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긱 이코노미'시대의 일, 그리고 플랫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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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긱 이코노미'시대의 일, 그리고 플랫폼 디자이너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7.08.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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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프리랜스 이코노미를 두려워하랴

지난달 중순 정부는 공공 기관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자리 부족, 높은 청년 실업율, 비정규직과 단기 계약직 근로자 고용과 처우 불안정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아니라 선진국들을 비롯한 전세계 21세기 노동 시장의 보편적인 조건이 되었다. 임시직 근로자는 여러 일시적 일자리를 전전하다 보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고 따라서 육체적・정신적 피로와 질병에 노출되기 쉽지만 정작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직장 건강보험과 연금보험의 혜택에서 배제 당한다. 최근 미국 국회는 앞으로 더 많아질 단기임시직 인구에게 사회보장망을 부여하겠단 취지로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건강보험제를 설립하기로 새 법안을 통과하고 자금조성에 착수했다.

20세기 후반기 약 30 여 년 산업화와 소비경제는 안정된 직장생활과 평생고용을 보장했다. 안타깝게도 21세기 경제는 20세기형 고용 환경으로 되돌아갈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1990년대부터 실질 청년 실업률 50%로 신음하며 정체된 후기산업사회 징후를 보였다. 2008년 중동발 국제금융위기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기점으로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는 비정규직 고용증대로 비용을 절감하는 경영책을 널리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오늘날 전에 없이 많은 기업과 업체조직들은 임시직과 단기임무 수행에 독립 계약 근로자를 고용하는 인사정책을 쓰고 있으며, 다가오는 2020년이 되면 미국 전체 노동인구의 40-50%를 비정규 계약직 근로자가 차지할 것이라 예측된다.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 유니콘 기업 로고들. 자료: AFL-CIO.

오늘날 많은 비정규 근로자들은 스타트업 업체들이 제공하는 온라인 중재 플랫폼을 이용하여 일자리를 찾고 돈을 번다. 2017년 현재 미국에서는 이미 ‘셰어링 이코노미(sharing economy)’를 통해서 돈을 버는 인구(전체 인구의 34%)가 전통적 개념의 정규직 일터에서 일하는 인구(전체 인구의 24%)를 능가했고 독립 계약직이나 프리랜서 인구의 비율도 20%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에 와서야 누구나 아는 익숙한 브랜드들로 회자되는 에어비앤비(Airbnb)숙박 대여 서비스 플랫폼과 우버(Uber) 운전대행 서비스 플랫폼은 이미 각각 2008년과 2009년경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근 10년 전세계 주택소유자에게 모기지 이자율을 낼 수 있게 해주고 실직자에게 일거리를 줬다.

⟪타임⟫ 지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4%는 긱 이코노미 서비스(그때그때 임시직을 섭외해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를 활용한 경험이 있으며 25%는 이미 활동적인 제공자 및 소비자로 활동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런가하면 여전히 사민주의적 가치관과 노동자 권익에 대한 에토스가 강하게 남아있는 유럽에서도 이미 지난 5년 사이 계약제 임시 근로자 채용율은 45% 증가했고 영국의 기업체들은 향후 5년 임시직 근로자를 더 활용할 의향을 보였다. IT산업으로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인도는 전체 고용율을 절반 가까이가 계약직 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세계 2위 계약 근로자 채용국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중재를 통해서 개인과 개인 사이에 숙소를 대여해 주거나 차를 운전해주고 물품을 배달해 주는 등의 인터넷 P2P 거래를 '셰어링 이코노미'라 칭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하여 요즘에는 ‘긱 이코노미’ ‘프리랜스 이코노미’ ‘온디맨드 이코노미’ ‘일의 우버화’로 고쳐부르기도 한다. Image courtesy: Uber.

그런가하면 나날이 임시화되는 노동 트렌드의 증가세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예컨대 온라인 중개 서비스를 이용해 이루어지는 긱 이코노미 거래는 실은 2008년 이후 글로벌 경제 침체와 대량 실업 사태 이후 다시 정규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 실업자들의 자구지책적인 생계활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서비스 제공자의 실질 임금 수준의 침체를 초래했다고 본다.

임시직 근로자의 증가세와 긱 이코노미 트렌드는 인터넷망, 모바일 기기, 노마드형 일 환경이 일상화된 디지털 기술을 원동력으로 한다. 실제로 온라인 중재 플랫폼들은 21세기 특유의 디지털 통신기술과 스마트 장비에 의존해야 존재할 수 있다. ① 스마트폰은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고 ② 디지털 매핑 기술은 사용자의 위치를 알려주며 ③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가장 효율적이고 검색해 알려준다.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 디자이너는 사용자 인터랙티비티, 앱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고 시스템 생태계 자체를 설계할 수 있는 보다 종합적인 시야과 전문성을 뿐만 아니라 개발자들과의 협업을 윤활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프론트엔드(frontend) 개발과 코팅에 대한 기본 지식까지 갖추어야 한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시각 디자이너, 웹 디자이너,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는 시스템 아키텍트와 긴밀히 작업하는 추세다.

테크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긱 이코노미 시대의 온라인 디지틀 플랫폼 공동체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것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가진 한편 또 쉽게 탈퇴하거나 활동을 중단한다는 단점도 있는데, 사용자들의 절반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1년 가량 활동하다가 탈퇴한다고 한다(자료: 미국 노동 총연맹 산업별 조합회의). 실제로 JP모건 체이스 연구소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들의 성장세는 2014년에 정점을 달한 후 2015-2016년부터 둔화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감을 찾고 일을 대신해 줄 일손을 찾는 온라인 공동체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에 대비해 플랫폼 기술혁신과 디자인 개발은 계속될 것이다.

2014년 독일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푸도라(Foodora)는 현재 유럽과 호주 10개 대도시에서 온라인 B2B/B2C고급 레스토랑 음식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자전거를 이용한 배달 아르바이트 인력을 활용하여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한다. Image courtesy: Foodora.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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