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벌 조력자 '김앤장', 그리고 재벌 저승사자 '金&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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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벌 조력자 '김앤장', 그리고 재벌 저승사자 '金&張'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06.16 17: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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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첨병 맡은 김상조 공정위원장, 장하성 정책실장...김앤장이 주도하는 재벌개혁 방향

'김앤장'. 일종의 대명사처럼 받아들여지는 이미지가 있다. 재벌기업의 홍위병, 국내 로펌 업계 1위.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의 권력기관들 출신들을 고액의 연봉으로 싹쓸이하며 돈만 주면 안되는 것이 거의 없는 해결사 노릇을 해왔다.

못하는게 없는 김앤장은 의뢰자 입장에서는 항상 믿음직한 존재였고 국내 재벌들에게는 든든한 조력자였다.

하지만 이제부터 적어도 탈법을 일삼는 재벌들은 '김앤장'이라는 말에 그리 호의를 갖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金씨와 張씨.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얘기다.

지난 15일, 김상조 위원장의 취임사가 하루종일 화제였다. 김 위원장은 내정자 시절 "재벌개혁을 검찰개혁처럼 시원하게 할 수 없다", "재벌을 타겟으로 한 법을 만들기보다는 좀 더 엄한 잣대로 보겠다는 것" 등의 발언으로 공직을 맡으며 강경했던 재벌개혁 노선에서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그런 그가 취임사에서 경고라고까지 표현하며 강조한 사안이 "업무외 시간에 공정위 출신 OB나 로펌 변호사 등 이해관계자와의 만남을 최대한 자제하라"였다. 정경유착 의혹의 빌미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공정위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며 집중포화를 맞은 곳 중 하나다. 금융위, 국민연금과 더불어 삼성 총수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에 혜택을 줬다는 의혹도 받는다. 

지난해 지상욱 새누리당 의원이 제출받은 2만2000여건의 공정위 출입기록을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2016년 7월까지 대기업 관계자는 4254회, 로펌 관계자는 4262회 공정위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평균으로 대기업은 6.94회, 로펌은 6.95회에 달한다. 

그 중에서도 삼성이 727회로 대기업 중 가장 많았고, 김앤장은 1869회를 방문해 기업과 로펌을 통틀어 가장 많이 방문했다. 

물론 업무상 질의응답 등의 문의로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의 공정위 방문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나, 그 횟수가 상식적인지는 의문이다. 굳이 방문이 필요한 업무였는지에 대한 합리적 의심도 생겨나고, 업무가 끝난 이후에도 함께 자리했는지에 대한 의혹도 발생한다. 

이런 의혹에 심증을 더해주는 것이, 공정위 퇴직 후 7대 로펌으로 간 퇴직자 55명이 이 기간동안 952회 공정위를 방문했다는 통계다. 불법적 로비의 유무와 무관하게 비상식적으로 많은 횟수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경고의 말미에 공정위 직원의 업무상 만남을 시스템화 할 것을 시사했다. 아마도 시간과 장소, 업무의 내용과 비용의 근거를 남기는 방향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장하성 정책실장 역시 대표적인 국내 진보 경제학자로 꼽힌다. 

그는 2014년 펴낸 '한국 자본주의'에서 "재벌 그룹들의 시장 지배력은 이미 구조화됐고, 지배력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장과 분배가 전적으로 재벌에게 달려있다는 분석도 함께했다. 즉 재벌 개혁 없이는 성장이 정체되고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란 의미다. 

또 다른 저서인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는 "재벌이 잘돼야 경제가 성장해서 중소기업도 잘돼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평등도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임금과 고용 불평등을 지적하며 사내 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재벌 개혁의 방향으로 그는 대기업에 더 높은 누진세율을 부과할 것, 불공정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 환수,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등을 주장한다. 

장 실장은 지난 1988년 삼성전자 주총에 참석해 계열사간 부당거래 문제를 제기하며 장장 13시간30분의 마라톤 주총을 벌인 일로도 유명하다. 

김(상조)앤장(하성)의 국내 재벌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세부적 차이는 있을지언정 큰 틀에서 궤를 같이 한다. 게다가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겪으며 재벌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어느때보다 높고, 문 대통령의 의지도 강하다. 

재벌들이 연일 몸을 낮추는 이유다. 

지난 15일 한진그룹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대한항공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감 몰아주기로 오너 일가의 이익을 챙긴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행보란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인터뷰에서 순환출자 구조로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그룹이라고 언급한 현대차그룹도 순환출자 고리 해소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럴 때 재벌들에게 필요한 것이 대형 로펌이다. 물론 사내 법무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와 별도로 로펌에 자문을 받는다. 

대형 로펌들은 자사의 경쟁력 확보와 고객사 유치를 위해 대기업 출신, 기관출신 고위직들을 거액에 영입해 왔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공정위 퇴직 후 국내 7대 로펌에 입사한 직원만 55명이다. 금융위 출신, 판사 출신, 검사 출신들의 전관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욱 증가한다. 

또 대형 로펌 출신들이 청와대 및 정부기관에 영입되는 사례도 많다. 김앤장 출신 정부 인사들로 범위를 좁혀봐도 한승수 전 총리,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조윤선 전 장관, 장용석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정진영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나온다. 

대중들이 대형 로펌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도 좋지 않다. 특히 김앤장은 재벌기업의 홍위병이라 불릴 정도로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민감한 사안을 많이 맡아 왔다. 그리고 성과도 좋았다. 

활발한 시민단체 활동을 해 왔던 공정거래위원장의 재벌 개혁을 위한 첫 단추는, 이해관계자는 물론이고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으로 이직한 OB들을 불필요하게 만나지 말라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과 장 실장의 성향과 현재까지의 행보를 봤을때, 문재인 정부의 김앤장은 재벌 총수 몇을 구속시키는 것으로 재벌 개혁을 착수하거나 마무리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혈연, 지연, 학연으로 끈끈하게 맺어진 그들만의 카르텔을 끊고, 불공정한 거래가 용인되는 근본적인 시스템을 손보는 것으로 재벌개혁의 방향을 잡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재벌의 홍위병 김앤장이 재벌의 저승사자 김앤장으로 바뀌었다. 

 

 

백성요 기자  sypaek@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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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p 2017-07-21 10:44:47
국민들은 "모두 쓰레기 장관을 놓더라도,"
이거 하나만 잘해도 문재인 정권을 성공했다 할 것이다.
두고볼 일이다.
아무쪼록 어뚱한 방향으로가거나,
용두사미가 안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