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아의 유럽이야기] 무알콜 맥주에 맛들이는 독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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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의 유럽이야기] 무알콜 맥주에 맛들이는 독일인들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3.08.0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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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덜 마시고 웰빙에 관심 많은 젊은 세대 입맛 변화

무알코홀 맥주를 마시는 독일인들이 늘고 있다고 독일 일간지 타게스샤우(Tagesschau)가 최근 보도했다. 

엄격한 맥주 양조법과 전통 맥주 음주 전통에 대한 자부심 강한 독일인들이 알코홀이 함유되지 않은 맥주 맛 음료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그 같은 추세는 독일을 비롯한 전 세계 음료수 시장과 마케터들이 주목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서 두 번째로 큰 맥주 양조업제 오타크링거 브라우어라이(Ottakinger Brauerei)의 제로 알코홀 맥주 '눌코마요제프(Null Komma Josef)' 거리 광고 캠페인. 매년 1월 금주의 달(Dry January)을 기해 무알코홀 맥주를 선전한다. Image: Ottakringer Brauerei
오스트리아서 두 번째로 큰 맥주 양조업제 오타크링거 브라우어라이(Ottakinger Brauerei)의 제로 알코홀 맥주 '눌코마요제프(Null Komma Josef)' 거리 광고 캠페인. 매년 1월 금주의 달(Dry January)을 기해 무알코홀 맥주를 선전한다. Image: Ottakringer Brauerei

이 신문에 따르면, 2007년 이후로 가장 최근인 2022년까지 15년 사이 무알코홀 맥주 시장은 약 두 배로 증가했고 그 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독일에서 알코홀이 없는 맥주가 시판된 시기는 2007~8년 경부터다. 작은 니시 시장에 머물다 2011부터 매출 상승률을 보이기 시작해 그 후로 10년이 지난 2021년 기준 매출률 증가 74%가 발생했다. 

소비자들이 맥주에 대한 입맛을 키우게 된 것은 수년 전부터 주류화된 수제 맥주 트렌드 덕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건강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포츠 드링크 부문 수요가 꾸준히 늘었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부터는 자전거와 자동차를 이용한 도로 여행 등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취하지 않고도 맥주 맛을 즐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도 이유다.

이는 2002년 한 해 동안 독일서 양조된 무알코홀 맥주는 대략 6억 7천만 리터에 이르며 독일인 총 인구의 10%는 일상 음료로 마시고 있으며 무알코홀 맥주 음주자가 아니더라고 인구의 절반가량은 적어도 한 번쯤은 맛보았음을 뜻한다. 

독일연방 식품·농업·소비자 보호부(das Bundesministerium fur Ernahrung, Landwirtschaft und Verbraucheschutz, 이하 BMELV)의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독일에서 맥주를 생산하는 크고 작은 7,500 여 맥주 브랜드들 중 800개가 무알콜 또는 비어믹스 드링크(맥주 맛이 나는 무알콜성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의 맥주 양조업체들은 무알코홀 맥주를 웰빙에 민감한 소비자층을 겨냥한 탄산청량음료 세그먼트로 구분해 마케팅한다는 전략이다. Image: Ottakringer Brauerei
독일의 맥주 양조업체들은 무알코홀 맥주를 웰빙에 민감한 소비자층을 겨냥한 탄산청량음료 세그먼트로 구분해 마케팅한다는 전략이다. 사진은 맥주와 레모네이드를 반반 섞은 캔 포장 '라들러.' Image: Ottakringer Brauerei

무알콜성 맥주 가운데 가장 인기 높은 품종은 라들러(Radler)라는 음료다.

무알콜 맥주 품종율 1위(31%)를 차지하는 라들러는 자전거 경주하는 로드 싸이클링 마니아들이 운동 중 노변 카페나 선주점 갈증을 풀 때 즐겨마시는 맥주와 레몬에이드를 반반 비율로 섞은 달큼시원한 음료다. 원래 라들러는 진짜 맥주를 사용해 약 2.5% 알코홀 성분을 함유하지만 알콜 무함유 라들러는 술 섭취를 하지 않고도 라들러 맛을 선사한다.

그다음 매출률 30%를 차지하는 인기 2위 무알코홀 맥주는 바이스비어(Weißbier) 즉, 밀을 주원료로 빚어서 빛이 하얗고 색이 뿌연 밀맥주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방에서 제일 많이 양조되고 소비되는 이 맥주는 향긋한 바나나 향이 나서 상큼하고 더운 여름철 갈증 해소에 탁월하고 영양적 가치도 좋다.

그다음으로 무알코홀 맥주 소비자들 중 4분의 1이 선택하는 무알코홀 맥주는 필스(Pils) 맥주다. 무알코홀 필스는 진공 정제 양조법을 사용해 라들러용 맥주나 흰맥주에 비해 쌉쌀한 쓴맛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가령, 독일 소비자 보호 잡지 ‘콘수멘트(Konsument)’는 프란치스카너(Franziskaner)’ 브랜드가 판매하는 무알코홀 흰맥주가 라벨에 알코홀이 없다고 명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알코홀이 0.5%  함유돼있다고 보고하고 미성년자, 임산부, 술 중독 회복자에게 주의를 경고하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잔류 알코홀 0.5% 이하 함유 음료는 무알코홀성 음료수로 구분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비트부르거(Bitburger Brauerei), 파울라너(Paulaner) 등 독일의 대표적 맥주양조업체들의 마케팅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알코홀 함유 완전 제로의 무알코홀 맥주를 원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보다 젊은 세대 소비자들은 알코홀이 담긴 맥주나 포도주를 식사와 곁들일 경우 식곤증과 피로감으로 일 능률 저하를 경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무알코홀 맥주를 찾는 젊은 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끼니마다 맥주나 포도주를 반주로 즐겨 마셔온 문화가 서서히 변화를 맞고 있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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