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아의 유럽 이야기] 외교가 메테르니히의 성공 경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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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의 유럽 이야기] 외교가 메테르니히의 성공 경영법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3.05.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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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작은 메테르니히』가 폭로한 재상의 일, 사랑 그리고 사생활
- 진지한 역사 가볍고 참신하게 다시 보기

2023년 5월 15일은 오스트리아의 정치가 겸 외교관 클레멘스 벤첼 퓌르스트 폰 메테르니히(Clemens Wenzel Fürst von Metternich, 1773.5.15~1859.6.11) 재상이 탄생한지 250년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오스트리아의 과학 전문기자 겸 역사가인 슈테판 뮐러(Stefan Müller)가 쓴 신간 역사서 『작은 메테르니히』가 최근 출간돼 화재다.

슈테판 뮐러(Stefan Müller) 저 『작은 메테르니히(der kleine metternich: Eine fürstliche Biografie)』."Molden Verlag, 총 160페이지, 가격 25 유로. 원서 언어는 독일어이며 한글어판은 아직 없다.
슈테판 뮐러(Stefan Müller) 저 『작은 메테르니히(der kleine metternich: Eine fürstliche Biografie)』."Molden Verlag, 2023.4.6 출간. 총 160페이지, 가격 26 유로. 원서 언어는 독일어이며 한글어판은 아직 없다. Image source: MOLDEN/facebook

유럽인들은 학교에서 메테르니히를 극보수적 권위주의자에다 유럽인들이 계몽주의와 민주주의에 눈뜨던 시절 자유를 억압한 무시무시한 권모술수가라 배우지만, 대학 정치외교 학계에서는 존폐 위기의 오스트리아 제국을 구하고 나폴레옹의 유럽 정복을 견제해 유럽의 권력 균형을 재편한 탁월한 외교 전략가로 평가한다. 

이 점에 착안해 저자 뮐러는 역사의 흐름을 좌지우지했던 역사적 인물을 현대적 시점에서 가볍고 경쾌하게 재서술했다. 매 챕터 마다 노랑색 별첨으로 삽입된 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도 만화책처럼 독자의 시각적 재미를 북돋고 내용 이해를 돕는다.

메테르니히 백작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이 아스페른과 바그람 전투에서 처절하게 패배한 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 1769–1821)의 프랑스에 함락당하고 난 국가적 최대 위기의 순간, 1809년 서른여섯의 나이에 외무장관직에 올랐다.

오늘날 오스트리아 연방 수상관저 주소인 발하우스플라츠는 19세기 메테르니히 백작이 합스부르크 황실 외교관을 지내며 공식 직무실 겸 가족을 데리고 살던 겨울철 거주지였다. photo © Austrian National Library
오늘날 오스트리아 연방 수상관저 주소인 발하우스플라츠는 19세기 메테르니히 백작이 합스부르크 황실 외교관으로 지낼 당시 공식 직무실 겸 가족을 데리고 살던 겨울철 거주지였다. 당시 유행하던 비더마이어풍 인테리어가 특징적이다. photo © Austrian National Library

1809~1813년 약 3년간은 메테르니히 재상의 커리어가 절정에 달했던 결정적 순간이었다. 유럽의 지정학계는 15세기 이탈리아의 마키아벨리 이후 보지 못했던 리더십, 속임수, 권력 간 힘 밀고당기기 등 외교적 술수와 혁신을 경험했다.

메테르니히는 유럽 강국들과는 공동체적 형제애를 끈질기게 구축하는 동시에 적에게는 무자비하고 부드러운 권모술수를 전개했다. 영국-프러시아-러시아-스웨덴, 북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우호국들과 수차례에 걸친 마라톤협상 끝에 빈회의(Congress of Vienna, 1814~1815) 평화 조약을 이끌어내 나폴레옹 정권을 함락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덕에 유럽이 그 후로도 약 100년 동안 제1차 세계 대전 발발 이전까지 과거의 절대주의 권력 구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여한 장본인이 바로 메테르니히다.

