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산업, 정치에 제언하다..."현실적 출산율·이민정책 없으면 제조업 강국도 없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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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다]산업, 정치에 제언하다..."현실적 출산율·이민정책 없으면 제조업 강국도 없어질 것"
  • 최지훈 기자
  • 승인 2023.09.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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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업계 "규제 중심 입법 체계에서 근원적 요소인 '사람'에 대한 지원 입법으로 변화해야"
-탁상공론, 제일 중요한 '현장감'이란 디테일 놓치게 될 수밖에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사진=현대제철]
[사진=현대제철]

법무부까지 현대삼호중공업을 방문하며 대기업과 협력사의 인력난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행정적으로 인력 충원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 올라온 중소기업 관련 법안만 195건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많은 법안이 발의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출산율과 이민 정책에 대한 답안 제출이 현장 중심의 산업계에는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11일 국내 메이저 조선사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회는 인력난에 대해 중소기업과 협력사에 대한 표면적 지원책만 담긴 법안을 입법 예고할 게 아니라 인구구조 더 나아가 출산율과 법무부의 이민 정책을 뒷받침할 실효성 있는 법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 2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0명으로 1년 전보다 0.05명 줄어들었다. 서울의 출산율은 0.53명이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취재에서 "국내 조선, 철강, 화학, 제약 등 전반적인 산업구조 자체가 아직 제조기술에 집중돼 있는 상태에서 지방을 시작으로 인구 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내국인이 떠난 자리는 외국인 노동자가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들이 없으면 공장을 가동할 수 없을 지경에 다다랐다"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관련 공장들이 모여있고 농촌 인력이 부족한 정읍의 경우, 외국인 계절 근로자 단체 입국으로 인력난을 해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사진=최지훈 기자]
[사진=최지훈 기자]

중소기업 관련 법안만 195건...규제 추구형 입법 탈피해야

입법예고된 한 법안을 본지가 확인한 결과 "기본계획은 중소기업의 인력구조 고도화, 인식 개선, 인력의 양성·공급, 근무환경의 개선 등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복지 격차의 심화로 구직자가 중소기업 취직을 더욱 기피하게 되면서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어, 중소기업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기재돼 있다.

또 다른 법안은 "인재 육성형 중소기업에 대한 인력지원 사업의 실효성 제고를 위하여는 우수인력의 채용, 육성 및 장기재직 유도를 위한 기업 차원의 노력 역시 동반되어야 하므로, 인재 육성형 중소기업 지정 시 이를 반영하는 적절한 지정 기준이 적용하는데, 현행법에서는 우수인력 확보 및 유지를 위하여 필수적인 사항인 근로시간 단축, 고용안정성 강화 등 고용환경 개선 노력 등을 인재 육성형 중소기업의 지정 시 평가 기준에 포함하지 아니하고 있어 지정 기준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중공업 관계자는 "근무환경과 인재 육성에 대한 각 회사의 노력과 발전은 지속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며 "특히 약 10년간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조선, 해운업의 경우 해당 기간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선 이미 대비책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 협력 및 현재의 호황을 지속하기 위해선 이제는 규제 중심의 입법 체계에서 벗어나 근원적 요소인 '사람'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사람'에 대한 지원 입법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절대적 인력을 투입해 수많은 부품을 야드의 공정별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건조해야 하는 조선업계, 제선·제강·압연의 공정을 통해 열연 코일·냉연 코일·전기 강판·후판·강편·봉강을 제조하는 철강업계, 철강업계의 고로의 내부 온도는 2300도까지 올라가고 쇳물은 1500도 안팎이다. 이를 사람이 다 확인해야 한다.

화학업계의 경우도 영세사업장의 전문 인력난이 심각해 정부가 기술인력 기준의 유효 기간을 5년 더 연장했고, 경제부총리실과 환경부는 화평법과 화관법으로 불리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을 추진해 임시방편을 마련해 놨다.

특히 화학업계의 30인 미만 규모의 사업장은 전문교육 과정을 통해 자격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교육과정 유효기간이 만료되고 학위와 경력을 충족하는 인력을 뽑지 못할 경우 영업 중단 위기까지 맞을 수 있다.

[사진=금호석화]
[사진=금호석화]

산업계 "출산률과 이민 정책에 변화 없으면 위기는 위기로 남을 것"

한화오션이 탄생하고 세자릿수 채용을 진행했고 HD현대도 1000명의 인력을 채용했다. 포스코그룹은 하반기 채용을 시작했다. 경북도에선 포항·대구·경산·울산서 릴레이 채용 박람회가 열렸고 해운업도 해운 호황으로 해기사 인력이 부족해 상시 채용하고 있다.

본지가 조선·철강·화학·해운 등 규모의 경제 및 인력을 투입하는 중공업계를 취재한 결과 이들은 공통적으로 채용을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기술 급변화가 심하고, 정부 및 국제기구의 규제를 대응하기 위해선 새로운 피가 지속적으로 수혈돼야 하고, 현장에서도 메뉴얼로 만으론 알 수 없는 노하우에 대한 선·후배 간 전수가 이뤄져야 만 지속 가능 경영·선도경영·ESG 등도할 수 있는 것"이라며 "늘 처음부터 끝까지 주장하는 바는 출산률와 이민 정책"이라고 했다.

기자가 국회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발의 총 수는 55건으로 확인됐다. 저출산 발의 수는 32건으로 집계됐다. 합치면 87건의 법안이 입법예고되고 발의를 거쳤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피부로 상황이 나아지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국내 메이저 중공업 관계자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유치원 몇 개 더 만들어준다 등의 표면적인 입법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현장에선 피부로 체감할 수 없는 것"이라며 "실제 현장을 와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 나오는 데이터만 가지고 정책과 입법을 하면 제일 중요한 '현장감'이란 디테일을 놓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조업 강국으로써 기초체력을 탄탄히 하기 위해선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문화적 이해, 근로자의 가족에 대한 이민제도 확립 등이 필요해 보이고, 출산율에 대해선 사회 근본적인 출산율 문제에 대한 정치권 특히 국회의 리더십이 발현되야만 앞으로도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국회는 예산과 결산에 대해 첨예하게 논쟁을 이어가고 있고, 국회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가 '국민께서 보고 계신다', '국민을 대신해서'라는 말이다.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혈세로 움직이는 국회가 임기 마지막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이 현재 어떤 것을 급하게 원하고 있는지·국가 기간산업은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가 정쟁과 당론보다 앞서 논의돼야 할 것이다.

최지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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