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 잇단 검찰 출신 영입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닮은꼴'...'추의정·허태원' 법무 임원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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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KT 대표, 잇단 검찰 출신 영입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닮은꼴'...'추의정·허태원' 법무 임원 맡아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4.01.0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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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감사실장 추의정-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 허태원 영입
- 포스코, 법무 임원에 검찰 출신 '방패막이'로 대거 영입
- 현 정권에서 '사법 리스크' 대책으로 검사 출신 영입 증가
-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삼성SDS 등에도 검찰 출신 인사

김영섭 KT 대표가 최근 인사에서 전직 검사들을 잇달아 영입하면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행보와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4대 그룹 출신 전직 간부는 "포스코와 KT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됐지만 지배주주 오너가 없어 정권의 눈치를 본다"며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검찰 및 법무부장관 출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권력의 핵심이 된 가운데 이들 기업은 '사법 리스크' 대책으로 검사 출신을 영입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KT는 최근 신임 감사실장(전무)에 특수통 여성 검사 출신인 추의정 변호사를 영입하는 등 검사 출신 인사를 잇달아 영입해 법무 관련 핵심 요직에 배치했다. 

이같은 KT의 움직임은 지난해 8월  취임한 김영섭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재계에서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검사 출신을 대거 영입하면서 '방패막이'로 삼은 것과 유사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추의정 전무는 사법연수원 35기로, 2006년 검사로 임관한 뒤 대검찰청 반부패부 검찰연구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 검사 등을 역임했다. 2021~2022년에는 방송통신위원회 법률자문관을 맡아 미디어, 플랫폼, 빅테크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해 9월부터 '로펌 랭킹 2위' 법무법인 광장에서 일해왔다.

(왼쪽부터) 이용복 법무실장(부사장), 추의정 감사실장(전무), 허태원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상무)

KT는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상무)에도 검사 출신 허태원 변호사를 영입했다. 허태원 상무는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등을 거쳐 법무법인 율정, 아인 대표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게임업체 '넷마블'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을 지냈다.

KT 측은 "추의정 전무와 허태원 상무는 법조계에서 인정받는 외부 전문가"라며 "향후 공정성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컴플라이언스 강화에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KT는 지난해 11월 인사에서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특검보 출신인 이용복 변호사를 법무실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용복 실장은 1992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검사로 재직했고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장 등을 역임했다.

KT의 검사 출신 영입에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KT새노조는 3일 성명을 내고 "외부 낙하산 등용이 내부 혁신을 우선하는 모양새로 사실상 혁신은 물건너 가고 낙하산이 자리 차지하는 결과가 빚어지고 말았다"며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검찰 출신들을 대거 임원으로 영입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KT의 혁신이 아니라 김영섭 사장 자신을 지켜줄 인맥 구축 뿐"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영섭 KT 사장 체제가 들어선 이래 검사 대통령, 검사 방통위원장에게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밖에 달리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온 동네가 검사 천지고, 검사 천하"라고 지적했다.

KT가 검찰 출신을 선호하는 데는 KT그룹과 전현직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일감 몰아주기 등 수사에 대응하는 차원이 강하다. 또한 '준법 경영' 강화 의지와 함께 현 정권과 관계 유지 의도가 담긴 것이란 분석이다.  

검사 출신 대거 영입은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주도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왼쪽)과 김영섭 KT 대표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3월 검찰 출신 박하영 변호사를 전무급으로 법무팀에 영입했다. 그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를 지냈다. 

특히 박하영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의 사법시험(41회)·사법연수원(31기) 동기다. 

포스코홀딩스는 2022년 5월에는 검찰 출신인 김영종 변호사를 포스코홀딩스 법무팀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시험(33회)·사법연수원 동기(23기)이다.

김강욱 변호사

같은 시기에 포스코홀딩스는 검찰 출신 김강욱 변호사를 법무 및 대외협력 담당 고문(사장급)으로 영입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이다. 

또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2월 문강배 고문변호사를 영입했다. 문강배 고문은 윤석열 대통령과 학과는 다르지만 고시 공부를 함께 했던 '절친'으로 서울대 79학번 동기다.

한편 포스코홀딩스는 3일 4차 포스코그룹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 회의를 열고 지원서를 낸 내부 후보를 대상으로 1차 심사를 통해 8명의 후보를 선정했다. 3월 임기가 끝나는 최정우 회장은 3연임을 노렸지만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이밖에도 대기업에 검찰 출신 인사는 증가 추세다. 삼성SDS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작년 8월 권상대 전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을 부사장에 영입했다. 현대자동차도 작년 4월 검찰 출신 김형석 변호사를 법무실 전무로 영입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였던 최청호 전 창원지검 밀양지청장을 법무실 상무로 영입했다.

한 경영전문가는 "포스코는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됐지만 국민연금 약 9% 정도로 정부의 입김이 강하다"며 "포스코, KT 등의 경우 회장이 바뀌면 계열사를 비롯 여러 곳에 보은 성격의 자리가 가능하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반복되는 연례행사인데 지배구조 문제가 숙명인 셈"이라고 진단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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