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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이모티콘(emoticon), 글로벌 시대 새롭게 떠오른 인류 공통 언어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7.09.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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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의사소통을 위한 보조 수단에서 감정의 전달까지
오늘날 우리 스마트폰은 오늘날 우리 신체와 연결된 인공확장보철물과 다름이 없어졌다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손바닥과 호주머니 속에 두고 사용하는 필수품이다. 유선 전화의 시대에서 무선이동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이래, 이동전화기는 사실상 인스턴트 메시징 버튼과 앱에 전화 기능이 부수적으로 달린 무선 통신 개인용 디바이스로 탈바꿈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생활을 덜 침해하고 메시징의 시공간적 사정에 융통적이라는 장점 때문에 목소리 통화 보다 문자 메시징이 더 많이 사용되더니, 최근 몇 년 사이부터는 글자 위주의 문자 메시징에 이모티콘(또는 우리말 순화 용어로 그림말)이 가세하여 현대인들의 일상 소통 문화로 깊이 자리잡았다.

감정(emotion)과 아이콘(icon) 두 어휘의 합성어 ‘감정아이콘(emotional icon)’을 줄여 만든 신조어 이모티콘(emoticon)은 일본어 어휘 이모지(emoji)로도 불리는데 최초의 이모티콘이 미소짓는 얼굴을 표현했다 하여 ‘스마일리(smiley)’라 불리기도 한다. 이모티콘은 인터넷 상의 순수 문자 기반의 컴퓨터에서 문자, 숫자, 기호를 조합해서 메시지를 쓴 사람의 감정적 상태를 표현하는 가장 원초적 수준의 비언어적 감정표현 수단이다. 

1979년부터 미국에서는 초기 형태의 이모티콘이 최초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1982년 미국의 컴퓨터 공학자 스콧 팔만(Scott E. Fahlman)이 사이버 환경에서 진담과 농담을 오해 없이 구분하기 위해 유머를 의도한 가벼운 메시지에는 ;-)를, 심각한 메시지 포스팅에는 :-( 로 표시하자고 제안했다. 이모티콘은 자칫 중요한 메시지 내용을 잘못 전달하거나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감정의 표현과 교환의 필요성은 요긴했던 것 같다.

스콧 팔만이 제안한 스마일리 이모티콘이 가로로 누웠다는 점을 개선하여 일본 디자이너 구리타 시케다카가 1980년대 중엽에 디자인한 인터넷 소통용 이모지  세트는 머리를 기울이지 않고 바로 읽을 수 있게끔 수직형으로 개선되었다. (*_*)와 (^.^)는 즐거움, (^_-)는 윙크, (@_@)는 혼란, (-_-;)는 곤혹이나 곤란함을 뜻한다. Courtesy: MoMA Collection.

‘인생의 80%는 직접 나서는 것’ - 이모티콘은 비대면 디지털 시대의 새 얼굴
우리 인간은 다양한 감정과 그에 따라 변화하는 얼굴 표정을 변화무쌍하게 표현하는 감성의 동물이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 대면식 대화에서 우리 인간은 말 속에 담긴 메시지 그 자체 보다 대화를 주고받는 상대방의 얼굴 표정, 몸동작, 어조의 높낮이와 분위기 등 비언어적 요소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한다. 고용 시장에서 고용자들이 아무리 실력있고 훌륭한 이력서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반드시 면접을 거쳐 채용을 결정하는 관례가 변치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심리행동 연구가들에 따르면 대면식 대화중 오가는 의미심장한 정보의 70%는 비언어적 요소들 속에 담겨있다고 한다. 감정은 인간과 사회와의 가장 최초 단계 소통 표현이며 문자 언어 만으로 다 이해되지 않는 단서를 제공한다.

196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 주로 과학자들 사이에서 사용되었던 컴퓨터의 순수 문자 기반의 이메일이 일부 대중들 사이에서는 지나치게 사무적이고 차가운 사이버 공간처럼 느껴져 곧바로 인기를 끌지 못했던 것은 다름아닌 순수 문자 메시지가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전달하지 못했던데 있었다. 이메일 보다 인스턴스 메시징이 더 큰 대중적 인기를 독차지하기까지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은 이메일을 공식 업무용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이를 입증하듯 이메일 사용자들의 15% 만이 문자에 이모티콘을 곁들여 사용한다고 응답한 반면, 스마트폰 문자나 SNS 포스팅 같이 보다 사적인 대화나 소통을 할 경우 80-90%의 사용자들이 이모티콘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원천: Linda Kaye 외, "Emojis: Insights, Affordances, and Possibilities for Psychological Science”,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016년 10월].