협상한다면 메테르니처럼 — ‘메테르니히의 권력 방법론(Methode Metternich)’ 10계명

1. 원칙 지키기: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무모한 실험을 하거나 양심을 거스르는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2. 꼼꼼히 읽고 정보 수집하기: 취할 수 있는 모든 자료와 인맥을 동원해 가급적 많은 정보를 모으고 생각과 재고를 거친 후에 행동에 옮긴다.
3. 문제점 파악하기: 우선 조감도 시점으로 본 후 세부를 조사한다. 큰 그림을 파악해야 세부적 내용을 이해의 길잡이로 활용할 수 있다.
4. 남들이 못하는 일에 집중하기: 빈회의 협상처럼 중요한 업무 수행에 집중하되 부하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과감히 위임한다. 아무리 바빠도 사교활동이나 연애할 수 있는 개인 시간이 필요하니까.
5. 감정 통제: 감정은 고조되기 쉽다. 아무리 감정을 흔드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냉정한 마음과 차분을 유지한다.
6. 결과 지향적 업무 처리: 상황 파악에 집중하고 현실적 시야에 근거해 일을 처리한다.
7. 필요할 땐 …척 하면서 위장하기: 모호하게 행동하면서 시간을 끈다. 상대의 자존심이 강할수록 스스로 실수를 저지를 때까지 기다린다.
8. 도덕적 행동과 책임감: 주어진 권력이 허용하는 내에서 행동은 도덕적으로 하고 자기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 양심의 자유 공간을 늘 확보하는 것을 중요하니까.
9. 적을 연구하기: 적이 왜 나를 해하려는지 적의 입장에서 이해한다. 적을 혐오나 적개 대상이 아닌 냉정하고 관심 있는 눈으로 본다.
10. 내면의 균형 유지하기: 과로하면 마음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 열심히 일한 만큼 외출, 정원 산책, 친구와 대화 등으로 재충전하면서 내면의 중도를 유지한다. (본문 중 96~97쪽 내용 간추림)

무엇보다도 저자는 역사 자료를 예시로 들어, 정치가 메테르니히 보다는 인간 메테르니히의 개인사에 대한 뒷이야기로 책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예컨대, 그는 공적으로는 빈회의 지휘자, 워커홀릭, 철저한 일기쓰기와 노트 기록자, 유럽의 권력 질서 재편을 주도한 정치가였지만, 사적으로는 여덟 차례의 결혼과 혼외 연애를 거듭했던 정열적 사랑꾼, 희귀골동 예술품 수집가, 아마추어 과학자, 정원 식물 애호가였으며, 나이 들어서는 로스차일드(솔로몬 로트쉴트) 가문의 재정 융자를 받아 체코령에서 석탄·철 제련공장 운영과 쿠바에서 담배 농사 및 수입업을 한 사업가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카루스가 하늘을 높이 날다가 날개가 타버려 낙상했듯, 메테르니히도 말년의 하강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그의 국제 외교계에서의 눈부신 성공은 주변 강국들의 시기심을 낳았고, 독립을 원하는 오스트리아령 북이탈리아,스페인, 그리스, 동유럽 국가들의 봉기가 잦아졌다. 천하의 메테르니히도 거듭된 아내들의 죽음, 영국으로의 피신 시도 실패, 합스부르크 왕실의 몰락이라는 내외적 곤경 속에서 유럽의 절대주의 체제에서 근대기로 이행기를 막지는 못했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의 명작 소설 『어린 왕자(Le Petit Prince(佛), Der kleine Prinz(獨))』의 책 구성과 일러스트레이션이 연상되는 책 타이틀과 디자인은 눈에 띈다. 일러스트레이션: 아나 프로만(Anna Frohmann) 책 표지 이미지: Molden Verlag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의 명작 소설 『어린 왕자(Le Petit Prince(佛), Der kleine Prinz(獨))』의 책 구성과 일러스트레이션이 연상되는 책 타이틀과 속지 디자인이 눈에 띈다. 일러스트레이션: 아나 프로만(Anna Frohmann) 책 표지 이미지: Molden Verlag

오스트리아 비엔나 거주. 녹색경제신문 유럽주재기자. 월간미술 비엔나 통신원. 미술평론가・디자인칼럼니스트. 경제와 테크 분야 최신 소식과 유럽 동향과 문화를 시사와 인문학적 관점을 엮어 관조해 보겠습니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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