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도체의 '편리함'... 그 의미를 더 진지하게 생각할 때
상태바
[기자수첩]반도체의 '편리함'... 그 의미를 더 진지하게 생각할 때
  • 최지훈 기자
  • 승인 2024.02.13 0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 한번 밀리면 다음은 없어
-언론은 비판도 좋지만 대안 전달 플랫폼이 되어야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설령 기억이 환상과 동의어라고 해도, 인간은 기억에 의해 살아가는 존재."

"컴퓨터의 보급이 기억의 외부화를 가능하게 했을 때, 당신들은 그 의미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했어야 해."

우리는 반도체가 주는 '편리함'에 취해 "반도체 전쟁'의 선봉에 있는 집단에 대한 막연한 반발심과 대안 없는 비판이 난무한다. 

대안 없는 비판에 사로잡힌 오늘날 우리에게 1995년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는 반도체의 경쟁력이 우리 삶의 편리함과 나아가 환율 방어와 물가 방어를 가능케 해주고 있는 지금, 너희들은 그 의미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독자적 운영 체계 없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 60% 점유...'기적'

애플과 구글 등 독자적 운영 체계를 기반으로 반도체 시장을 섭렵하는 기업과는 다르게 독자적 운영 체계는 차치하고 반도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은 자국 반도체 기업을 지키기 위해 각종 법안을 통과시키고 혜택을 쏟아부어주고 있는 이 순간에도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공업용수 부족, 사법 리스크, 예산과 인력 부족 등에 시달리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흡사 미국은 개틀링 건을 가지고 전쟁에 나왔는데 우리는 화승총을 쥐고 적진에 돌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회적 제약은 증시로도 나타난다.

지난 1월 시초가부터 2월 11일까지 주가 변동성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주가는 5.2%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2.2% 상승한 것에 머물렀다. 반면, 미국의 구글과 NVIDIA 등은 각각 6.6%, 45.7% 상승했다. 사회가 기회를 주는 곳에 돈도 몰리는 것이다.

시장은 합리적이지 않다. 시장은 욕망과 물음표로 이뤄져 있다. 시장에서 더 좋은 기업을 만들어 주가를 올려보고자 하는 욕망, 더 좋은 기업에 저점 투자하고자 하는 욕망, 그 욕망이 만들어낸 자금으로 더 좋은 기술력은 없을까? 그 기술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에 수혈을 하고 다시 기업가치를 높여 자신의 욕망을 획득하는 것, 이 욕망의 시장을 받아들이는 사회가 이 반도체 전쟁이란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반도체 전쟁의 저자 최낙섭은 "이번 게임은 미래 혁신의 리더를 가리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는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며 "밀리면 2등이 아니라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게임"이라고 서술했다.

이어 그는 "혼자서만 잘해서도 안 되며 반도체의 생산과 수요라는 전체 생태계를 아우르는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발 한번 잘못 디디면 나락으로 가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대안 없는 비판은 자살골이다.
 

언론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

언론의 존재 이유는 기업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다. 다수의 책임 있는 시민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는 것이다.

기업을 비판적 사고로만 바라보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론은 기업보다 생산성이 뛰어나지 못하고, 기업보다 환율을 방어할 수 없으며, 기업보다 유가증권시장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언론은 비판을 위한 비판을 넘어 기업의 법 위반 사항, 기업의 편법과 탈세 등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릴 모아 대안을 제시하고 행정적 정책을 제안하며, 국회의 입법 활동을 독려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라고 발언하는 기능으로 가야 한다. 

우리 앞에 펼쳐진 세상은 인공지능의 폭발적 발전과 반도체 기술 및 양자컴퓨터의 개발로 어떠한 특이점이 나타날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이제 첨단기술산업에서 기적은 이러날 수 없다. 최정상을 유지하느냐 못하느냐에 국가의 운명이 걸려있다. 무엇보다 국가적 합심이 필요할 때다.
 

최지훈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