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팁’으로 상생 외쳤는데...‘기사는 모르고 승객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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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팁’으로 상생 외쳤는데...‘기사는 모르고 승객은 싫다?’
  • 박시하 기자
  • 승인 2023.09.19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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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 수익성 증대·고객 서비스 개선 위해 감사팁 도입
-카카오T 블루 기사들, 들어본 적은 있으나 받아본 적 없어
-승객들 반응 엇갈려, '부담스러워' vs. '감사할 때 지급하면 돼'
카카오모빌리티 '감사팁' 관련 화면[사진=녹색경제신문]

미국에서 ‘팁 문화’를 처음 접했을 때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에 밥 먹을 때, 택시를 탈 때, 머리를 손질할 때마다 지불해야 하는 팁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룸메이트를 통해 미국에서는 15% 내외의 팁을 지불해야하는 게 암묵적인 규칙이라는 것을 알게됐고, 유니폼을 입고 서빙을 하는 식당에서 합당한 팁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들었다.

그런데 지난 7월 국내에도 팁 제도가 도입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카카오모빌리티측은 ‘승객들에 특별한 친절을 보여준 기사님들에게 직접 감사를 전할 수 있는 새 기능’으로 감사팁을 도입했고, 결제 및 정산 관련 비용을 제외한 전액이 즉시 기사님께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팁 문화가 생소하고, 택시비가 비싸다는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팁에 대한 반발은 상당했다. 승객들은 지금도 비싼 택시비가 더 비싸게 느껴진다고 볼멘소리를 쏟아냈고, 택시업계에서는 택시비가 비싸다는 낙인이 찍혀 택시 이용률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녹색경제신문>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감사팁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생생한 현장을 취재했다.

■ 카카오모빌리티, “가맹점 협의체와 상생을 위해 논의된 안건 중 하나가 감사팁”

“감사팁 제도를 운영한 후에 기사님들의 수익에 도움이 됐나요?”

카카오모빌리티측은 감사팁 제도를 도입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해당 제도를 도입한 이유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기사님들의 수익 증대와 택시 서비스 개선이라고 밝혔다. 50여 일이 지난 시점, 제도가 취지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지 카카오모빌리티측에 물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당사에서 감사팁에 대해 수익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수익성에 대한 통계를 내고 있지 않다”면서, “감사팁의 경우 택시에서 내린 이후 운영완료가 되면 별점 5개를 누르는 등 팁을 지불할 때까지 7~8개의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허들이 높아 많이 이용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사는 가맹점협의체와 계속해서 만남을 갖고 있고 상생 관련해서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감사팁 제도는 가맹점협의체와 논의하는 테이블에 올라왔던 안건 중에 하나로 서비스 품질을 올리는데 선순환하는 작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아직까지 감사팁 제도는 도입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개선이나 서비스 품질 향상도 실현하지 못한데다, ‘가뜩이나 비싼 택시비를 더 비싸게 만들었다’, ‘감사팁 제도가 정착하면 택시비가 더 비싸질 것이다’ 등 온갖 비난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 카카오T 블루 기사, “팁이 도입된다고는 했는데 받아보지는 못했죠”

“기사님, 혹시 감사팁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카카오T 어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호출한 후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기사님께 감사팁에 대해 질문했다. 카카오T 블루 기사님은 “팁 제도가 도입된다고는 하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면서, “언뜻 들어본 거 같기는 한데 먼저 얘기를 꺼내는 승객들도 없었고, 실제로 받아본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카오T 블루 기사님 역시 “뉴스를 통해서 택시 팁 때문에 욕을 많이 먹고 있다고는 알고 있다”면서, “주변 기사들이나 승객들에게 팁에 대해서 듣지 못했고, 팁을 받아본 적도 없다”라고 전했다.

“감사팁 알죠. 근데 블루는 별도 비용을 내는데 승객들이 싫어하지 않을까요?”

4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감사팁에 대해서 알고 계신 기사님을 만났다. 해당 기사님은 “감사팁 제도가 도입된 것을 알고 있었고,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카드 수수료만 떼고 준다고 하니까 좋았다”면서, “아직까지 감사팁 제도를 통해 실제 운행 중에 받은 팁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 T 블루는 별도의 이용요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승객들이 팁까지 지불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누구 좋으라고 만든 제도인지 모르겠지만 생색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내고 기사나 승객에게 딱히 돌아가는 것은 없는 것 같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일반 택시의 예상 요금이 ‘6700원’인 구간에서 블루 택시의 예상 요금은 ‘9700원’으로 3000원의 요금을 더 받고 있었다. 여기에 팁을 지불하면 블루 택시의 예상 요금은 1만 700원에서 1만 1700원까지 늘어나고, 일반 택시 요금의 2배에 가까워졌다.

■ 승객들, “감사팁 제도가 부담스러워요” vs. “지불하기 싫으면 안하면 되죠”

평소 카카오T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감사팁 제도가 생겼다는 것 만으로도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었고, 강제적인 것도 아닌데 지불하지 싫으면 안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A씨는 주말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로 장을 보러가는데 자차를 이용할 경우 주차장에 진입하는데만 40~50분이 걸리기 때문에 카카오T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A씨는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들고 빨리 집에 가기 위해서 카카오 블루 택시를 호출한다”면서, “택시비가 비싸고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감사팁 제도까지 생겨서 기사님 눈치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사팁 제도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된 후 짐을 들고 탈 때마다 승하차시 걸리는 시간도 있고, 단지 안쪽까지 들어가 주시는 수고스러움도 있어서 팁을 지불해야하는 것 아닐까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면서, “감사한 것은 맞지만 택시비 자체도 비싸고, 블루 택시 별도 요금도 있어서 추가로 팁을 지불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B씨는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아서 종종 택시를 이용하는데, 택시 팁 도입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B씨는 “혹시 카카오T 감사팁 제도를 이용해보셨냐”면서, “택시 하차 후에 지불할 수 있고, 금액도 1000원부터 2000원까지로 크지 않은데 논란이 논란을 만드는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서비스에 대한 부분도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감사하면 지급하고 감사하지 않으면 지급하지 않으면 되는 문제”라면서, “지난주 토요일 저녁에 비가 많이 왔는데 집 앞까지 데려다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에 팁을 결제한 적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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