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혹독한 시험을 통과해야 살아남는다'...현대차·기아 주행시험장, 최악의 조건에서 최고의 차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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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혹독한 시험을 통과해야 살아남는다'...현대차·기아 주행시험장, 최악의 조건에서 최고의 차 만들어
  • [LA = 박시하 기자]
  • 승인 2024.01.1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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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비 주행시험장, 극한의 환경에서 차량 테스트
-전기차·SUV 등, 성능과 품질 높이기 위한 시험 지속돼
모하비 주행시험장[사진=녹색경제신문]
모하비 주행시험장[사진=녹색경제신문]

‘물과 선글라스를 항상 소지하세요’

‘선크림을 바르고 가디건을 착용하세요’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1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학교를 다니며 매일같이 들었던 말이다. 40도는 가볍게 넘어서는 더위와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이 작열하는 태양에, 학교에서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물, 선글라스, 선크림, 그리고 가디건을 항상 챙길 것을 당부하는 방송을 수시로 했다. 국내에서는 재현할 수 없는 혹독한 기후에 극한의 주행환경이 더해진 모하비 주행시험장, 시장에 나오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이뤄지는 가혹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모하비 주행시험장이 가까워질수록 도로 주변의 집도, 도로를 달리는 차도 사라졌다. 황토빛으로 물든 척박한 사막에 살아있는 생명이라고는 조슈아 나무 뿐이었다. 극단적인 기후에 조성된 혹독한 시험장, 직접보니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완성도 높은 차량과 최고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테스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현대차그룹의 북미 점유율은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차량이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들이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가격 경쟁력이 아닌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녹색경제신문>은 현대차그룹이 최고 수준의 성능과 기술력을 완성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직접 테스트 주행을 해봤다.

■ 광활하게 펼쳐진 사막, 다양한 테스트를 할 수 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사진=녹색경제신문]
모하비 주행시험장[사진=녹색경제신문]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규모는 여의도의 2배로 약 1770만㎡(약 535만 평)라고 하지만, 사실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높은 곳에 올라서도 시험장을 한 눈에 담을 수 없어, 안내판을 보면서 어떤 시설이 있고 어떤 코스로 조성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사진=녹색경제신문]

거대한 규모 덕분에 시험장에는 실제와 비슷한 규모의 도로가 조성돼 있었다. 총길이 10.3km의 고속 주회로, 총길이 5.3km의 장등판 시험로, 총길이 4.4km의 핸들링 시험로, 총길이 4km의 소음시험로 등 다른 시험장에 비해 길이가 길기 때문에 충분한 시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사진=녹색경제신문]

아울러 넓은 시험장 내에는 다양한 주행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 내구시험로의 노면은 고정악로, 장등판, 오프로드 등 16개 종류의 노면으로 구성돼 여러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차량 하부의 내구성을 테스크하고 있었다. 또, 뉴욕, 디트로이트, 덴버 등 30개의 다양한 미국 지역 노면 조건도 재현해 승차감 및 소음시험의 적합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행시험장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미국 고속도로의 노면 상태까지 구현했다고 말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사진=녹색경제신문]

이에 더해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주행 시험을 할 수 있는 조건도 갖췄다고 전해진다. 오프로드 시험은 초기에 1개 코스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7개 코스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SUV 차량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강력한 성능의 차량을 만들기 위해 새로 건설중인 시험로도 있다고 밝혔다.

■ 전기차 특화 시험, 전동화 시장 선도하는 이유 찾았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사진=현대차그룹]
모하비 주행시험장[사진=현대차그룹]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시장을 선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데 있다. 실제로 전기차는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차량 하부에 장착된 배터리 때문에 내구성도 높여야 하는 등 내연기관차보다 다루기 힘들다고 알려졌다. 동시에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로 내연기관차보다 300kg 이상 더 나가기 때문에 서스펜션과 차체 등의 하중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거쳐 출시되는 전기차는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한 차량이다. 시험장에서는 전기차 열관리·냉각 성능 테스트, 고속 주행 안정성과 동력성능 테스트, 그리고 전기차 하부 내구성 테스트 등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특히, N브랜드 최초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N’은 시험장에서 고속 충전과 주행을 수없이 반복한 끝에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와 주행 성능 극대화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시험을 반복적으로 시행한다고?’

시험장에서 ‘EV6 GT’를 주행해 본 결과 주행 시험을 통과하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V6 GT’를 타고 일반 주행 모드에서 시작해서, 스포츠 모드와 GT모드로 바꾸며 주행했는데 상당히 높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차체의 흔들림을 줄이고 탑승자의 안정적인 승차감을 구현하기 위한 반복적인 고속주행, 직접 주행을 해보니 혹독한 주행 환경의 필요성이 와 닿았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사진=녹색경제신문]
모하비 주행시험장[사진=녹색경제신문]

■ 글로벌 시장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 오프로드 시험도 도입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사진=녹색경제신문]

미국 도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차량은 픽업 트럭이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적합하고 많은 짐을 적재할 수 있는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픽업 트럭은 물론이고, SUV와 SUV 트럭의 판매량이 높다고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SUV 차량 또한 미국 시장내에서 인기가 높지만, 성능을 높이기 위해 오프로드 시험을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오프로드 코스는 깊은 구덩이가 여러군데 파여있는 등 다양한 비포장 도로로 이루어져 있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사진=녹색경제신문]

기아 텔룰라이드 차량을 주행해 오프로드 코스를 빠져나오면서 긴장됐다. 생각보다 깊은 구덩이와 변화무쌍한 둔덕으로 이루어진 코스였지만,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오프로드 시험로는 노면의 경사, 표면, 모양 등을 고려해 7개로 이루어져 있고, 오프로드 특화 트림 확대를 고려해 지속적으로 평가 방법을 다양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경재 HATCI 샤시열에너지성능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오프로드 시험은 기존의 비포장 시험로 외에 여러 오프로드 노면들을 추가해 다양한 외부 환경 조건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며,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전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강력한 SUV를 이곳에서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 혹서의 기후에서 이뤄지는 부품 내구 시험, 품질 경쟁력 높인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사진=녹색경제신문]

‘오징어도 아니고, 자동차 부품을 왜 말리고 있는거지?’

모하비 주행시험장 한 켠에서는 자동차 내·외부 부품들이 판넬 위에 놓여 작열하는 태양 아래 노출돼 있었다. 이 시설은 ‘재료환경 내구시험’을 위한 것으로, 판넬은 더 많은 태양을 받기 위해 태양의 위치에 따라 움직인다. 낮 시간 동안 계속해서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최대 30배 이상 빠르게 내구도를 검증할 수 있다.

자율주행 센서의 노화, 차량 범퍼, 헤드 램프, 대시보드, 시트 등을 오랜시간 노출했을 때 색상과 재질의 변질을 보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시험 방식도 신기했고 타지 않고 무사히 노출돼있는 부품들은 더 신기했다. 연간 일조량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쬐도록 하는 가혹한 시험을 통해 지구상 어느 극한의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을 높이겠다는 현대차그룹의 뚝심이 대단해보였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현대차·기아의 전세계 시험장 가운데 가장 혹독하면서도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시험장”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의 니즈와 시장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글로벌 고객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 모빌리티 개발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A =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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