이모티콘은 대중 문화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옥스포드 영문 사전은 이모지(emoji)와 이모티콘(emoticon)이라는 새 단어를 2015년 ‘올해의 어휘’로 지정하고 정식 영단어로 등재시켰을 정도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근 전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문자를 보내거나 소셜 미디어 포스트에 주저 없이 각종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있다. 국제 연구저널 포털인 셀프레스(Cell Press)에 따르면 전세계 온라인 이용 인구의 90% 이상이 이미 각종 형태의 이모티콘이나 이모지를 문자메시지, 이메일, SNS 포스팅에 활용하고 있다. 또 미국의 이모지 컨텐츠 사 스위프트 미디어의 자체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의 74%가 이모티콘 또는 스티커(sticker)를 개인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고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자료 원천: Swyft Media]. 이모티콘은 문자 만으로는 이루 다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 상태까지 전달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문자 만으로는 헷갈릴 수 있는 상황을 분명하게 설명해 주는 커뮤니케이션 윤활제다.

이모티콘 어휘를 보면 세상이 읽힌다? 어떤 이모지가 대중에게 승인되는가에 따라서 세상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올 7월 14일 세계 이모지의 날을 기념하여 유니코드 렉시콘 제10차 버전에 추가된 56개의 새 이모지들. 애플 iOS와 앤드로이드에 모두 적용가능하다. Courtesy: Emojipedia.

우리나라는 전세계 최고의 이모티콘 강국이다. 흔히 가로 또는 세로로 알파벳 문자, 기호, 숫자를 조합하여 사용하는 서양권 이모티콘 - 예를 들어, (~_^), (>_<), =D 등 - 사용자들에 비해서 한국의 이모티콘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말 소리와 한글에 맞게 재창조된 이모티콘과 카카오나 라인에서 제공하는 쇼설미디어 이모티콘이 애용되고 있다. 『디자인 저널(The Design Journal)』(2017년 8월호)에 실린 글 “디지털 분석" [Mario Gagliardi 저, 로마 사피엔차 대학 주최 디자인 포 넥스트(Design for Next) 제 12회 국제 디자인 컨퍼런스 발표문]에 따르면, '디지털 기계(Digital Machines)'는 인간으로 하여금 새로운 행동과 표현을 하도록 유도한다. [예컨대, 전화를 받을 때 쓰는 ‘헬로’는 전화가 발명된 후 새로 생긴 표현이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과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기계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그에 적합한 감정표현, 행동준칙, 필요성, 창의력이 두루 조합・반영된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키는데 우리나라의 국민 SNS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바로 그같은 대표적인 예로 든다. 웹툰이나 만화작가들이 디자인하고 카카오톡 사용자들 특유의 문화적 정서, 언어, 동시대 대중문화가 녹아든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다른 문화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하고 독특한 문화와 언어를 창조시킨다고 저자 마리오 갈리아르디는 분석한다.

소셜네트워크의 이모티콘 문화는 글로벌한 정서의 로컬적 표현이다. 직업적 웹툰작가나 만화작가들이 디자인하고 카카오톡 회원들 특유의 정서, 언어문화, 동시대 대중문화가 녹아든 쇼션네트워크 플랫폼 제공 이모티콘은 다른 나라나 문화권 사용자들에게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매우 독특한 시각세계와 메타언어를 창출한다. 

프로슈머 시대의 본격화 - 문화 컨텐츠는 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대중 창작물
이모티콘 디자인은 훈련받은 전문 웹툰 작가나 캐릭터 디자이너 만의 전용구장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열려있는 기회의 문화 산업 분야다. 이미 카카오톡은 일반 사용자들이 직접 이모테콘을 디자인하여 제안하고 판매하는 것을 독려하기 위해 온라인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운영중이다. 라인도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 사이트를 통해서 자사의 캐릭터와 테마에 기초한 스티커를 사용자들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재창조하여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카카오톡와 라인은 웹툰과 웹소설과 더불어 이모티콘을 이용한 매출로 연 1천 억 원 이상 매출을 거두는 문화 컨텐츠 시장이 되었다. 당분간 더 이모티콘에 대한 일반대중 소비자들의 쉽게 식지 않을 열정은 드디어 조만간 출시를 앞두고 있는 삼성 갤럭시노트8 모델이 사용자가 직접 이모티콘 창작할 수 있는 S펜과 라이브 메시지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는 소식에서도 미루어 엿볼 수 있다.

올 여름 개봉한 ⟪이모티: 더 무비(The Emoji Movie)⟫ 애니메이션 영화는 이모지 캐릭터들이 주인공이 되어 인간 감정과 테크를 둘러싼 이야기를 펼친다. 이 영화의 주인공 진(Gene)은 한 가지 표정만을 표현하기만 하면 되는 이모티콘이지만 실은 다양한 감정을 갖고 태어난 컴퓨터 프로그램상 결함을 지닌 스마트폰 속 이모티다. 이모티 진은 자신의 결함을 수정하기 위해 소스 코드를 찾아서 클라우드 세상으로 종횡무진 모험을 떠나고, 그런 와중에 스마트폰 주인인 소년 알렉스(Alex)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흠모하는 여학생과 친해지기 위해서 어떤 이모티를 쓸까를 고심하며 21세기형 청소년기 사교생활을 배워 나간다는게 영화 줄거리다.

