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택시業 경영난 더욱 심각했다...“플랫폼 갑질보다 무서운 것은 정부의 무분별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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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택시業 경영난 더욱 심각했다...“플랫폼 갑질보다 무서운 것은 정부의 무분별한 정책”
  • 박시하 기자
  • 승인 2023.05.04 2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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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와 마카롱 택시도 경영난 시달려
-업계, 코로나19 이후 경영난과 인력난에 힘든 상황
-기사들, 요금인상 후 수익 반토막 날 정도로 승객 급감
손님을 태우기 위해 빈차로 운행중인 택시[사진=녹색경제신문]
운행중인 택시[사진=녹색경제신문]

택시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택시 운전사들은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거대 플랫폼 회사의 갑질 때문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보다 택시업계의 전반적인 경영난 탓이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4일 <녹색경제신문>에 따르면 최근 플랫폼 가맹택시 1위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법인택시 회사 중 2곳의 영업을 중단했으며, 2위인 마카롱 택시는 파산을 결정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택시 이용자들이 급감하면서 택시 회사와 기사들의 수익이 줄어들었고, 상대적으로 호황을 이룬 배달 업계로 이탈할 기사들이 많다”라면서, “어려운 상황에서 4년 만에 택시 기본요금이 상승했는데 오히려 택시 이용자들이 더 줄어들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으로서는 택시업계의 경영난이 언제 나아질지 모르겠다”라며, “수익이 줄어들어 회사가 파산하거나 기사들이 이탈하면 결국 피해는 택시 이용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겠냐”라고 토로했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택시법인 회사 9곳 중 2곳의 영업을 정지했다. 해당 처분을 받은 회사는 진화택시와 KM2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소식에 택시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사실상 해당 회사의 폐업을 선언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측은 “최근 택시업계의 경영난으로 휴업을 결정했다”면서, “손실 규모가 큰 회사의 운영을 중단했지만, 휴업 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소수의 택시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과다한 수수료 수취와 불공정한 행위로 택시기사들에게 어려움을 전가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플랫폼 업체 역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가맹택시 2위를 달성했던 마카롱 택시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마카롱 택시는 유아 동반 승객을 위한 카시트, 반려동물 동반 승객을 위한 요금제 등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높은 만족도를 나타낸 바 있다. 꾸준한 성장세로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에 이어 2위를 달성했고, 현대차·기아를 포함해 국내 대표 기업들로부터 23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한 때,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항마로 떠오르면서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이어 투자 확대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택시 이용 승객과 기사들이 급감하게 된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택시 이용 승객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수익이 줄어든 기사들이 배달이나 택배 업계로 이탈해 경영난과 구인난의 악재가 겹쳤다는 것.

다만, 최근 들어 회복세를 보이는 업체도 있었다. 아이엠택시를 운영하는 진모빌리티측은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오르면서 택시수요 자체가 감소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매출이 많이 줄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엠택시 특성상 골프를 치러가거나 여행을 가는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기 때문에 매출이 정상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택시 요금 오르니까 더 힘들어졌어요”...현장 목소리

<녹색경제신문>은 현장에서 택시 승객이 급감한 원인을 찾고, 업계의 어려움을 직접 듣기 위해 여러 종류의 택시를 이용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업계 종사자들은 코로나19 이후로 택시 이용자들이 꾸준히 줄어들어 힘들었는데, 갑자기 택시 기본요금이 오르면서 수익이 더 줄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개인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무료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그는 무료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하루에 평균 1~2건의 콜이 접수되며, 그마저도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집중된다고 말했다.

A씨는 “택시 기본요금이 오른 후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면서, “요금인상이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는지 모르겠다”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손님이 없어서 하루에 12시간이상 일해도 하루 3끼 먹을 정도만 겨우 번다”면서, “카카오T블루의 경우 그나마 태울 손님들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해서 망설여진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다른 택시 운전자 B씨는 과거에 카카오모빌리티에 3만 9000원을 지급하는 서비스를 이용했다가 손님이 없어서 우티로 옮겼다고 한다. 요즘은 하루 11시간 동안 운행을 하는데, 5시간 이상을 빈차로 다니고 있다.

B씨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서비스를 이용했던 때보다는 그나마 손님이 있는 것 같지만 요금이 인상된 후 40% 이상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면서, “손님이 워낙 없다 보니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합리한 점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손님이 여러 개의 호출앱을 사용해 동시에 호출한 후 빨리 도착하는 택시에 탑승하는 경우가 많아 거의 동시에 도착했을 때는 종종 언쟁이 벌어지기도 한다”면서, “기사들을 위해 서비스가 생겨나고 기본요금을 올렸다고 하는데, 오히려 힘들어진 것 같다”라고 읍소했다.

카카오T블루에서 직접 택시를 운행하는 C씨는 최근 동료 기사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C씨는 기본요금 인상으로 주간에 법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기사들은 수익이 반토막 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C씨는 “택시 요금을 4년 만에 한꺼번에 올린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손님들이 체감하는 택시 요금 인상폭은 크지만 실제 상승률은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시 요금이 물가상승률이나 임금상승률을 고려해 최소한 2년 마다 한번씩 인상된다면 손님들이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저 같은 경우 요금 인상으로 줄어든 수익을 채우기 위해 주간 운행에서 야간 운행으로 바꿨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법인 택시 회사 운영자는 정부와 기업 모두 현장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기사들의 생계에는 관심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카카오T블루의 불공정한 수수료 체계 때문에 우티로 옮겨가는 기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가맹점의 경우에도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점 관계자들과 협의를 하는 것은 감사하지만, 가맹점의 의견이 반영되서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도 기본 요금이나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편입시키는 정책 등을 논의할 때 우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기 때문에 그럴듯한 미봉책 밖에 나오지 않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현장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기사들에게 전해 들은 택시업계의 현실은 더 심각했다. 택시 기사들은 과거의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플랫폼을 옮기거나 유료 서비스를 신청하기도 했고, 여러 시도에도 수익이 회복되지 않자 택시업계를 떠날 고민을 하고 있었다.

취재를 위해 택시를 호출하고 기다리는데도 빈 택시는 끊임없이 지나갔다. 호텔 앞 택시 승강장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빈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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