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이재용, '사법 리스크' 벗고 93조원 현금 '대형 M&A' 나서나..."모든 역량, 미래 먹거리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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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이재용, '사법 리스크' 벗고 93조원 현금 '대형 M&A' 나서나..."모든 역량, 미래 먹거리에 집중"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4.02.05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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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사건' 재판부, 1심 무죄 선고
- "운신의 폭 넓어진 만큼 M&A 등 가시적 사업 성과에 속도 낼 전망"
- 재계 환영 "적극적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 발전에 매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고 '뉴 삼성' 비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3년 5개월의 기다림이 끝내고 대형 M&A(인수합병)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집중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사건' 관련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물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사 현장을 찾은 모습

삼성은 그간 주춤했던 대규모 M&A는 물론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등 이재용 회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한 신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삼성으로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나왔다"며 "이재용 회장은 운신의 폭이 넓어진 만큼 M&A 등 가시적 사업 성과에 속도를 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등기이사 복귀는 검찰 항소 등 법적 절차가 진행 예정이기 때문에 신중모드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이재용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 임원이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회장 직함을 갖고 있지만, 그룹 내 이사회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그간 '사법 리스크'를 이유로 미등기 임원을 유지하고 있는데 올해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와 함께 책임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도 삼성이 향후 준법 경영을 이어갈 수 있는 일종의 발판으로 해석된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 중 이사회 의장을 선출해 오너 일가를 포함한 경영진과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다.

삼성 총수 부재 기간 동안 실적 부진 등 이어져...삼성전자 매출 성장률 2% 그쳐

삼성그룹은 2014년 이후 총수 부재 상황이 계속 됐다. 고(故) 이건희 회장은 병환으로 쓰러지고, 아들 이재용 회장은 국정농단 등 각종 '사법 리스크'에 휘말렸기 때문. 2016년 국정농단 사건과 구속, 이건희 선대회장 타계,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사건 등이 이어졌다. 

이건희 선대회장(왼쪽)과 이재용 회장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매출 성장률은 평균 2%에 그쳤다. 1995년 이후 2014년까지 삼성전자의 매출이 연평균 18%씩 급증한 것과 비교된다. 더욱이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세계금융위기(GFC) 등을 거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이롭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간 주요 사업인 반도체 부문이 휘청인다. 뚜렷한 성장 전략도 안보인다. 그 과정에서 SK하이닉스 등이 전략적 투자에 나선 고대역메모리(HBM) 등 고수익 제품의 개발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2017년 전장(자동차 전자장치)·오디오 기업인 하만을 80억 달러(당시 9조원)에 인수한 이후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M&A는 전혀 없었다. 이재용 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인공지능(AI), 로봇, 전장, 6G(6세대) 통신, 바이오 등 신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M&A는 삼성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평가다. 

4대 그룹 고위관계자 출신 인사는 "삼성전자는 그간 각종 반도체 기업 및 팹리스 회사 등이 M&A 매물로 거론됐으나 총수 부재 때문에 '초대형 딜'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삼성은 그간 물색한 M&A를 구체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초 간담회에서 "올해 삼성의 리더십을 위한 대형 M&A 계획이 나올 것으로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현금 실탄도 넉넉하다. 한 때 120조원을 웃돌던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최근 실적 부진으로 줄어들긴 했으나,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 93조1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M&A 전담 조직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신사업 발굴을 목적으로 미래사업기획단을 출범했다. 단장에 반도체·배터리 전문가인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이 맡고 있다. 대표이사 직속으로 운영되는 미래사업기획단은 계열사 전체를 총괄한다.

이복현 금감원장 "경영혁신이나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에 족쇄가 있었다면 심기일전할 기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국제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삼성그룹의 위상에 비춰서 이번 절차가 소위 사법 리스크를 일단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삼성그룹과 이재용 회장이 이걸 계기로, 경영혁신이나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에 족쇄가 있었다면 심기일전할 기회가 되면 좋지 않겠나 싶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020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로서 이재용 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이끈 바 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무죄 선고 소식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베트남 출장 중 생일을 맞이해 현지에서 축하받는 장면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이번 판결은 첨단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과 이제 막 회복세에 들고 있는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1심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 삼성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돼 우리 수출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최근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첨단산업 투자에 대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현재의 여건을 감안하면 판결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경영계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금번 판결을 통해 지금까지 제기되었던 의혹과 오해들이 해소되어 다행"이라며 "삼성그룹은 그동안 사법리스크로 인한 경영상 불확실성을 벗어나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 발전에 더욱 매진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1주일 내로 항소장을 접수할 경우, 이재용 회장은 대법원 판결까지 다시 재판장에 출석해야 한다. 여전히 불완전한 경영 활동이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용 회장은 2020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게 주가를 조정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9년째 매주 법원에 출석하면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없었다.

부당합병 관련 재판은 약 1천252일 동안 총 106차례 열렸다. 이재용 회장은 이 중 95차례 법원에 출석했다.

이재용 회장은 법정에서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한 가운데 있다"며 "부디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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