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장사 하기 힘들어지는데...우리금융, 비은행 포트폴리오 두고 증권사와 저축은행 사이에서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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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자장사 하기 힘들어지는데...우리금융, 비은행 포트폴리오 두고 증권사와 저축은행 사이에서 '갈팡질팡'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3.12.15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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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우리종금 여의도로 이전할 듯
증권사 인수 위한 포석으로 보여
과거 상상인저축은행, 유안타증권 인수 무산된 바 있어
은행 의존도 높은 상황에서 이자이익 또한 점점 추구하기 힘들어져
"증권사 인수 통해 비은행 강화해야"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해 물밑작업에 들어갔다. 우리종합금융을 여의도로 옮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두고 증권사 매물을 물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자이익을 내기 힘들어지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에도 우리금융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두고 증권사와 저축은행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는 비판도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서울 남대문 본사 인근에 위치한 우리종합금융을 여의도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내년 초 이사를 마무리하고 다른 증권사 및 연기금과 같은 건물에서 업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종금의 여의도 이전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며 "우리종금 역시 증권업무를 볼 수 있고, 여의도에는 많은 금융사들이 위치해 있어 증권업계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우리금융의 행보는 증권사 매물을 물색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현재 5대 금융지주 중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과거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비은행 부문 강화에 대한 의지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취임 초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우리금융 포트폴리오에 증권사가 시급하다"며 "좋은 매물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금융이 이토록 비은행 강화를 외치는 이유는 그룹의 순이익이 은행에 너무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43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우리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조2898억에 달해 무려 93.9%를 차지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60%대 은행 의존도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KB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조3704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KB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2조8554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하며 그룹 내 65.3%만을 차지했다. 신한금융 역시 3분기 연결기준 3조8183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으며,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2조599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단 68.06%만 해당했다. 

은행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지 않으면 외형적 성장을 더는 기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3분기 연결 당기순이익 기준 우리금융은 1위 KB금융과 무려 1조9321억원 차이가 난다. 리딩금융 경쟁에 돌입하기 위해 비은행 확대를 통한 외형성장을 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은행.
우리은행.

 

게다가 갈수록 은행으로 '이자장사'를 하기 힘들어지고 있어 우리금융은 비은행 강화에 절실한 상황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국내 20개 은행이 상생기여금 분담금을 놓고 지급 기준에 대해 여러차례 의논하고 있다. 은행이 3분기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두자 정치권에선 은행에 거액의 횡재세를 물려야 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은행이 이자로 벌어들인 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분담금 논의가 활발해졌다.

현재 이자이익을 기준으로 분담금을 낼지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만약 이자이익을 기준으로 할 경우 우리은행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위한 분담금 지출에 매년 2000~3000억원 가량 편성해야 한다. 은행 의존도가 높은 우리금융이 내년 순이익 실적 면에서 전망이 어두운 까닭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시급한데 우리금융은 현재 증권사와 저축은행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10월 3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저축은행의 포트폴리오 편입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나 인수 가격을 두고 이견이 있어 인수를 중단한 바 있다.

괜찮은 매물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인수하겠다는 뜻이지만 반대로 기준이 없어 자칫 그룹의 시너지 효과만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내년 비은행 강화를 위한 M&A(인수합병)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인수합병을 담당하는 '사업포트폴리오부'는 기존 미래사업추진부문에서 전략부문으로 재배치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우리금융은 유안타증권 또한 인수하려 했으나 여러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며 "지금 비은행 강화를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업황이 좋은 저축은행 업계보단 증권사, 보험사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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