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정비 지침서’, 사설 정비업체가 요청하면 제공한다더니...‘국토부도 확인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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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정비 지침서’, 사설 정비업체가 요청하면 제공한다더니...‘국토부도 확인 못했다?’
  • 박시하 기자
  • 승인 2024.01.3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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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사, 자동차 관리법상 정비 진단기 및 매뉴얼 제공해야
-일부 수입차 업체, 진단기 및 매뉴얼 제공하고 있지 않아 불만↑
XC90[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홈페이지]
XC90[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홈페이지]

볼보가 일반 자동차 정비업체에도 자동차 정비 진단기 및 매뉴얼을 제공한다고 했으나,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요청에도 정비 매뉴얼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자동차 제작사는 자동차 관리법상 자동차 정비업체에 정비를 위한 진단기 및 매뉴얼을 제공해야 하지만, 일부 수입차 업체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작년에 수입차 제작사들을 대상으로 정비 매뉴얼을 어떻게 제공하고 있는지 조사를 했는데, 볼보의 경우 명확하게 정비 매뉴얼을 준게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볼보는 정비연합회와 얘기를 해서 다시한번 요청을 해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자동차제작자등의 자동차정비업자에 대한 기술지도·교육 및 정비 장비·자료의 제공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자동차 제작사는 자동차 정비업자에게 정비 장비와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이 규정 시행일 이전에 판매가 종료된 자동차에 대해서도 정비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해당 정비 매뉴얼을 제공해야 하고, 신차가 판매되는 경우에는 신차 판매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정비 장비 및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정비업계에서는 자동차 제작사측에서 정비 장비 및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어서 정비에 어려움이 있고, 이러한 이유로 수입차 정비는 아무나 하지 못한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별도의 홈페이지를 통해 무상으로 정비 자료를 공개하고 있지만, 수입차의 경우에는 정비 자료를 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자동차 제작사가 정비 장비나 매뉴얼을 제공하는 것은 상생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법적인 의무인데 처벌이 약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정비 매뉴얼 관련 홈페이지[사진=해당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 정비 매뉴얼 관련 홈페이지[사진=해당 홈페이지 캡처]

정비업체를 방문해 여러 자동차 제작사들의 정비 매뉴얼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차·기아 등 국산차의 경우 회원가입시 무상으로 정비 매뉴얼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일부 정보의 경우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정비업체 대표는 “현대차·기아의 경우 약 70~80% 정도의 매뉴얼을 공개한다고 보면 된다”며, “기술이 유출되거나 영업상의 비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기술 유출을 이유로 전체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라고 밝혔다.

특히 자동차 정비업계에서는 수입차는 정비 진단기나 매뉴얼을 구하기 어렵고, 별도의 교육없이 매뉴얼만 보고 정비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토요타
토요타 정비 매뉴얼 관련 페이지[사진=해당 페이지 캡처]

수입차 제작사 중 정비 진단기 및 매뉴얼에 대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곳은 ‘토요타’였다. 홈페이지를 통해 언제, 어떻게하면 정비 진단기와 매뉴얼을 구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상세히 나와있었다. 아우디 역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매뉴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었다. 매뉴얼을 이용하는 일 수에 따라 차등적인 가격을 적용하고 있었고, 설명도 비교적 상세했다.

국내 유일 볼보 공식 진단기 및 매뉴얼을 사용하고 있다는 공업사[사진=해당 홈페이지 캡처]

벤츠와 BMW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정비 매뉴얼을 확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벤츠는 ‘WIS’를 BMW는 ‘ISTA’를 설치하면 정비 매뉴얼을 참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볼보의 경우 정비 진단기나 매뉴얼에 대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실제로 국나 한 볼보 전문 자동차 공업사의 경우 ‘볼보자동차 공식 서비스센터를 제외하고 정식으로 VIDA와 DICE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VIDA는 볼보의 고장 진단을 위한 프로그램이고, DICE는 이를 위한 연결장치라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볼보측은 “자동차 정비 매뉴얼 및 진단기 모두 일반 자동차 정비업체에 공급하고 있다”며, “일반 자동차 공업사가 매뉴얼 및 진단기를 요청할 경우 구입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에 확인한 결과 볼보측은 국토부의 요청에도 정비 매뉴얼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서울에 위치한 자동차 정비업체 관계자는 “현대차나 기아는 매뉴얼이나 진단기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설명도 보기 쉽게 해놔서 정비할 때 도움이 되고 예전에는 어디서 주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차 관련해서 집합 교육도 종종 받았던 것 같다”며, “수입차는 매뉴얼 보는 것도 복잡한데, 일단 구하는 것부터 어려워서 정비사들이 가입되어 있는 카페에 가보면 이 차 매뉴얼 구해달라, 이 차 매뉴얼 찾아달라 난리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는 매뉴얼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집합교육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문제도 있다”며, “집합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이 딱 한 군데 있다고 하고 거기로 모이라고 하거나, 본사의 정책상 자세한 정보를 공유해줄 수 없다고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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