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중도상환수수료 개정 겹악재 터진 은행권...비이자이익 타개하기 위해 찾은 이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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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중도상환수수료 개정 겹악재 터진 은행권...비이자이익 타개하기 위해 찾은 이곳은?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3.06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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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이자이익 의존도 93.37%
은행들, 비이자이익 높이기 위해 안간힘
홍콩 ELS 사태, 중도상환수수료 개정으로 비이자이익 후퇴 위기
외환서비스 시장으로 눈돌리는 은행들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은행권이 이자이익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비이자이익을 늘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홍콩 ELS 손실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고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기준 마저 개정될 예정이다. 

갈수록 비이자이익을 추구하기 힘들어지자 은행들은 앞다투어 외환서비스를 새로운 먹거리로 지목한 상황이다. 한편 외환서비스 시장에서의 출혈경쟁이 비이자이익을 도리어 후퇴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5대 은행(KB·농협·신한·우리·하나)의 이자이익 의존도는 93.37%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이 90%가 넘는 이자이익 의존도를 보이면서 올해 또한 전체 영업이익 중 비이자이익의 비중이 한자리수를 기록하게 됐다. 

이자이익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데에는 비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으나 이자이익 역시 큰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작년 5대 은행의 비이자이익은 2조9437억원으로 전년 1조7201억원 대비 71.1%(1조2236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41조3878억원으로 집계돼 39조4612억원과 견줘 4.9%(1조9266억원) 늘었다. 

국민을 상대로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세례가 지속되자 은행권은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비이자이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도 사기업이기 때문에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만, 이자이익 확대로는 한계가 있기에 결국 수수료 수익 등을 확대함으로써 비이자이익을 제고해야만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이자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녹록지 않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에서 확정된 홍콩 ELS 손실액은 1조543억원으로 드러났다. 만기 도래 원금이 1조9851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확정 손실률은 평균 53.1%에 달한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주가연계증권인 ELS 판매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올려왔다. 은행권에서는 ELS를 ELT(주가연계신탁)나 ELF(주가연계펀드) 형식으로 판매하는데, 자산운용사가 여러 ELS 상품을 묶어 신탁상품을 만들면 은행은 수수료를 받고 이를 대행한다.

손실이 눈두덩이처럼 불어나자 은행들은 앞다투어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5대 은행은 2021년부터 지난 3년간 ELS 판매를 통해 6815억70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긴 바 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이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한 만큼 비이자이익 역시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게다가 대표적인 비이자이익인 중도상환수수료마저 개정될 예정이라 은행 입장에선 첩첩산중이다. 지난 4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아무런 기준 없이 일률적으로 부과된다는 비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앞으로 은행들은 대출자들이 3년 이내에 대출금을 중도상환할 시 자금운용 차질에 따른 손실 비용, 대출 관련 행정·모집비용 등 실제 발생되는 비용 내에서만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기준이 바뀌면서 수수료 수익 또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종 겹악재가 터지자 은행권은 외환 서비스 시장에 눈을 돌렸다. 통상 환전수수료가 전체 수수료 수입의 10%에 해당하는 걸 감안하면, 은행들 입장에선 상당히 매력적인 먹거리인 셈이다. 

인터넷 은행을 필두로 시중은행들이 환전수수료 면제를 내세우며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금융권 최초 '평생 100% 무료 환전' 외화통장을 선보였다. 이어 하나은행이 최근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선보였으며, 신한은행도 'SOL 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해 맞불을 놨다. 국민은행은 오는 4월 'KB국민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출시할 계획이며, 우리은행은 상반기 중으로 해외이용수수료가 전액 면제되는 카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외환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한시적인 무료환전 정책을 펼치면서 은행들 사이에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존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외환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실적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일선에서도 피로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ELS 등 악재가 산적하고 외환시장 역시 레드오션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수수료 수익을 포함한 비이자이익이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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