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아의 유럽이야기] 플라스틱 권총이 남긴 디자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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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의 유럽이야기] 플라스틱 권총이 남긴 디자인 혁신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4.01.05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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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감 같은 무기 발명가 글록 씨 별세
- 살인 무기의 대중화·폭력 예찬 문화 논란 여전
공상과학 액션영화『매트릭스 2 리로디드』중에서 소품으로 사용된 글록 권총. Source: Internet Movie Firearms Database
공상과학 액션영화『매트릭스 2 리로디드』중에서 소품으로 사용된 글록 권총. Source: Internet Movie Firearms Database

성탄절 연휴가 끝나고 난 직후인 12월 27일 (수요일), 가스통 글록이 항년 94세 사망했다는 부고 기사가 오스트리아 일간지에 일제히 보도됐다.

구순(九旬)이 넘은 나이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최대 갑부 중 한 사람(포브스 기준 재산 규모, 미화 11억 달러/우리 돈 약 1조 440억 원)이었던 그는 한 평생 대중 언론의 눈을 피해 오스트리아 남부 호숫가에서 은둔 생활을 고집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총기라는 살인 도구의 발명가라는 명성의 무게는 그에 걸맞는 엄중한 카르마를 불렀던 법일까? 그는 1990년대 말 한 사업 동료로부터 받은 폭력적 살인 협박과 2011년 첫 부인과의 이혼이라는 사건들을 계기로 일반인들의 눈을 피해 생활하며 조용히 사업을 운영해왔다.

글록(Glock)은 명세기 세계 무기 역사 상 혁신적 총기 무기 임을 물론 대중문화사에서 지워지지 않을 불멸의 아이콘으로, 글록(GLOCK, Inc., 1963년 창업) 사의 창업자인 가스통 글록(Gaston Glock, 1929.7.19~2023.12.27) 씨가 발명한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권총이다. 

본래 주물 폴리머(polymer)와 금속 박판(sheet metal) 소재로 된 커튼 봉 등 대중 소비재 용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설립된 글록이 무기 공급 사업체로 거듭난 때는 1980년대 초엽. 34세의 화학 공학자 출신이던 가스통 글록 창업자 겸 사장은 오스트리아 국방부가 육군군대에서 새로 도입한 슈타이어 AUG 돌격용 자동 소총(pistol)에 착검할 나이프/총검 디자인 입찰 공고를 보고 플라스틱 권총 디자인을 착상하게 됐다. 무기 제조산업에 휴대용 소형 권총이라는 새 세그먼트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글록은 오늘날 직업 군인과 경찰들이 가장 경애하는 소형 무기이자 전 세계 암흑계 폭력배와 범죄자들의 살인과 범죄 행위를 더 용이하게 돕는 선과 악의 양 날을 휘두르는 ‘문제’의 도구이기도 하다.

글록은 미국 대중 문화를 상징하는 토템이기도 하다. 가령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헐리우드 공상과학 액션 영화에서부터 『펄프픽션』  아트하우스 컬트 영화에 이르기까지, 등장 영웅 주인공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화 소품이다. 그런가 하면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주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의 바지 주머니에 챙겨져 있는 가장 친숙하고 대중적인 일상 용품이자, 스눕 독과 우 탱 클랜 같은 미국 랩 뮤직 그룹들이 노랫가사에서 대놓고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배드보이들의 ‘장난감’이기도 하다.

글록 권총이 그토록 세계 무기 역사에 깊은 의미를 남긴 비밀은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있다.

2023년 기준, 사용자의 니즈와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구경(caliber)의 약 50여 종의 글록 권총이 생산되고 있다. 글록 45 피스톨. Photo: Jay Rembert=Unsplash
2023년 기준, 사용자의 니즈와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구경(caliber)의 약 50여 종의 글록 권총이 생산되고 있다. 글록 45 피스톨. Photo: Jay Rembert=Unsplash

폴리머 특 플라스틱으로 제조돼 무게가 매우 가볍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었다. 그 때까지만해도 권총은 강철로 제작되는 것이 불문율이었던 당시, 플라스틱 소재를 권총 제작에 사용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혁신이었다.

총구 9mm 반자동으로 설계돼 한 번 장전으로 총알 18개를 연발 사격할 수 있어서 휴대성과 연사 능력이 뛰어난 것도 군인, 경찰, 민간인, 범죄자들이 널리 글록 권총을 그토록 선호하는 이유다. 

총기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미국에서 옷자락에 숨기기 쉽고 휴대가 간편하며 유사 권총류에 비해 더 많은 총알을 정전할 수 있는 글록이 대중 사회에서 살인 무기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며 총기 규제 옹호단체의 비난을 받는 것은 그래서다.

오늘날 군대, 법 집행 관계 기관(검찰), 경찰, 자기호신용 민간인 사용자 사이에서 ‘우수한 평판’을 받는 무기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글록. ‘우수한 평판’을 받는 살상 무기로서의 글록의 역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티베트 불교 현인 달라이 라마14세는 총이라는 무기에 담긴 양면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 “누군가 총으로 그대를 죽이려 한다면, 그대가 가진 총으로 반격하라. 머리에 쏘면 상대가 죽으니 다리 처럼 신체 다른 부위를 쏴라.”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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