지 못하게 된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부인인 송영숙 회장은 2020년 8월 임성기 회장이 별세하자 회장에 올랐다. 당시 고문이었던 송영숙 회장은 법정 비율 상속에 따라 단박에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가 된 것. 임성기 회장은 경영 승계를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게 화근이었다.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이번 통합 작업을 추진했다. 

2020년에만 해도 후계 구도에서 임종윤 사장이 한 발 앞섰다. 가장 먼저 경영수업을 받았고, 2004년 중국에 진출해 북경 한미약품의 성공에도 기여했다. 2009년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대표이사를 맡는 등 경영후계 코스를 밟아왔다. 

그러나 어머니 송영숙 회장이 대주주가 되면서 '능력검증 후 후계자 결정'에 나섰다. 2022년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한미그룹 지주회사)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고 임주현 전략기획실장(사장)이 부상했다. 2022년 연말 조직 개편에서 임주현 실장은 글로벌사업본부와 연구개발 센터, 경영관리본부, 커뮤니케이션팀 등을 총괄한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전략기획실장에 오르며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서울 송파구 소재 한미약품 본사 전경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한울회계법인 자료를 근거로 통합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울회계법인이 최근 5년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100억원 이상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양수도 사례를 분석한 결과, 평균 경영권 프리미엄율은 약 240%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통합에서 송영숙 회장의 한미사이언스(한미그룹 지주회사) 지분 매도 가격과 유상증자 신주발행가액은 3만7300원으로 시장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이들 형제의 주장이다. 

송영숙 회장 측은 "한울회계법인 통계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일방적으로 인수·합병한 사례를 기반으로 작성됐지만, 이번 통합 작업은 두 그룹의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임종윤·종훈 사장의 주장은) 통합 취지를 왜곡한 악의적 내용으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원지법은 오는 21일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그룹 통합을 막기 위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신청 심문 기일을 연다. 

따라서 3월말에 열리는 주총에서의 표 대결에 관심이 모아진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주총에서 자신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상정할 예정이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지분은 19.85%다. 임종윤·종훈 사장 지분은 19.32%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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