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술신용대출 잔액 3개월째 늘어..."건전성 관리는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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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기술신용대출 잔액 3개월째 늘어..."건전성 관리는 걸림돌"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3.12.1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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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10월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 약 310조
3개월 연속 증가한 수치
상생금융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문턱 낮춘 것으로 보여
9월 중소기업 연체율 0.49%로 전년 대비 0.22%p 증가
"부실채권 정리,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해 건전성 관리해야"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벤처 및 혁신기업에게 있어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인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3분기 들어 늘고 있다. 5대 은행을 비롯한 주요 은행들에게서 대출 잔액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다만 기술신용대출을 이용하는 기업들의 대다수가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대출 연체율이 지금보다 상승할 수 있어 은행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신규 연체율이 올라갈 수 있다"며 "대출 심사를 강화해 차주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국내 17개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09조9660억원으로 집계돼 한 달 전 309조1860억원 대비 7800억원 증가했다. 지난 7월 306조3892억원을 기록한 이후로 3개월 연속 잔액이 늘고 있다.

5대 은행으로 범위를 좁혀도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상승 추이에 있다. 10월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76조1085억원을 기록해 9월 176조893억원 대비 192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10월 43조3604억원을 공급해 시중은행 중 1위로 집계됐다. 이어 국민은행(38조2850억원), 하나은행(38조1211억원), 우리은행(35조5588억원), 농협은행(20조7832억원) 순이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에서 전달 대비 잔액이 늘었다. 우리은행은 9월 36조6253억원 어치의 기술금융을 공급해 한 달간 1조665억원 가량 잔액이 줄었다. 농협은행은 같은 기간 잔액이 5030억원 더 늘었으며, 하나은행은 2671억원 증가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2296억원 증가했으며, 국민은행이 860억원 늘었다.  

기술신용대출은 신용이나 담보 여력이 부족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벤처·중소기업이 기술력을 담보로 받는 대출 상품을 말한다. 은행권은 2014년부터 기술신용대출을 시중에 공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출처=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출처=대통령실]

 

은행의 기술금융 공급이 늘어난 이유는 최근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층에서 은행에 상생할 것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바치는 현실에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은행권이 체감하는 상생금융 압박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상황이다. 

은행들은 앞다투어 중소기업에 이자 면제, 대출 공급 확대 등 유인책을 제공하며 최근 불거지는 이자장사 논란을 탈피하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고금리 시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남에 따라 은행 대출 연체율 역시 상승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9%로 집계돼 1년 전 0.27%보다 무려 0.22%포인트(p) 늘었다.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은행의 3분기 기준 기업대출 부문 무수익여신은 1조97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1조5310억원 대비 4444억원이나 불어난 수치다. 

무수익여신은 은행이 차주에게 원리금은커녕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대출을 뜻한다. 통상 부실채권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보다 더 악성으로 취급을 받는다. 

기술금융 공급이 은행 건전성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권은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5대 은행이 올해 3분기까지 상각 또는 매각한 부실채권 규모는 3조2997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액 역시 3조7401억원을 기록해 건전성 관리에 불이 붙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기술신용대출을 받기 위한 심사 문턱이 높아지면서 건수와 잔액이 줄었다"며 "그러나 최근 상승금융 기조에 발맞춰 심사 문턱이 다소 완화됐고 은행도 이에 동참해 기술신용대출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중소기업 연체율이 늘어나는 건 문제지만 과거 위기상황과 비교하면 아직 평균을 하회하고 있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도 충분히 충당금을 적립한다면 큰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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