디지털 마케팅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현재 이모티콘을 가장 자유자재로 즐겨 활용하는 사용자군은 디지털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한 18-35세 연령대의 밀레니얼 세대 젊은이들이다. 물론 서로 다른 언어권과 문화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젊은이들은 윗 세대에 비해 현대 문화와 맞게 이모티콘 이미지를 상황과 맥락에 적절하게 해석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민첩하게 반응하는데 더 능숙하다. 나의 감정을 잘 표현하여 상대방에게 내 뜻을 전달하고 주변 또래들의 인정과 인기를 얻는데 관심 많은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이모티콘은 가장 현대적인 자기 표현의 수단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영화 ⟪이모티⟫가 ‘내가 누구인가를 발견하는 것은 한 편의 모험(Discovering who you are is an adventure.)’이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고도 영화평론가들로부터 졸작 애미메이션이란 혹평을 받고 말았지만, 적어도 이모티콘이 오늘날 현대 대중문화 속에서 차지하게 된 사회적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내가 누구인가를 발견하는 것은 한 편의 모험이다’? 오늘날 이모티콘은 스마트 기기와 인터넷을 통해서 나를 상대방에게 바르게 소개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감정 전달 수단이 된 만큼 선택할 수 있는 이모티콘 디자인은 더 많이 다양해졌고 사용자들은 더 세심히 고려된 선택을 해야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올 여름 개봉작 ⟪이모티: 더 무비(The Emoji Movie)⟫ 애니메이션 영화 공식 트레일러 중 한 장면.  Courtesy: YouTube.

상황과 맥락에 맞게 잘 선택하여 사용한 이모티콘은 지인들과 기쁨이나 슬픔을 나누며 상대방을 위로해 줄 수도 또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다. 디자인적 측면에서 볼 때, 잘 디자인된 이모티콘은 그 자체로써 시각적인 즐거움과 사용감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이모티콘을 매개로 인간 대 인간 소통시 사용자의 여러 감정 상태와 교감하고 표현하는 것으로써 지친 현대 디지털 사용자들의 마음도 치유할 수 있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유럽에서는 여전히 스마일리, 하트, 꽃 같은 전통적인 이모티콘 기호가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모티콘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소셜 네트워크 이모티콘들을 위주로 만화가들이 새로 창조해 낸 인공적 지각과 감성 표현 방식들이 사용자들의 일상문화를 선도하기 시작하자 인지과학자들과 문화인류학자들의 학문적 연구 주제로써 관심을 모으는 중이다.

이모티콘은 개인의 감정 표현의 창으로써 집단적 인간 감정에 대한 보다 깊고 복잡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관문? 

그럴지도 모른다. 이모티콘과 이모지는 인간 대 인간 관계를 형성하는데 관여하는 인간 대 디지털 기계 사이의 관계를 규명해 줄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문제점도 있다. 감정이란 주관적이고 변화무쌍한 인간의 상태인 만큼 이모티콘에 담긴 의미, 이모티콘을 선택한 사용자의 의도와 복잡다단한 심리구조 및 감정상태는 해석하기에 간단하지만 않을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에 따른 다른 해석 또는 오해의 위험에 열려있기도 하다. 또 이모티콘은 사이버 공간 속에서 문자와 거의 다를바 없는 검열 대상이라는 사실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총이나 기타 폭력이나 범죄적 의도로 해석될 수 있는 이모티콘이 포함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가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스위프트 미디어는 “나만의 이모지 만들기(make-your-own emoji) 캠페인으로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의 마케팅이나 광고 효과를 올리는 이모지 마케팅 전략 스타트업이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나 캐릭터가 각인된 모바일 앱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은 이를 광고라 여기지 않고 ‘자기만의 개성 표현’이라고 인식하고 싶어 한다. Courtesy: Polygram.

지난 몇 년 데이터 애널리틱스 알고리듬과 빅데이터 기술자들은 SNS 사용자들이 생산해 내는 텍스트 분석에 치중하다가 최근에는 이모티콘 사용행태와 의미 분석으로 관심을 확장하는 추세다. 예컨대 얼굴인식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폴리그램(Polygram) 사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얼굴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세심하게 변화하는 얼굴 표정, 눈동자 움직임 등을 추적하여 인스턴트 이모티콘을 만들어주는 차세대형 실시간 감정 이모티콘 제너레이터 앱을 개발하고 있다. 이 앱은 특히 환자의 얼굴을 보고 진단할 필요가 있는 의학계에서 의료보조용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인간 감정의 창인 얼굴과 표정 분석 기술과 이모티콘 분석으로 사용자 개개인의 깊숙한 내면 세계를 발가벗기듯 분석해 낼 수 있는 기술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 사이 우리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우리 인간들의 욕구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그와 발맞추어 이모티콘 디자인은 진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feuillet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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