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 후폭풍…5대 은행 해외 부동산 펀드, 내년 원금 손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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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 후폭풍…5대 은행 해외 부동산 펀드, 내년 원금 손실 위험
  • 정창현 기자
  • 승인 2023.12.18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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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별 판매 잔액 최소 1000억원 이상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1061억원 규모
부동산 시장 침체와 오피스 공실률 증가가 원인

국내 5대 시중은행이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가 내년 대규모 손실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 탓인데, 내년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만 1000억원대에 달해 손실 피해가 클 것이라는 분위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해외 부동산 펀드 판매 잔액은 총 7531억원으로 집계됐다. 만기 없는 리츠 펀드 외에 해외 부동산 펀드를 판매하지 않은 농협은행을 제외하면, 은행별 최소 1000억원 이상의 판매 잔액을 보유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펀드마다 성격이 상이하긴 하지만, 은행별로 1000억원 이상의 판매 잔액을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에서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1061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하반기에는 151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돌아온다.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진=각사]

해외 부동산 펀드는 투자금을 모아 해외 상업용 부동산 지분을 취득하거나 소유권을 확보한 뒤, 임대 수입으로 배당금을 지급하고, 만기 도래 전 자산을 매각해 최종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을 사들인 가격보다 파는 가격이 낮을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시장 침체로 매각 자체가 되지 않으면서 이른바 ‘물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 펀드는 중간에 ‘손절’하고 나올 수 있지만, 해외 부동산 펀드는 폐쇄형이기 때문에 만기까지 무조건 함께 가는 것”이라며 “회수를 한다는 건 투자한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건데, 회수가 안 되면 만기가 늘어나거나 심지어 대출을 다시 받아야 하는 ‘리파이낸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려되고 있는 대규모 손실의 원인은 글로벌 부동산 시장 침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증가했고,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부동산 투자 수요가 감소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6~7% 정도의 수익률을 목표로 했던 펀드들이 현 시점에서는 원금 손실마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판매사 입장이라서 원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고, 모니터링 강화와 자산운용사를 통한 고객 안내 등 가능한 조치만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이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증권사 등 다른 경로로 판매된 잔액이 훨씬 큰 규모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 투자 규모는 55조8000억원에 달했다.

한편,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 회의에서 금융감독원에 "(해외 부동산 펀드의) 손실 가능성과 각 금융회사의 대응 상황을 밀착 모니터링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정창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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